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개발 황사’ 걷힐까 지난주말 전국을 뒤덮었던 황사가 10일 오전 내린 비로 말끔히 씻긴 뒤 서울 남산 앤서울타워에서 바라본 한강과 도심의 전경이 맑게 펼쳐져 있다. 장철규 기자 chang21@hani.co.kr
서울시장 선거 ‘한강 되살리기’ 공약 경쟁
청계천 효과에 ‘도심속 삶의 질’ 민심 반영
“접근성·환경등 배제땐 또다른 재앙” 경고
청계천 효과에 ‘도심속 삶의 질’ 민심 반영
“접근성·환경등 배제땐 또다른 재앙” 경고
청계천 복원에 이어 개발시대의 상징인 ‘한강’이 서울시장 선거를 앞두고 최대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각 정당 예비후보들은 경쟁적으로 ‘한강 되살리기’를 핵심 공약으로 삼고 있다. 이는 ‘개발지상주의’에서 ‘환경·평화’로 움직이는 민심을 반영하는 것으로 보인다.
강금실 열린우리당 예비후보는 “한강을 새롭게 해 서울, 나아가 대한민국을 재창조하는 기반으로 만들겠다”며 “앞으로 선거 과정에서 한강의 개발·관리·보존·복원 등 종합적 한강축 마스터플랜을 제시하겠다”고 밝혔다. 이계안 열린우리당 예비후보도 “북한과 협의를 통해 한강·임진강 하구(조강)와 서해의 물길을 열어 통일·동북아 시대의 중심 항로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지난해 말부터 ‘대한강 르네상스’를 주장해 온 맹형규 한나라당 예비후보는 “한강에서 ‘제2의 기적’을 이뤄내 대한민국과 서울을 이끌어나가겠다”며 대중교통 수단 도입, 생태축 복원, 보행자 접근성 높이기 등을 이미 공약으로 발표했다. 홍준표 한나라당 예비후보는 한강 하구의 뱃길을 복원해 남북 경제협력을 활성화하고 지천에 운하를 건설해 교통과 물자유통을 가능하게 하는 등 ‘물의 도시’로 가꾸고, 백사장을 복원해 시민들이 강수욕을 즐기게 하겠다고 밝혔다.
김종철 민주노동당 후보도 “한강 둔치의 콘크리트 호안과 잠실·신곡 수중보를 걷어내 생태계를 살리고 한강 주변을 공공성이 높은 시민공간으로 만들 계획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이처럼 ‘한강 공약’이 쏟아지는 것은 이른바 ‘청계천 학습 효과’의 영향이 큰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2002년 서울시장 선거공약이던 ‘청계천 복원’이 실행되면서, 이명박 서울시장의 대중적 인기가 크게 높아진 데 연유한다는 것이다.
근본적으로는 시민들의 의식이 사뭇 달라진 것도 요인이다. ‘청계천 살리기 연구회’의 대표인 노수홍 교수(연세대)는 “청계천 복원은 일반시민들이 도시 하천을 새롭게 바라보는 계기가 됐으며, 그것이 한강 되살리기 논의로 이어진다고 본다”고 평가했다.
그렇지만 봇물처럼 쏟아지는 ‘한강 구상’에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올바른 청계천 복원을 위한 시민연대’의 홍성태 교수(상지대)는 한강 되살리기의 두 가지 대원칙으로 △서울 한강의 생태 복원·보행 접근성 개선 △한강 하구의 생태 보존을 들었다. 그는 “한강 백사장을 복원하면서 하구나 지천에는 물류용 운하를 만들겠다는 식의 모순적인 공약들은 결국 또다른 개발 재앙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노수홍 교수도 “1980년대 한강 개발은 치수와 보기 좋은 모습에 중점을 두고 급하게 이뤄져 지금까지 우리에게 많은 부작용을 남기고 있다”며 “예전의 한강 개발에서 배제됐던 접근성, 생태·환경, 교통·물류, 하구 문제 등이 깊이 논의돼야 과거의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규원 기자 ch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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