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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깍두기 간데없고 음료수? 1년만에 찾은 ‘성인오락실’

등록 2006-06-15 11:35수정 2006-06-18 11:22

서울 시내의  ‘황금성’ 오락실 (사진=이정국 기자)
서울 시내의 ‘황금성’ 오락실 (사진=이정국 기자)
[현장] 사행논란 성인오락실 찾아 황금성·바다이야기 직접 해보니
1년 전보다 ‘업그레이드’ 된 서비스

최근 사회 문제가 되고 있는 성인오락실이란 어떤 곳일까?

2005년 7월 7일 〈한겨레〉의 “영등위 덕에 ‘봇물 터진’ 성인오락실 새벽풍경” 기사가 나간 지 1년 만인 6월13일 다시 성인오락실을 찾았다. 오후 2시의 대낮이었다. 처음 간 곳은 성북구의 한 성인오락실이었다. 입구에는 “사행을 조장하지 않는다”는 푯말이 있었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멀끔한 양복 차림의 사내가 자리를 안내했다. 좌석번호는 30번. 대낮인데도 불구하고 40~50대 위주의 남성들이 100여대의 오락기 앞에 가득 앉아 있다. 60대로 보이는 할머니도 보였다. 자리에 앉으니 20대 초반으로 보이는 남성이 “음료수 드릴까요?”라고 물어왔다. 가슴에는 ‘강아무개’라는 이름표까지 붙어 있었다. 1년전 노원·상계 지역의 성인오락실을 취재했을 때는 입구부터 ‘깍두기’라 불리는 덩치 큰 사내들이 있었고, 음료수를 무료로 제공하진 않았다. 1년 사이에 ‘서비스’가 좋아진 것이다. 경쟁 탓인지 모든 면에서 ‘업그레이드’가 된 느낌이었다. 게임의 이름은 ‘황금성’이었다. 현재 ‘바다이야기’와 더불어 성인오락실을 양분하는 게임기다.

1만원권 지폐를 넣자 화면의 숫자가 올라갔다. 정확히 10000점. 한 게임 할 때마다 100점씩 떨어진다. 방법은 간단하다. PLAY 단추를 누를 때마다 100점씩 차감되고 ‘빠찡코’와 비슷한 화면이 돌아가면서 똑같은 그림이 일렬로 맞으면 점수가 올라가는 식이다. PLAY 버튼을 누르기만 하면 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것도 귀찮은 듯 버튼 위에 묵직한 ‘재떨이’를 올려놓고 있었다. 단추를 재떨이로 누르고, 의자에 기대어 팔짱 끼고 기계만 보고 있으면 된다. 3분 가량이 흘렀을까. 1만원이 모두 떨어졌다. 음료수를 갖다준 남성이 “다 하신 거예요?”라고 의아한 듯 쳐다봤다. “점수가 좀 짜네요” 너스레를 떨었더니 사내는 반색을 하며 “우리가겐 ‘바다이야기’ 같은 게임에 비해서 잘 터지는 편”이라고 해명을 했다.

“10분새 3만원 잃어…남은 것은 상품권 5천원과 현금 4500원

서울 시내의  ‘바다이야기’ 오락실 (사진= 이정국 기자)
서울 시내의 ‘바다이야기’ 오락실 (사진= 이정국 기자)


두 번째 찾아간 곳은 종로의 한 오락실. 요즘 장안의 화제인 ‘바다이야기’로 영업하는 곳이었다. 역시 소문답게 이전의 업소보다 훨씬 세련된 화면을 제공했다. 모니터도 브라운관이 아닌 LCD였다. 1년전 취재했던 오락기와는 ‘차원’이 달랐다. 역시 가게 안에는 20대 초반의 남녀가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었다. 이번에는 18번 자리에 안내를 받았다. 1만원권을 넣자 기계가 돌아갔다. ‘빠찡코’와 별반 다르지 않은 시스템이었다. 3분여가 흐르니 바닥이 났다. 다시 만 원권을 집어넣었다. 이번엔 다른 사람들처럼 버튼 위에 라이터를 올려놓았다. 기계는 자동으로 돌아갔다. 뭔지 똑같은 그림이 일렬로 늘어설 듯 말듯 하면서 애간장을 태우기 시작했다. 그렇게 6분여 만에 2만원이 바닥났다. 보통 어떤 가게든지 5천점이 되면 상품권으로 바꿀 수 있다. 점수표를 보니 3천5백점. 다시 만 원권을 넣었다. 이번엔 운이 좋았던지 계속 점수가 올라가면서 1만2천점이 되었다.

옆에 있던 중년의 남성이 말을 걸어왔다. “얼마나 넣으신 거에요? 점수가 빨리 올라가네” 그 남성은 자신이 20만원 정도를 쓰고 있다고 말했다. 옆에는 일행이 있었는데 기계에는 돈만 넣고 화면은 쳐다보지도 않았다. 그는 “이 가게의 최고 점수는 250”이라고 말했다. 즉 상품권이 500장, 액면가로 250만원이다. 순간 가게 한 구석에서 요란한 음악소리가 터졌다. “130장 터졌네” 옆의 남자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

약 10분 남짓해서 3만원을 잃고 남은 것은 달랑 5000원짜리 상품권 두장이었다. 환전소는 바로 가게 옆에 있었다. 상품권 한 장을 환전하니 10%의 수수료를 제한 4500원이 손에 쥐어졌다.

바다이야기와 황금성의 인기 비결?

바다이야기 게임화면
바다이야기 게임화면

현재 성인오락장을 주름잡는 ‘릴게임’종류인 ‘바다이야기’와 ‘황금성’의 인기 비결은 뭘까? 바로 음비게법에서 금지한 ‘예시’ 기능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예시’ 기능은 화면상의 특정한 아이콘이나 효과 등으로 인해 곧 있으면 뭔가 ‘터진다’라는 일종의 예고다. ‘바다이야기’는 화면의 바다색깔이 밝아졌다 어두워졌다 하면서 ‘해파리’, ‘고래’ 등 특정아이템의 노출이 많아진다. 하지만 이런 예시는 거의 ‘코인’이 바닥나기 직전에 나온다. 즉, 돈을 더 넣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그래서 법으로도 금지했지만 버젓이 영등위의 심사를 통과해 유통중이다.

온라인 상에선 이러한 예시 기능을 분석해 각종 ‘대박비법’을 전수하는 사이트들도 성행중이다.

경찰청 생활질서과 풍속 담당 손원진 경위는 “당시 ‘바다이야기’가 영등위 심의를 통과할 때 2주일 동안 심사해야 할 것을 2~3일안에 신속히 처리했고 그 과정에서 영등위 인사들이 구속되기도 했었다”고 말했다. 손 경위는 “‘바다이야기를’ 만든 업체는 작년에 4000억원 가량의 매출을 올렸고, 경영진들이 명문대 출신의 ‘엘리트’들로서, 이 바닥에선 ‘블루오션’ 사례라고 불린다”고 덧붙였다. 바다이야기를 만든 ‘지코프라임’은 지난 12일 탄핵당한 서울대 총학생회장 황라열씨가 음향팀 대리로 일한 곳이다.

오락실, 집중포화 맞자 ‘무늬만’ PC방으로

성인오락실 근처의 상품권 환전소 (사진=이정국 기자)
성인오락실 근처의 상품권 환전소 (사진=이정국 기자)

현재 성업 중인 전국의 성인오락실은 1만5134곳(2005년 말)으로, 지난해 서울 지역에만 하루 평균 2.2곳이 새로 생겼을 만큼 급증하며 불법 행위도 만연하고 있다. 성인오락실에 대한 단속이 심해지자 상대적으로 개업이 쉬운 PC방에서 도박영업을 하는 업소도 늘어 나고 있다. 올해 4,5월 두 달 동안만 4천여개가 생겼다. 이곳도 ‘무늬만’ PC방이지 실제로는 인터넷으로 연결된 ‘하우스’나 다름없는 곳이다. 이곳에선 ‘룰루랄라’와 같은 영등위 심의를 받은 ‘포카’ 종류의 게임과 심의를 받지 않은 고스톱, 바카라 게임등이 주를 이룬다. 현금으로 포인트를 충전한 뒤 게임을 하고 얻은 포인트를 다시 현찰로 바꿔가는 시스템인데 PC방의 경우 환전소가 따로 없고 업소에서 곧장 현찰로 바꾸어주기 때문에 단속이 더욱 힘들다. 6월 9일에는 변칙 PC방에 위기감을 느낀 기존 PC방과 오락실 업주들이 ‘사행성 도박PC방 근절 비상대책위원회’를 만들어 ‘사행성 도박 PC방 근절 대정부 대책 촉구’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다.

정부 본격 단속 움직임…업계는 “단속해도 소용 없어”

이렇듯 무늬만 ‘오락실’이지 ‘도박장’이나 다름없는 성인오락실의 각종 불법 영업행위를 근절할 방법은 없을까? 김명곤 문화부 장관은 지난 4월 25일 국회 문화관광위원회 주요 현안 보고에서 사행성 게임에 대한 척결 의지를 밝힌 데 이어 6월6일에는 노웅래 열린우리당 의원이 이른바 ‘오파라치’(오락실 파파라치: 상품권 불법 환전 현장을 신고하면 오간 금액의 10배(잠정치)를 포상금으로 받는 제도) 도입을 골자로 한 게임산업진흥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정부의 단속 움직임도 본격화했다. 경찰은 3월부터 6월초까지 ‘사행성 오락장 100일 집중 단속’을 벌여 성인오락장 7180건, 불법PC방 886건을 적발했다. 손원진 경위는 “성인오락장의 경우 단속의 기준이 많고 관할 지자체에 등록해야 하는 반면에 PC방의 경우는 국세청에 사업자등록만 하면 누구나 개장할 수 있고, 아직 단속 법규의 기준이 애매해 단속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약 10여분 만에 3만원을 잃고 남은 것은 상품권 한장과 환전한 돈 4천5백원 이었다. (사진=이정국 기자)
약 10여분 만에 3만원을 잃고 남은 것은 상품권 한장과 환전한 돈 4천5백원 이었다. (사진=이정국 기자)

불법오락실과 PC방을 단속할 때 주로 적용되는 법률은 ‘음비게법 제21조(누구든지 제20조제1항의 규정에 의하여 등급분류를 받지 아니한 비디오물 또는 게임물이나 등급분류를 받은 비디오물 또는 게임물과 다른 내용의 것을 제작·유통·시청 또는 이용에 제공하여서는 아니된다)와 제32조 3항(게임제공업자는 사행성을 조장하거나 청소년에게 해로운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경품제공행위를 하지 말것)으로서, 위반시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하지만 목좋은 곳은 한달에 수십억원의 돈이 오고가는 상황에서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더군다나 가장 큰 문제가 되는 불법 환전의 경우 오락실에서 경품으로서 상품권을 지급하고 개인이 이를 환전하는 행위 자체는 아무런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없고, 환전된 상품권이 다시 오락실로 흘러들어가는 것을 포착해야 단속이 가능하다. 손 경위는 “불법 환전의 경우 증거를 포착하기가 매우 어렵고, 적발을 해서 주인을 구속한다 한들 대부분 바지 사장이라서 구속이 되도 이른바 진짜 사장으로부터 ‘성과급’을 지급받기도 하는 등 단속의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한겨레〉온라인뉴스팀 이정국 기자 jg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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