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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촛불 현장의 목소리 “민영화 논리로 공공성 훼손 안된다”

등록 2008-06-16 21:17수정 2008-06-16 22:43

1%를 위한 정책 대전환 필요하다
1%를 위한 정책 대전환 필요하다
1%를 위한 정책, 대전환 필요하다 - ② 공기업

촛불집회 현장의 단골구호 가운데 하나는 ‘공기업 민영화 반대’이다. 촛불시위에 노동운동 세력이 참가하면서 그 목소리가 한층 커진 면도 있지만, 여기에는 민영화가 가져올지 모를 공공서비스의 약화라는 생활의 문제와 함께 ‘민영화가 곧 절대선’이라는 현 정부 철학에 대한 비판이 섞여 있다. 정부가 최근 들어 공기업 민영화에 대한 방침을 명확히 하지 않고, 일부 에너지 공기업의 경우 민영화 추진을 중단하겠다는 방침을 밝히기도 했지만, 외환위기 이후 지속된 공공부문의 구조개혁이 새정부 들어 ‘민영화’란 이름으로 가속화할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각 노조들 “대기업에 독점이윤 보장 다름없다”
시민들, 등록금·교과서값 자율화 폐해도 걱정

촛불시위 현장에서 만난 한 공기업 노조위원장은 “처음엔 정권 교체 때마다 치르는 의례적인 일로 여겼지만 현 정부의 민영화 의지가 강하고 불씨가 사라진 것도 아니다”며 “공공재적 성격이 강한 공기업을 무조건 효율성의 논리로 재단하는 건 받아들이기 힘들다”고 밝혔다.

실제 민주노총은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직후인, 지난 3월 공공운수·교육·의료부문 등 공공서비스 관련 산하 노동조합을 중심으로 공공부문 투쟁본부를 구성했다. 한국노총도 한국전력을 중심으로 민영화 반대 목소리를 높여가고 있다. 우문숙 민주노총 대변인은 “정부는 공기업의 ‘방만경영’을 문제삼고 있지만, 이는 민영화를 위한 충분조건이 아니다”라며 “공공기관에 혁신 시스템을 도입하기 위한 사회적 합의가 우선돼야 한다. 이런 노력없는 민영화는 본말이 전도된 것”이라고 말했다. 우 대변인은 “점진적으로 진행된 신자유주의적 구조개혁이 민영화로 정점을 치닫고 있다”며 “이를 저지하기 위해 7월초부터 파업을 포함한 총력투쟁에 돌입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촛불문화제에 참가한 한국철도공사 노조 조합원이 15일 저녁 서울 광화문 네거리에서 ‘철도 민영화 반대’라고 적힌 손팻말을 흔들고 있다.  김진수 기자 jsk@hani.co.kr
촛불문화제에 참가한 한국철도공사 노조 조합원이 15일 저녁 서울 광화문 네거리에서 ‘철도 민영화 반대’라고 적힌 손팻말을 흔들고 있다. 김진수 기자 jsk@hani.co.kr
나상윤 공공운수연맹 정책위원장도 “해외 사례를 보면 민영화가 될 경우, 서비스 질은 저하되고 가격은 올라가는 경향이 뚜렷하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공공재를 민영화한다는 것은 대기업에 독점 이윤을 보장하겠다는 것과 다름없다”고 꼬집었다.

산업은행이나 기업은행 등 민영화 대상에 오른 금융공기업에서도 우려가 터져나오고 있다. 김형중 기업은행 노조위원장은 “민영화를 통한 성과는 모호한 반면 민영화에 따른 폐해는 명확하다”며 “기업은행이 민영화될 경우 중소기업에 대한 정책금융이 사실상 사라지게 돼 중소기업은 파탄을 맞을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공기업 민영화 반대라는 구호에 담긴 촛불민심은 공공성이 담보되는 효율성을 추구하라는 요구로 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홍성태 상지대 교수는 “새 정부 민영화 정책의 가장 큰 문제는 공기업의 비효율을 민영화 일반으로 풀 수 있다고 전제하는 데 있다”면서 “공기업 중엔 자체적인 경영합리화나 통폐합 등 구조조정을 통해 개혁을 해야 할 곳도 있다”고 말했다. 홍 교수는 “(정부의) 무조건 민영화도 큰 문제지만, 자칫 무조건적인 민영화 반대도 부작용을 야기할 수 있다”면서 “사안별로 개혁의 내용과 속도를 차별화하고, 그로 인해 공공서비스가 약화할 것이라는 시민들의 우려를 어떻게 해결할지 정부가 답을 내놓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촛불시위 현장에서는 민영화로 상징되는 효율·경쟁 논리가 자신의 생활영역에서 가져올 폐해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았다.

지난 10일 서울 광화문 네거리에서 독립문으로 향하던 촛불 행렬에서는 “대학 구조조정 필요없다”는 외침이 크게 나왔다. 2003년에서 2007년까지 5년 동안 소비자 물가가 15.5% 오르는 동안, 사립대 등록금은 37% 올랐고, 특히 국·공립대학 등록금은 55.1%나 올랐다. ‘효율화=구조조정’이란 말이 주는 두려움의 표현으로 등록금 인상 반대를 대학 구조조정 반대로 구호화한 것이다.

교육과학부가 검·인정 교과서 값을 자율화하겠다고 밝힌 걸 두고서도 교사들은 정부가 초·중·고교 교과서값을 자율화하려는 의지로 해석하고 있다. 교사들은 “교과서 값이 2~3배 뛰고 대형 출판사가 아니면 살아남지 못하니 다양한 교과서가 나오기도 어려워질 것”이라며 “학부모들 어렵게 하고 큰 출판사들 돈벌게 해주는 것 뿐”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이재명 김경락 기자 mis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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