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공공운수노련 조합원들이 지난달 28일 서울 종로구 감사원 앞에서 “최근 감사원의 공기업에 대한 감사가 공기업 민영화, 구조조정, 공기업 기관장을 사퇴시키기 위한 도구 등으로 사용되고 있다”며 표적감사·정치감사 중단을 요구하고 있다. 김명진 기자
원칙 먼저 투명하게 밝히고 충분한 의사소통 거쳐야
민영화에 대한 찬반을 떠나 전문가들은 공공부문 구조개혁은 일방통행식 추진으로는 성공할 수 없다고 입을 모은다. 공공부문 개혁의 성패는 국민이 개혁방향에 공감하느냐에 달려 있고, 국민의 공감을 얻기 위해서는 구조개혁의 원칙을 먼저 투명하게 밝히고 개별 기관들에 이를 적용하는 과정에서 충분한 의사소통을 거쳐야 한다는 것이다.
정호성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정치적 합의와 의사소통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공공부문 개혁방식으로서 민영화를 긍정적으로 보는 그는 “일본의 경우 민영화의 기본원칙과 목적에 대해 상세한 부분까지 공개하고, 고이즈미 총리가 타운미팅이나 이메일 매거진을 보내는 등 국민과 대화에 적극적이었다”며 “민영화에 대한 광범위한 국민의 이해와 지원을 얻기 위해서는 긴밀하고 효율적인 의사소통을 지속적으로 전개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옥동석 인천대 교수(행정개혁시민연합 재정개혁위원장)도 “외환위기 직후에는 국가적인 위기상황이라는 데 국민이 공감했고, 고통을 분담할 자세가 되어 있었기 때문에 공공부문 개혁이 힘을 얻었다”며 “어떤 원칙에 의해 구조개혁을 할 것인지를 밝히고, 그 원칙을 개별 공공기관에 적용하여 판단하는 절차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비춰볼 때 정부가 추진중인 공공부문 개혁안은 “준비를 아무리 많이 했더라도 추진력을 갖기 어려워 보인다”고 그는 덧붙였다. 민영화에 부정적인 전문가들도 공공부문 개혁의 필요성 자체를 부인하지는 않는다. 또 어떻게 개혁할 것인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하는 점도 비슷하다. 전성인 홍익대 교수는 “상수도 사업 경영에 문제가 심각하다는 것과 그러니 민영화를 해야 한다는 것은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라며 “경영효율성을 달성하는 최선의 방안이 민영화인가를 충분히 검토하고 난 뒤 일을 추진해도 늦지 않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부의 공공부문 개혁 움직임은 여전히 베일에 싸여 있다. 정부는 어떤 원칙 아래 공공부문 구조개혁을 추진할 것인지를 제대로 밝힌 적이 없다. 적극적인 의사소통 노력도 거의 눈에 띄지 않는다. 개혁안을 완성하면 한달 가량 공청회를 거친 뒤 신속하게 실행에 옮기겠다는 방침만 밝혔을 뿐이다. 이해관계자들은 벌써부터 불안에 떨고, 확인되지 않는 여러 구조개혁 시나리오가 시장에 나돈다. 정부가 아무리 심사숙고해서 안을 만들더라도, 사전에 자신들의 의견을 반영하지 못한 이해관계자들의 반발과, 이로 인해 막대한 사회적 비용을 치를 가능성만 커지고 있다.
정남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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