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강 해이·내용도 오해 소지”
“검찰의 감정적 대응도 잘못”
“검찰의 감정적 대응도 잘못”
금태섭 검사의 글에 대한 검찰의 반응은 대체로 부정적이었지만, 직급과 업무의 성격에 따라 관점은 약간씩 달랐다.
검찰 간부들은 글의 내용도 문제이지만 보고 절차 없이 기고한 것을 더 큰 문제로 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직 검사가 외부에 기고를 할 때는 반드시 사전에 상부에 보고한 뒤 허가를 받도록 한 ‘공보 관리 지침’을 어겼다는 것이다. 한 검찰 간부는 “평검사들은 내용 자체가 더 문제라는 식으로 반응하고 있지만, 직급이 높을수록 어떻게 보고도 안하고 기고할 수 있냐며 사전 보고 문제를 중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대검 관계자도 “검찰 수뇌부는 여러 가지 타협적인 방안을 가지고 있었지만, 이번 사태를 ‘검찰 조직의 기강 문제’로 바라보는 다른 정부 기관의 눈길을 신경쓰지 않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선 검사들은 글의 내용에 대해 불만을 나타냈다. 서울중앙지검의 한 검사는 “실체적 진실 규명이라는 대의를 위해 열심히 조사하고 있는데, 옆에서는 ‘나가서 아무 말 하지 마라, 조서에 도장 찍지 마라’고 했으니, 이것을 검사로서 어떻게 받아들일 수 있겠냐”고 반문했다. 한 부장검사는 “변호사가 쓸 수 있는 주제를 검사가 아무런 고민 없이 썼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금 검사의 글이 여러 유형의 수사 형태를 지나치게 단순화시킨 약점이 있다는 의견도 있었다. 특별수사 경험이 많은 한 부장검사는 “진술 거부가 효과적인 경우는 전체 사건의 극소수에 불과한 부정부패 사건 등에 한정된다”며 “교통사고 등 경찰인지 사건이나 고소 고발 사건에서는 입을 다무는 게 오히려 불리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검찰 안에서 금 검사의 글을 옹호하는 견해도 있다. 서울 지역 검찰청의 한 평검사는 “금 검사의 글이 큰 논란이 되기는 했지만, 젊은 검사들 사이에서는 ‘있을 수 있는 의견 아니냐’는 견해도 있다”고 전했다. 다른 평검사도 “어차피 글이 나온 이상, 이런 부분을 환기시키고 제대로 논의해 볼 수 있는 계기로 삼으면 좋은데 아쉽다”고 말했다. 지방검찰청의 한 부장검사는 “내부 규정에 비춰 어긋난 게 있으면 원칙대로 조처하면 되는 것이지, 위 아래가 다 나서서 감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것은 우리 조직이 그만큼 건강하지 못하다는 뜻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부장검사는 “생각이 좀 다른 사람도 보듬고 키울 필요가 있는데, 그런 사람은 결국 도태시키는 풍토가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김태규 이순혁 기자 dokb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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