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섭 수원지검 2차장검사의 비위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이 차장검사의 처가에서 운영하는 수도권 골프장을 이용한 현직 검사들의 이름을 확보했다. 이들 검사를 상대로도 조사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부장 김승호)는 7일 오전 이 차장검사의 청탁금지법 위반, 공무상 비밀누설 등 혐의와 관련해 제보자인 이 차장검사 처남의 부인 강미정씨를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했다. 강씨는 조사에서 이 차장검사 처가의 골프장에 자주 방문한 것으로 추정되는 검사들의 실명을 진술했다. 해당 검사들은 골프장을 자주 출입하면서 골프장 안에 있는 사택에 묵고 사택 지하에 있는 바를 이용했다고 한다.
검찰은 이 차장검사와 그의 부인이 다른 검사들의 골프장 예약에도 관여했다는 내용의 진술도 받았다. 강씨 변호인인 류재율 변호사는 “검찰이 (골프장을 이용한) 검사들을 상대로 확인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대가 관계가 있으면 뇌물이고, 최소 청탁금지법 위반 사안”이라고 말했다. 다만, 해당 검사들이 자비로 골프장을 이용했는지, 예약 편의 제공만 받았는지 등은 명확히 진술하지 않았다.
김의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10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이 차장검사가 처남에게 주변 검사 선배나 동료 등이 처가의 골프장을 이용할 수 있도록 부탁하는 내용의 문자를 공개했다. 또 김 의원은 이 차장검사가 2020년 12월 엘리시안 강촌 리조트에서 한 대기업 고위 임원에게서 접대를 받았고 처남이 운영하는 용인씨씨 골프장 직원과 가사도우미의 범죄기록을 조회했다는 등의 의혹을 제기했다.
이후 민주당은 이 차장검사를 청탁금지법·주민등록법 위반, 공무상 비밀누설, 직권남용 등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고, 현재 이 사건은 서울중앙지검이 수사 중이다. 수사팀은 지난달 20일 의혹이 제기된 골프장과 리조트를 압수수색했고, 대검찰청은 이 차장검사를 대전고검 검사 직무대리로 발령냈다.
한편 민주당은 이 사건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도 고발하고 이 차장검사 등의 탄핵 소추안을 의결했다. 강씨는 남편 조아무개씨를 대마 흡연 및 소지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는데, 이 차장검사가 남편 마약 사건 무마에 영향력을 미쳤을 것이란 의혹도 제기한 바 있다.
정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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