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행성 성인오락기 350여대가 지하 1층에서 지상 2층까지 빼곡히 들어서 있는 부산시 중구 남포동 ㅇ오락실은 24일 오후 빈자리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성업하고 있다./특별취재반
[비상등 켜진 도박 공화국] ① 조폭, 부산 오락실 점령하다
‘유혹의 덫’ 기업형 관리 수천억대 주무르며 부활
‘유혹의 덫’ 기업형 관리 수천억대 주무르며 부활
성인오락실 1만5천여곳, 성인피시방 4천여 업소 등 온나라 곳곳에서 청장년층은 물론 60대 노인까지 ‘일확천금’ 미끼를 내걸며 유혹하고 있다. 업소당 10명씩만 잡아도 하루 20만명이 사행성 오락으로 밤을 지새는 셈이다. 전국의 성인오락실과 피시방의 하루 판돈은 적게 잡아도 1천억원대에 이른다. 사회 양극화의 폐해를 자양분 삼아 ‘독버섯’처럼 확산되고 있는 불법 도박산업의 실태를 몇차례에 걸쳐 짚어본다.
영화 <친구>로 유명한 국내 최대 폭력조직인 부산 칠성파와 신20세기파는 물론, 서면파·유태파·영도파 등 부산 지역 주요 ‘조폭’(조직 폭력배)들이 성인오락실 사업으로 화려하게 부활했다. 오락실 운영과 상품권 공급·환전, 오락기 제조 등 연간 수천억원대의 이권을 둘러싼 조폭들 사이의 피 튀는 싸움과 ‘상생’을 위한 합종연횡이 끊이지 않고 있다.
25일 부산경찰청 집계로, 현재 부산에는 성인오락실 809곳이 등록돼 있다. 하지만 부산지검은 이 오락실들 대부분이 불법영업을 하고 있으며, 등록되지 않은 것까지 합하면 부산지역에 1천여곳의 성인오락실이 성업 중이라고 보고 있다. 2003년 10월 <한겨레>의 ‘부산지역 성인오락실 검·경 상납비리 보도’와 뒤따른 검·경의 대대적 단속으로 부산 주요 지역 성인오락실들의 휴·폐업이 잇따른 지 3년 만의 일이다. 남포동의 오락실 업주 ㄱ아무개씨는 “성인오락실업은 2004년 여름부터 다시 살아나기 시작해 지난해 초엔 이전 수준을 완전히 회복했다”고 설명했다.
부산서만 알짜 100여곳 직영 오락상품권 시장 50% 장악
최근 잦아진 경찰의 단속을 비웃기라도 하듯, 부산·경남 곳곳에서 새로 문을 여는 오락실의 광고 펼침막과 전단지를 쉽게 접할 수 있다. 국내 최대의 성인오락실 밀집지역인 남포동에는 1·2·3층에 오락기를 600대나 갖춘 초대형 성인오락실까지 개업을 눈앞에 두고 있다.
특히 2005년 이후 성인오락실 시장엔 조폭들의 진출이 두드러지고 있다. 지난해 이후 부산·경남의 도시지역에 새로 생긴 대형 오락실은 거의 조폭과 깊은 관련이 있다는 게 검찰과 오락실 업계 관계자들의 얘기다. 부산시내 성인오락실 가운데 칠성파·신20세기파·서면파·유태파 등 부산의 주요 조폭들이 직접 운영하는 오락실만 100여곳에 이르는 것으로 이들은 추산한다. 조폭의 직영 업소는 3년여 전 30~40여곳 수준에서 갑절 넘게 늘어난 셈이다. 단순히 보호비 명목의 금품을 갈취하던 수준을 벗어나 조폭들이 오락실·상품권 유통업을 직영하는 쪽으로 방향을 전환한 것이다.
2년째 부산지검에서 조폭 수사를 맡아온 한 검사는 “‘조직’의 중간 보스급은 거의 다 불법 성인오락실을 운영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며 “특히 이들 업소는 규모도 크고 위치도 좋은 ‘알짜’ 업소인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남포동의 한 오락실 업주는 “칠성파는 해운대와 광안리, 신20세기파는 남포동, 영도파는 영도지역 등 조폭마다 자신들의 영역에서 오락실을 20여곳씩 운영하고 있고, 상품권 환전은 조폭들이 부산 전체 시장의 50% 가까이 점령하고 있다”고 말했다. 상품권 유통업체의 한 간부는 “조폭들이 알짜업소 100여곳의 경영과 상품권 취급을 통해 상품권 환전으로만 매달 200억원 가량을 벌어들이고 있다”며 “얼마 전부터는 조폭과 연계한 일본계 자금까지 성인오락실 시장으로 유입되고 있다”고 말했다.
특별취재반 society@hani.co.kr
최근 검찰과 경찰은 거리에 펼침막까지 내걸며 사행성 불법 오락 단속을 부쩍 강화하고 있지만, 그 결과는 신통치 않다./특별취재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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