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하구는 육지의 비무장지대나 용산 미군기지처럼 분단이 낳은 대표적인 자연생태보존 지역이다. 갯벌과 자연습지가 넓게 조성돼 있고, 동식물 생태가 다양하게 존재하는 등 보존 가치가 매우 크다.
한강 하구의 영역은 학자에 따라 조금씩 다르지만, 대체로 강쪽으로는 간조·만조의 영향이 미치는 잠실수중보, 바다쪽으로는 민물이 섞여있는 인천시 강화·옹진군 사이까지로 보고 있다. 이는 한강 하구를 한강·임진강 합류부에서 유도 일대까지로 여기는 일반적 인식과는 차이가 큰 셈이다.
하구 일대의 면적은 매우 넓어서 강·바다 면적은 790㎢, 육지 면적은 3617.2㎢, 해안선의 길이도 육지 154㎞, 섬 254.9㎞이다. 대표적 해양 서식지인 갯벌의 넓이도 232.1㎢로 강 하구 가운데 새만금에 이어 두번째로 넓으며, 남한 전체 연안갯벌의 8.4%, 강 하구 갯벌의 32.6%에 이른다.
한강 하구의 너른 갯벌과 습지는 다양한 생물종의 삶터가 돼 왔다. 한강 하구엔 매·저어새 등 1급 멸종위기종 동식물 4종, 큰기러기·개리 등 2급 멸종 위기종 동식물 22종이 확인됐으며, 천연기념물인 새도 남쪽에 재두루미 등 3종, 북쪽에 왜가리 등 6종이 살고 있다. 조류는 2004년 1년 동안 조사에서 모두 124종 8만2천여마리가 조사됐다.
또 구렁이 등 멸종위기 양서·파충류 8종, 삵 등 육지 포유류 4종, 물범과 고래, 상괭이 등 바다 포유류도 발견됐다. 이밖에 식물종이 868종, 넉줄고사리·측백나무 등 희귀종 식물도 70종에 이르며, 곤충 468종, 어류 97종, 담수 무척추동물군 119종 등 모두 1591종의 생물종이 확인됐다.
한강하구연대의 한동욱 물깃사랑 대표는 “이 지역은 남북의 군사적 대치로 인해 엄청난 규모의 습지와 갯벌, 동물들의 서식지가 마련돼 왔다”며 “이런 장점을 최대로 살리고 생태계에 대한 영향을 최소화하는 청사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규원 기자 ch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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