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서울 도곡동 땅 차명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 결과를 놓고 이명박(66) 한나라당 경선후보 진영과 검찰이 정면대결 양상을 보이고 있다. 양쪽의 충돌은 한 치의 물러섬도 없는 모습으로 전개되고 있어, 한나라당 경선이 끝난 뒤에도 여파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 정면대결=이 후보는 16일 “정치권이 계속 비난하면 수사 내용을 추가로 공개하겠다”는 검찰의 전날 기자회견과 관련해, “검찰이 다른 정보를 갖고 있다면 협박할 게 아니라 즉각 다 공개하길 바란다”고 맞받았다. 이 후보는 “수사가 종결되지도 않은 사안에 대해 조기 발표하도록 압력을 넣은 사람이 누구인지도 밝혀야 한다. 일부 잘못된 정치검찰의 행태를 바로잡지 않는다면 국민이 국가 장래를 결정할 기본 권리가 박탈되고 말 것”이라며 정상명 검찰총장을 비롯한 검찰 수뇌부를 직접 겨냥했다.

이 후보의 이날 발언은 일단 경선을 코앞에 두고 지지층의 이탈을 막기 위한 측면이 강하지만, 검찰에 대해 실제 경고의 메시지를 던진 것으로도 볼 수 있다. ‘정치검찰의 행태를 바로잡아야 한다’, ‘검찰 안에서도 이번 수사에 대해 불만이 있다’는 등의 표현은 정권이 바뀔 경우 이번 수사팀 및 지휘 라인에 대해 인사상 불이익을 주겠다는 의미로 읽히기 때문이다.

현재로선 검찰은 한나라당 경선 이후에도 이 후보 관련 의혹에 대한 수사를 계속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보인다. 검찰로서는 만약 이 후보가 경선에서 승리한 뒤 이 후보 관련 의혹에 대한 수사를 하지 않는다면, 스스로 ‘정치검찰’임을 인정하는 꼴이 되기 때문이다. 또 이 후보 진영과 검찰의 정면대결은 검찰이 이번 사건을 특수부에 배당했을 때부터 이미 예고된 측면이 있다. 경선 전 수사 발표도 당시 ‘최대한 신속하게 수사’라는 표현으로 예고된 상태였다. 그 결과 이 후보 쪽이 강력 반발하는 수사 결과가 발표된 상황에서, 검찰 수사팀 및 지휘 라인으로서도 이 후보 쪽과 ‘사생결단’의 ‘외길’을 걸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 후보는 부동산 관련 의혹뿐만 아니라, 비비케이 투자사기 사건 등과 관련해서도 수사선상에 올라 있다.

이름을 밝히지 말라는 검찰 관계자는 “검찰은 비록 상한 먹이일지라도 일단 던져 주면 물고 보는 습성이 있다”며 “검찰총장 탄핵까지 거론하며 검찰을 계속 흔든다면, 조직 보호 차원에서라도 방어에 나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 공개할 수사 내용은?=김홍일 서울중앙지검 3차장검사는 ‘추가 공개 가능성’을 언급한 서울 도곡동 땅에 대한 수사 내용에 대해 이날 “당사자의 동의 없이는 공개할 수 없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서울중앙지검은 수사 내용 유출을 우려한 듯 수사팀 소속 검사와 수사관 대부분을 이번 주말까지 휴가를 보냈다.

검찰 주변에서는 공개되지 않은 수사 내용이 당사자들의 진술조서와 관련자 통화내역, 계좌추적 결과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검찰이 당사자들 동의를 받아 공개하겠다고 한 것을 보면 진술 조서일 가능성이 크다”며 “수사팀이 이상은씨 지분이 아니라고 판단한 근거를 뒷받침하는 진술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상은씨 지분의 매각대금이 언제 인출돼 어디로 흘러갔는지를 보여주는 계좌추적 결과도 거론되지만, 찾은 돈이 모두 현금이어서 추적이 되지 않았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그러나 한 검찰 간부는 “예를 들어 자금관리인 이아무개씨가 현금 인출을 전후해 통화한 상대방과의 통화 내역 등이 확보됐을 것이고, 그렇다면 검찰은 이 돈이 누구의 지시로 어디로 갔는지 대략 파악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지 않겠느냐”며 “현금 인출 시점이 이 후보의 서울시장 취임 이후라는 점을 감안하면 찾은 현금이 무슨 용도인지 대충 짐작이 갈 듯하다”고 말했다. 고나무 김지은 기자 dokko@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