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오전 33개 인권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인권위 바로잡기 공동행동’ 기자회견 참석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고경태 기자
전국 33개 인권·시민사회단체가 참여하는 ‘경로이탈 국가인권위원회 바로잡기 공동행동’(인권위 바로잡기 공동행동)이 발족을 선언하고 이충상·김용원 두 인권위원의 즉각 사퇴와 독립적 인권위원 인선 절차 마련을 요구했다.
인권위 바로잡기 공동행동은 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역사박물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최근 인권위가 파행적 운영으로 인해 인권옹호와 증진이라는 인권위 고유의 역할을 온전히 수행하지 못하고 있고, 이에 대한 실망으로 인권침해 피해자들이 인권위에 진정하기를 포기하는 상황까지 이르고 있다”며 “인권위의 무력화와 이에 따른 한국 사회의 인권후퇴를 그냥 두고 볼 수 없기에 전국의 33개 인권단체들이 모였다”고 밝혔다. 33개 단체에는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국제민주연대, 군인권센터, 녹색당, 다산인권센터, 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 천주교인권위원회 등이 이름을 올렸다.
이날 기자회견 머리발언에서 한상희 건국대 교수(법학전문대학원)는 “국가인권기구는 정치가들이 아닌 우리 시민들이 길거리에서 투쟁하며 만든 단체다. 정권의 홍위병들이 날뛴다고 해서 쉬이 무너질 기구가 아니다”라며 “인권위원으로 들어와 인권혐오를 일삼고 있는 이들은 그 더러운 이름을 역사에 남기고 싶지 않다면 빨리 주제를 파악하고 물러나라”고 말했다.
이들은 성명에서 “그동안 수많은 인사들이 국가인권위원을 역임했지만 이충상, 김용원 두 사람만큼 노골적으로 국가인권기구의 기능을 무력화시키고 혐오와 차별을 조장하는 언사를 일삼으며 국가인권위원회 구성원들에게 모욕과 참담함을 준 인사들은 없었다”며 “그 의도가 무엇이건 간에 이들이 막무가내로 이끌어 가려는 국가인권위원회의 경로이탈은 한국사회 인권침해 피해자들에게 큰 상처와 고통을 주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최근 인권위는 보수적 성향의 위원들이 다수를 점한 이후 극심한 내홍을 겪는 중이다. 이들에 의해 인권침해를 진정한 군사망자 유가족들이 수사 의뢰를 당하기도 했고, 두 위원의 주도로 소위에서 1명만 반대해도 해당 진정이 자동 기각되는 ‘소위원회에서 의견 불일치 때의 처리’ 의안이 발의된 상태다.
8일 오전 서울역사박물관 야주개홀에서 열린 세계인권선언 75주년, 2023년 인권의 날 기념식에서 영화 ‘미싱타는 여자들’의 출연진들이 헌정공연을 하고 있다. 고경태 기자
비슷한 시간 기자회견장 근처인 서울역사박물관 야주개홀에서는 오전 10시부터 인권위가 주최한 ‘세계인권선언 75주년, 2023년 인권의 날 기념식’ 행사가 열렸다. 75년 전인 1948년 12월10일 유엔이 채택한 세계인권선언의 뜻과 정신을 되새기기 위해 열린 이날 행사에는 이종석 헌법재판소장, 마리아 카스티요 페르난데스 주한유럽대표부 대표, 이창수 국민의힘 인권위원장 등이 참석했다. 김용원 이충상 상임위원은 이날 행사에 나타나지 않았다.
이날 기념식에서는 국민훈장 석류장, 대통령 표창, 국가인권위원장 표창 개인 및 단체부문 등 총 11명에 대한 2023년 대한민국 인권상 시상도 이뤄졌는데, 국민훈장 석류장은 박용민 부산광역시인권센터 센터장이 받았다. 박용민 센터장은 2002년부터 장애인 인권운동가로서 부산지하철 1호선 엘리베이터 설치 운동, 장애인거주시설 인권실태조사 및 차별사건 대책위 활동을 독립적으로 수행하는 등 장애인 권리 보장을 위해 헌신했으며, 2022년 부산인권컨퍼런스 최초 개최 등 인권 관련 정책 및 문화 발전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고경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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