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슈퍼볼 최우수 선수인 하인스 워드가 어머니 김영희씨와 어제 한국에 왔다. 한반도 남쪽엔 ‘태풍 워드’ 경보가 발동됐다. 대통령 부부가 환영에 나서고, 서울시는 명예시민증을 준다. 기업체들이 협찬 경쟁에 나섰고, 매체들은 움직임을 낱낱이 중계한다. 어머니는 숱한 악조건을 이기고 아들을 의연하게 키웠고, 아들은 미국 최고의 슈퍼스타가 됐으니 당연한 환대다.
그러나 이런 법석에서 우리 사회의 가식이 먼저 느껴지는 건 왜일까. 30년 전 워드가 태어났을 때 조국은 어머니와 아들을 순혈주의 의식에 차서 경멸했다. 도망치듯 떠났지만 미국에서도 한인사회는 이들을 따돌렸다. 그런데도 조국을 잊지 않은 이들에게 우리가 먼저 할 일은 하나다. 참회다.
예나 지금이나 혼혈인에 대한 차별과 편견은 여전하니, 참회도 쉽지는 않을 터다. 성공한 워드에게 방송은 수천만원의 출연료를 제시하며 인터뷰를 요청하지만, 최고의 가수조차 피부색이 검다는 이유로 출연을 불허했던 게 얼마 전 일이다. 업체들이 경쟁적으로 자동차와 의복, 숙소(하루 600여만원에 이른다)를 제공했으나, 다른 혼혈인에게 일할 기회를 공평하게 제공한 기업은 별로 없다. 대통령이 워드와 함께 식사하지만, 군은 혼혈인에게 입대 기회조차 주지 않았다. 서울시는 명예시민증을 준다지만, 따돌림 때문에 학교를 뛰쳐나간 혼혈인의 교육을 걱정하는 기관은 없다. 혼혈 청소년 셋 중 둘이 워드의 성공얘기에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다는 한국청소년상담원의 조사 결과는 우리 사회가 이들에게 준 절망을 잘 드러낸다.
워드 모자의 방문은 이런 차별과 편견을 그라운드 밖으로 내쫓는 계기가 돼야 한다. 이를 통해 워드가 우리의 진정한 영웅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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