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대 대법원장 후보자가 지난달 15일 오전 서울 서초구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5~6일 인사청문회를 앞둔 조희대 대법원장 후보자가 사형제와 국가보안법 폐지는 시기상조라는 견해를 내놨다. 더불어 ‘자동발급’이라는 비판을 받는 압수수색영장을 포함해 현재 영장 실무 전반을 검토해 제도 개선을 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는 등 검찰권 통제 의지도 엿보였다.
4일 조 후보자가 국회 인사청문특별위원회에 제출한 서면 답변서를 보면 사형제 폐지와 관련해 “연쇄 살인이나 테러 등 극히 잔혹하면서도 반인륜적인 범죄가 여전히 발생하고 있고, 국민의 법 감정이나 사형제도가 가지는 응보형으로서의 상징성도 쉽게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현 단계에서 사형제를 폐지하는 것은 여전히 이른 면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사형제도의 폐지는 사형제도를 대체할 만한 종신형 제도 등이 도입되는 것을 전제로 국민의 의견수렴을 거쳐 신중하게 결정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국가보안법 폐지 역시 시기상조라는 입장이다. 조 후보자는 관련 질문에 “남북이 대치하고 있는 현실, 국가안보의 중요성 등을 감안할 때, 국가의 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 등 헌법질서를 수호하는 데 필요한 핵심 내용을 모두 폐지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답변했다. 다만 “과거에 국가보안법이 지나치게 확대 적용되어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사례가 있기도 하였으므로, 오·남용 가능성을 최소화하고 입법 목적 달성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범위에서만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하는 방향으로 법률을 해석·적용하도록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답변서에는 검찰권 통제에 대한 의지가 엿보이기도 한다. 조 후보자는 법무부가 수사권 조정법안에 반하는 시행령 개정으로 검찰 직접 수사범위를 넓혀 ‘시행령 통치’라고 비판받고 있는 것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 “대법원장 후보자로서 그에 관하여 개인적인 견해를 밝히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면서도 “규율대상이 국민의 기본권 및 기본적 의무와 관련한 중요성을 가질수록 그리고 그에 관한 공개적 토론의 필요성 또는 상충하는 이익 사이의 조정 필요성이 클수록, 국회의 법률에 의해 직접 규율될 필요성이 크다는 생각은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수사범위처럼 국민의 기본권과 밀접한 내용은 시행령이 아닌 법률로 규율해야 한다는 입장으로 해석된다.
압수수색영장 제도 개선 의지도 밝혔다. 압수수색영장은 지난해 기준 99.1%(일부 기각 포함)가 발부되어 법원의 검찰권 통제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특히 사생활 정보가 집약된 휴대전화 등 전자정보에 대한 광범위한 압수수색 허용은 기본권 침해라는 비판이 이어졌다. 이에 대법원은 올해 초 압수수색 영장 발부 때 수사 관계자 등에게 영장 발부 필요성 등에 대한 소명을 듣는 대면 심리제도를 도입하려 했지만, 검찰의 거센 반발로 보류된 바 있다. 이에 대해 조 후보자는 “법원이 전자정보에 대한 광범위한 압수수색을 적절히 통제해야 한다는 점에 대해서는 이론이 있을 수 없을 것”이라며 “그런 의미에서 임의적 대면심사제도 도입의 필요성에 대해 공감하는 부분이 있다”는 입장을 내놨다. 다만 조 후보자는 “수사 밀행성과 신속성 또한 중요한 가치이므로 이를 해하지 않는 제도 운용 방안에 대해서도 충분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어 “압수수색을 포함하여 현재 운용되고 있는 영장 실무가 국민의 기본권 보장이라는 영장제도의 본질적인 가치에 충실하게 운용되고 있는가에 대하여도 전반적으로 검토하고 내·외부의 의견을 폭넓게 수렴하여 필요한 제도 개선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검찰 일부 등에서 제기하고 있는 유죄협상제도(플리바게닝)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입장을 내놨다. 조 후보자는 “ 사법자원의 효율적 배분과 공판심리의 충실화를 위하여 미국 등 외국의 유죄협상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도 “유죄협상제도는 헌법상 공개재판을 받을 권리와 실체적 진실주의에 위반될 우려가 있고, 감형을 대가로 허위자백을 유도하고 진술거부권을 약화시킴으로써 종래 자백에 치우쳐 있던 형사실무 관행에 대한 지속적인 개선 노력들을 수포로 돌아가게 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며 사실상 반대 의사를 밝혔다.
성남, 송파 2주택…“조만간 1채 매도할 것”
최근 법관 개인에 대한 인신 공격 등에 대해서 조 후보자는 “법원의 재판도 국가작용이므로 그에 대한 비판과 비평은 얼마든지 허용되어야 하고 법관도 이유 있는 비판은 겸허히 수용해야 한다”고 전제하면서도 “최근 재판 결과에 대한 불만이 법관 개인에 대한 인신공격성 비난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늘고 있는데, 이와 같은 현상이 만연해질 경우 법관들은 위축될 수밖에 없고, 재판의 독립과 법치주의는 위태로워지게 된다”고 했다. 이어 “사법의 공정한 운영을 저해하고 법관 등 사법업무 종사자의 심리적 위축을 초래하는 행위를 근절하기 위하여 이른바 사법질서보호법 등 별도의 법률을 제정하는 방안, 형법상 법정모욕죄를 개정하거나 법원조직법상 제재를 강화하는 등 개별 법률을 개정하는 방안 등이 검토되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와 별도로 기관 차원에서의 적극적인 대응을 위한 조직체계 구축, 대응매뉴얼 마련 등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대법관 퇴임 직후인 지난 2020년 6월 서울 송파구 마천동의 재개발 지구 내 빌라를 매입해 2주택자가 된 것에 대해서는 “재개발이 완료되면 실제 입주하여 거주할 의사로 마천동 빌라를 매수하게 되었다”며 “이후 기존에 보유하고 있던 성남 소재 아파트를 매각하고자 하였으나 부동산 경기 상황 등으로 인하여 매각이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않았고, 2주택 상황이 해소되지 않아 마천동 빌라 역시 매각을 추진하였으나 현재까지는 매각이 원활히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이어 조만간 주택 하나를 매도할 계획이라고 했다.
비상장회사인 ‘경일’ 주식을 조 후보자 부부가 보유하고 있는 경위에 대해서는 “처가 쪽에서 증여받은 것”이라고 밝혔다. 조 후보자 부부는 경일 주식 380주를 보유하고 있는데, 이 회사는 장인이 정미소를 운영하기 위해 1938년부터 설립한 법인으로 현재는 조 후보자의 처가 쪽에서 운영하고 있다고 한다. 조 후보자는 경일 지분이 “부부 소유 합산하여 약 4.2% 정도”라며 “주식을 양도하거나 처분할 방법도 없어 이에 대하여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고 있었고, 30년 넘게 단순히 주주로 등재되어 있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정치후원금을 낸 사실이 있냐는 질문에는 “2021년경 대학 및 연수원 시절부터 오랜 친우인 최재형 (국민의힘) 의원이 당시 당내 대선 후보 경선에 참여하자 순수히 응원하는 마음으로 1회 100만 원을 후원한 사실이 있다”고 했다.
정환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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