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오전 열린 국가인권위원회 제34차 상임위원회에서 송두환 위원장이 회의 시작을 알리는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송 위원장 오른쪽으로는 이충상 상임위원과 박진 사무총장.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송두환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 위원장이 김용원 상임위원을 가리켜 “인권위원 자격을 일체 인정할 수 없는 상식에 반하는 행동(을 했다)”고 공개석상에서 비판했다. 여당 쪽 추천 위원들이 다수를 점한 뒤부터 인권위는 극심한 내홍을 겪고 있다.
22일 인권위 전원위원회실에서 열린 상임위원회에서 김 상임위원은 “인권위가 법령을 떠나 자의적으로 운영된다”며 위원회 운영에 관한 여러 비판과 불만을 드러낸 뒤, 강연 일정을 이유로 곧바로 퇴장했다.
이에 송두환 위원장은 “김용원 위원이 많은 이야기를 하고, 발언을 듣지 않은 채 일방적으로 퇴장했다”면서 “민주사회 구성원으로서도 있을 수 없는 일이고 인권위원의 자격, 회의 구성체의 한 구성원으로서의 자격을 일체 인정할 수 없는 정말 상식에 반하는 행동이라는 지적을 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이는 인권위의 극심한 내홍 속에서도 그간 격한 발언을 삼갔던 송 위원장의 ‘작심 발언’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인권위 한 관계자는 “인권위가 지금처럼 합의 정신의 파탄 직전에 이른 것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송 위원장은 헌법재판소 재판관(2007~2013) 출신으로,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21년 9월 취임했다.
22일 오전 열린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 제34차 상임위원회에서 김용원 상임위원이 회의 시작 전 앉아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이날 김 상임위원은 상임위에서 △자신과 이충상 상임위원을 비판하는 인권단체 토론회 장소로 인권위 시설을 제공한 점 △23일 열리는 국제컨퍼런스 준비 과정에서 협의가 이뤄지지 않은 점 등을 길게 비판한 뒤 답을 듣지 않고 자리를 떴다. 김 상임위원은 지난 2월 윤석열 대통령이 임명했다.
인권위는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뒤 인권위원 구성이 여당 쪽 추천 위원 수가 우세하게 바뀌면서, 일부 위원들의 막말·혐오 발언 논란 및 위원들간 신랄한 비난 등이 외부에 고스란히 표출되는 등 어지러운 상황을 겪어왔다. 최근엔 인권단체는 3개월간 소위원회 개최를 거부한 김 상임위원을 고발했고, 군인권보호관을 겸한 김 상임위원은 자신의 집무실이 있는 인권위 15층을 항의방문한 군인권센터 관계자와 군사망자 유족들을 특수감금 혐의로 경찰에 수사의뢰하기도 했다.
김 상임위원은 송 위원장의 발언을 뒤늦게 듣고 한겨레에 “최근 송 위원장의 4가지 위법한 업무집행 사례를 구체적으로 제시했고, 법령에 맞게 인권위를 운영해야 하며, 정치적 이념적 편향성을 버릴 것을 촉구했을 뿐인데 그에 관해서는 성찰 없이 본인의 인격을 폄하하기에 급급한 모습을 보였다니 참으로 딱하다”고 말했다.
고경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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