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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전협정으론 민간선박 운항 가능” 주장
1953년 휴전 협정 뒤 53년간 굳게 닫혀있는 한강 하구를 열자는 움직임도 구체화하고 있다. 철조망과 총칼 대신 ‘평화’와 ‘생태’의 지역으로 만들자는 주장이다.
시민단체인 ‘비폭력평화물결’은 오는 7월27일 정전협정일에 맞춰 과거 전국 물산의 집산지였던 마포나루 부근에서 출발해 행주산성, 오두산 통일 전망대, 조강(한강·임진강 합류부~서해)을 거쳐 강화도 외포리까지 배를 타고 한강을 통과하는 ‘한강하구 평화의 배 띄우기’ 행사를 열 예정이다.
이 단체는 지난해 7월27일에도 강화도 외포리에서 강화도와 교동도 사이까지 ‘평화의 배’를 뜨웠었다. 당시 행사에는 서울과 인천, 경기 지역의 122개 시민단체들이 참여했다.
환경운동연합도 오는 5~6월께 한강 하구에 생태습지 탐사선을 띄운다. 현장 조사를 통해 보호·보존 운동을 발전시키는 계기를 마련하기 위해서다. 이 단체의 박성준 대표는 “‘평화의 배’나 생태습지 탐사선이 서울과 서해 사이 한강 하구를 지난다면 남북의 군사적 대치로 막혔던 물길을 열리는 상징적인 사건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시민단체들은 군사적 대립이 한강 하구 뱃길을 막았을 뿐 정전협정 상으로 민간 배의 운항은 문제가 없다고 보고 있다. 정전협정 1조5항은 “한강 하구 수역으로서 그 한쪽 강안이 일방의 통제하에 있고, 그 다른 한쪽 강안이 다른 일방의 통제하에 있는 곳은 쌍방의 민용 선박의 항행에 이를 개방한다”고 돼 있다. 실제 1990년과 1991년엔 자유로 건설용 모래채취 선박이, 1999년엔 한강 준설선이, 2005년엔 거북선이 남북간의 협의를 거쳐 한강 하구를 통과한 적이 있다.
이석우 인하대 법대 교수(국제법)는 “남북간의 정전협정에 비춰볼 때 한강 하구 수역은 비무장지대가 아니며 민간 선박의 운항은 자유롭지만, 남쪽의 관할권은 운행 규칙의 주체인 유엔사에 있다고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김영규 한미연합사 공보관은 “정전협정 뒤 다른 후속 합의들이 있어, 한강 하구가 비무장지대가 아니라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선박 통과는 유엔사에 협조를 구해 군사정전위에서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규원 기자 ch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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