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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하인스 워드 “한국인이란 게 자랑스럽다”

등록 2006-04-04 10:47수정 2006-04-04 16:51

29년만에 고국을 방문한 미국 NFL 수퍼볼의 영웅 하인스 워드와 어머니 김영희씨가 3일 오후 인천공항으로 한국에 도착, 손흔들어 인사하고 있다. (영종도=연합뉴스)
29년만에 고국을 방문한 미국 NFL 수퍼볼의 영웅 하인스 워드와 어머니 김영희씨가 3일 오후 인천공항으로 한국에 도착, 손흔들어 인사하고 있다. (영종도=연합뉴스)
기자회견, 한국 온 소감 밝혀 “나의 절반은 여기에 있다”
"한국인으로 받아준 게 고맙습니다. 자라면서는 반이 한국인이란 게 창피한 적도 있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습니다. 한국인이란 게 자랑스럽습니다.

한국계 미국프로풋볼(NFL) 스타 하인스 워드(30.피츠버그 스틸러스)가 4일 오전 10시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 에메랄드룸에서 입국 기자회견을 열고 29년만에 한국에 돌아온 소감을 이같이 밝혔다.

회색 정장을 입고 한국 대리인 임상혁 변호사와 미국측 관계자 김해원씨와 함께 회견장에 나온 워드는 "안녕하세요"라고 한국말로 첫 인사를 건넸다.

워드는 "내가 서울 출신이라는 걸 알겠지만 태어난 곳으로 다시 돌아와 긴장되고 기쁘다"고 말했다.

그는 "관광을 많이 하고 싶다"며 "어머니가 자란 곳을 둘러보고 한국의 모든 것을 체험하고 싶다. 한국 음식도 많이 먹고 싶다"고 덧붙였다.

워드는 또 "이번 기회에 한국 전통에 대해 많이 배울 수 있길 기대한다"며 "나는 혼혈이기 때문에 나의 절반은 전통이 여기에 있다"며 '어머니와 약속(Promise to Mother)'으로 이름붙여진 이번 여행에 의미를 부여했다.

워드는 어머니 김영희씨를 위해 한국에 집을 마련할 것이며 매니지먼트사와 논의해 펄벅재단과 같은 혼혈아 지원 재단 설립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워드의 높은 인기를 반영하듯 회견장은 열띤 취재경쟁으로 북새통을 이뤘고 좋은 자리를 차지하려는 사진기자들 사이에는 다툼으로 고성이 오가기도 했다.


워드는 예상보다 짧은 기자회견이 끝난 뒤 노무현 대통령과 오찬을 함께 하기 위해 청와대로 발길을 돌렸다.

워드는 5일 서울시를 방문해 명예시민증을 받고 6일에는 자신이 태어났던 이화여대 동대문병원을 찾는다.

워드는 8일 펄벅재단의 `혼혈 아동과의 만남행사'에 참석한 뒤 프로야구 잠실구장 개막전 시구자로 나선다.

워드는 8일 밤부터 10일까지 어머니 김영희씨와 함께 제주도 여행을 다녀온 뒤 9박10일 일정을 마치고 12일 출국한다.

장재은 기자 jangje@yna.co.kr (서울=연합뉴스)

한국계 미국프로풋볼(NFL) 스타 하인스 워드(30.피츠버그 스틸러스)가 4일 오전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입국 기자회견을 열었다.

회색 정장을 입고 나온 워드는 "긴장했다"면서도 30여분 간 이어진 회견 내내 특유의 '살인미소'를 유지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인삿말을 해달라.

▲안녕하세요(한국어로). 한국에 오게 돼 기쁘다. 내가 서울 출신이라는 걸 알겠지만 태어난 곳으로 다시 돌아와 긴장되고 기쁘다. 이번 기회에 한국 전통에 대해 많이 배울 수 있길 기대한다. 나는 혼혈이기 때문에 나의 절반은 전통이 여기에 있다.

--긴장한 이유는.

▲긴장된 것은 사실이다. 지금 내가 어떤 반응을 일으킬 지 모르기 때문이다. 슈퍼볼 MVP의 영예를 안았을 때도 정신이 없었는데 처음으로 교민들이 어머니와 나를 지지해줘서 더 그랬다. 어머니는 자라면서 내게 한국 전통을 숨기려하지 않았나 싶다. 시즌 전부터 어머니와 한국에 오기로 약속했다. 긴장한 이유는 뭘 기대해야 할 지 모르기 때문이다.

--인생에서 가장 어려웠던 순간은. 어떻게 극복했나.

▲가장 기쁜 날은 슈퍼볼에서 우승했던 것이다. 제 꿈을 이뤘던 것이다. 최우수선수 선정도 기뻤다. 이후에 교민과 고등학교 동창들까지 지지해줬다. 아들을 얻었을 때 한국에 온 것도 혼혈이라고 놀리는 것을 극복하는 게 굉장히 힘든 시기였다. 어머니가 나보다 더 고생했다. 누구의 도움없이 열심히 일하면서 나를 키운데 감동적인 사람들의 얘기다. 어머니를 사랑한다. 늘 나를 자랑스럽게 생각하도록 열심히 하겠다.

--풋볼선수로서 계획은. 한국 혼혈인에게 하고픈 얘기는.

▲스케줄은 리인터내셔널에 문의해 달라. 있는 동안에 펄벅재단을 방문해 혼혈인들과 간담회를 갖고 격려하려 한다. 피부색이 다르다는 것 때문에 놀림을 받았지만 성경처럼 모두가 형제자매라고 믿는다. 세상을 바꾸러 온 게 아니다. 나를 한국인으로 받아준 데 대해 감사한다. 자라면서는 반이 한국인이란 게 창피했다. 예전에는 그랬지만 지금은 한국이란 게 자랑스럽다. 양국의 전통을 공유할 수 있다는 게 축복이자 큰 혜택이라고 생각한다.

--가장 기대되는 행사는 무엇인가. 오늘 아침에 처음 눈을 떴을 때 들었던 생각은.

▲훌륭한 객실에서 서울 야경을 보며 아름답다는 생각을 했다. 뉴욕을 연상시킬 만큼 훌륭하단 생각이 들어 흥분했다. 어머니가 자란 곳을 둘러보고 관광을 많이 싶다. 한국의 모든 것을 체험하고 가고 싶다. 한국음식도 많이 먹고 싶다. 어제 일찍 잠자리에 들었는데 아침에 처음 일어났을 때 기분이 아주 좋았다.

--기독교인으로 알고 있다. 풋볼을 하면서 신앙심은 더 깊어졌나.

▲어머니가 교회에 열심히 다니셨다. 아는 이도 없고 영어도 못해 하느님께만 기댔다. 어머니와 함께 교회에 가면서 모든 영광을 하느님께 돌리게 됐다. 모두가 하느님이 자녀이기 때문에 피부와 인종을 떠나 서로 사랑하는 게 이상이다. 어머니가 기쁠 때 슬플 때 모두 하느님과 함께 했다. 한국에 온 데도 하느님의 목적이 있었다고 생각한다.

--혼혈문제와 관련해 재단 지원 계획은 있나. 선수 생활을 끝내고 한국에서 살 계획이 있나.

▲펄벅재단과 연계해 비슷한 재단을 세울 지 매니지먼트팀과 논의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추진이 되면 알게 될 것이다. 어머니가 한국에 집을 사달라고 하고 있다. 어머니는 시간을 한국에서 보내고 싶어한다. 돌아와서 살 집을 마련해달라고 하고 있다. 나도 이번이 마지막 방문이 아니다. 환대 때문에 정신이 없지만 올해 안에 다시 올 계획이다. 한국에 대해 아는 게 별로 없다. 10일 동안 다 배우지는 못하겠지만 전통을 많이 배울 것이다.

--아직도 한국에 많은 부모들이 자식이 외국인들과 결혼하는 걸 반대하고 있는데 들어봤나.

▲내가 남의 일에 말할 처지가 아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말하자면 어머니는 나한테 한국 여성과 결혼하라고 말해왔다. 그렇게 되지는 않았다. 아직도 자녀는 국제결혼 못한다고 말씀하시는 부모들이 있겠지만 세계에는 너무나 많은 인종이 있다. 모두가 다 하느님의 자녀다. 2006년이고 21세기다. 다른 문화에 대해 폐쇄적인 입장으로 일관할 게 아니라 열린 마음으로 사람들을 대했으면 좋겠다. 사랑으로 해결할 수 있다.

--유소년 체육에 관심이 많다는데.

▲한국에는 풋볼이 인기가 별로 없는 것 같다. 풋볼선수가 되고 싶은 선수를 찾기도 매우 힘들 것이다. 하지만 꿈을 포기하지 말라고 하고 싶다. 의사, 변호사, 선수 등 어떤 일을 하든 간에 열심히 노력하면 많은 것을 극복할 수 있다. 나는 풋볼을 시작하면서도 `여건이 안 된다. 신체적으로 안 된다'는 등 얘기를 들었지만 어머니도 열심히 하면 된다고 했다. 열심히 했기 때문에 챔피언이 되고 최우수선수도 됐다. 모든 아이들에게는 격려가 필요하다. 역경은 역경일 뿐 꿈은 언제라도 이룰 수 있다고 얘기해주고 싶다.

--본인이 생각하는 슈퍼볼 최우수선수의 의미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한국이 4강 탈락한 데 대해 개인적으로 꼽는 이유는.

▲슈퍼볼 최우수선수가 된다는 의미가 여기에 있는 취재진이 설명해준다. 취재열기가 뜨겁지 않은가. 사실 시즌 전부터 한국 방문을 계획하고 있었다. 한국에 온 것이 환대를 기대해 온 게 아니라 한국인으로서 정체성을 찾기 위해 왔다. 미국에서 태어난 한국인 2세를 보면서 '내가 너희들보다 더 한국인'이라고 놀렸다. 나는 한국에서 태어나지 않았느냐. 나는 다저스 시절부터 박찬호의 팬이었다. 한국인이 메이저리거로 활약한다는 데 관심이 많았다. 한국도 야구를 잘한다는 걸 보여주고 있었기 때문에 직접 가서 봤다. 똑같은 팀(일본)과 다시 경기를 해서 패했지만 한국이 굉장히 선전했다. 전 세계에 한국야구가 발전했다는 걸 보여주는 계기가 됐던 것 같다.

--어제 이모를 만나 저녁식사를 했는데.

▲정말 기분이 좋았다. 난 아버지 쪽과 가깝지 않다. 왕래가 많지 않다. 외가 쪽이랑은 만나본 적조차 없었다. 외할머니는 3-4년 전에 돌아가셨는데 뵙지도 못했다. 이모랑 사촌을 봤는데 서른이 다 돼서야 친척을 만났다. 만나지 않은 친척이라도 피를 나눈 사이이기 때문에 사랑하는 감정이 생긴 것 같다. 이모와 사촌, 그들의 아들까지 만나면서 굉장히 기분이 좋았다. 과거를 바꿀 수는 없다. 과거를 인정해야 한다. 어머니는 한국에 많이 왔지만 나는 첫 방문이다. 맥주 한 잔 놓고 친척들과 텔레비전보고 얘기하는 게 나한테는 큰 의미가 있었다. 내가 한국에 온 이유도 거기에 있다.

장재은 기자 jangje@yna.co.kr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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