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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도심 대로를 2차로로…길이 바뀌면 도시가 바뀐다

등록 2008-09-21 21:43

프랑스 몽펠리에의 대중교통 전용지구는 광장과 노면전차가 다니는 전찻길로 이뤄져 있다.  <한겨레> 자료사진
프랑스 몽펠리에의 대중교통 전용지구는 광장과 노면전차가 다니는 전찻길로 이뤄져 있다. <한겨레> 자료사진
[공동화 현상을 넘어 도심 르네상스]
③교통
대구 중앙로·광주 금남로, 차로 줄여 ‘걷고싶은 거리’ 변신
승용차 막고 대중교통만… 도심 활성화·대기 질 개선 노려
“교통혼잡으로 인구유입 안돼 되레 활력 잃을 것” 우려도

자가용 승용차는 들어올 수 없고 보행자와 대중교통 수단만 통행할 수 있는 ‘대중교통 전용지구’(트랜짓 몰)로 바꿀 예정인 대구 중앙로 반월당 네거리에서 대구역까지의 현재 모습.  대구/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자가용 승용차는 들어올 수 없고 보행자와 대중교통 수단만 통행할 수 있는 ‘대중교통 전용지구’(트랜짓 몰)로 바꿀 예정인 대구 중앙로 반월당 네거리에서 대구역까지의 현재 모습. 대구/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대구 도심의 자동차 평균 속도는 시속 24.9㎞. 그러나 도심 가운데서 중앙로로 접어들면 자동차의 평균 속도는 10.9㎞로 떨어진다.

주말에는 시간당 3000명이 넘는 사람들이 지나는 중앙로의 인도폭이 2~5m밖에 안 되다 보니,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과 걸어다니는 시민들이 뒤섞여 보기만 해도 혼잡하기 짝이 없다. 사람들에게 떠밀리듯이 길을 걷다가 낯선 이들과 어깨가 부딪치기 일쑤다. 여느 도시의 도심과 마찬가지로 대구 중앙로도 승용차를 타고 나오면 거북이 운행을 할 수밖에 없고, 걷기에도 불편하다. 이처럼 혼잡한 교통 탓에 도심은 점점 번잡함을 싫어하는 시민들로부터 외면받고 있다.

대구시가 이 거리에 획기적인 ‘교통 실험’을 시작했다. 중구 반월당네거리~대구역 구간 1.05㎞를 ‘대중교통 전용지구’(트랜짓 몰)로 지정해 운영하기로 했다. 이렇게 되면, 2010년부터는 이 구간에 자가용 승용차는 운행할 수 없고, 시내버스만 통행하게 된다. 택시의 통행 여부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이를 위해 시는 현재 왕복 4차로인 중앙로를 2차로로 줄이는 대신, 4m인 인도 너비를 8~12m까지 넓힌다. 한층 넓어진 인도는 갖가지 나무를 심고, 경관 조명을 설치해 ‘걷고 싶은 거리’로 만들 계획이다. 버스 승강장도 단장하고, 인도에 분수대나 벤치를 놓아 시민들이 쉴 수 있도록 한다. 200여개 주변 상점들의 간판도 대중교통 전용지구의 조형물과 조화를 이루는 디자인으로 바꾼다.

배효식 대구시 교통정책과장은 “교통 소통을 원활히 하면서도 친환경 거리를 조성해 보행자에 대한 서비스가 획기적으로 높아질 것”이라며 “도심 상권 활성화와 대기질 개선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실험이 성공하면, 도심에서 자동차의 평균 시속이 10.9㎞에서 25.2㎞로 빨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자가용 승용차 출입이 통제되면 시민들이 모여들지 않아 상권이 되레 활력을 잃을 것이라고 우려하는 상인들도 있다. 시민 3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벌였다는 개인택시 운전기사 황하광(59)씨는 “시민 77%가 이전보다 도심 교통상황이 더 혼잡해질 것이라며 대중교통 전용지구를 반대했다”고 말했다.


광주시도 원도심의 중심축인 동구 금남로 일대를 보행자 중심 지구로 전면 재단장하는 ‘금남로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2015년까지 2600억원을 들여 원도심을 동서로 가르는 길이 1600m, 너비 30m의 금남로를 차량도로에서 가로공원으로 전환하고, 주변에 보행로 3곳과 패션·예술·영상 등 특화거리 5곳을 조성하는 구상이다. 이를 위해 아시아문화전당 준공 전인 2010년까지 200억원을 들여 금남로의 차도를 왕복 6차로에서 2차로로 축소하고, 나머지 4차로는 보행자와 자전거를 위한 공간으로 만든다.

또 금남로에 나무숲, 분수대, 실개천을 설치하고 야간에는 레이저와 엘이디를 이용해 조각물을 비추는 등 볼거리를 제공한다. 주말에는 아예 차 없는 거리로 만들어 공연과 노천카페, 개미장터 등을 운영해 원도심에 활기를 불어넣을 계획이다. 새 금남로는 자동차 대신 지하철역 3곳과 버스정류장 10여곳을 통해 더 쉽게 접근할 수 있게 된다.

그러나 이 사업은 재원 부족과 찬반 논란으로 아직 첫 삽을 뜨지 못한 채 2년째 준비 단계에 머물러 있다. 특히 교통 불편과 상권 위축을 우려하는 주민과 택시업계의 반발을 설득하지 못하고 있다. 서종환 광주시 교통정책과장은 “개념적으로는 인간중심 도로가 바람직하지만, 교통체계 전체를 바꾸고 대체 도로와 주차장을 확보해야 하는 등 먼저 풀어야 할 과제가 많다”고 말했다.

대구 광주/박주희 안관옥 기자 hop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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