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와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지하철 4호선 혜화역 승강장에서 출근길 선전전 및 기자회견을 열려다 경찰과 서울교통공사에 제지 당해 역사 밖으로 나와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이들은 국회에 장애인 이동권 관련 예산을 심의할 것을 촉구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의 지하철 행동을 지지하면서 ‘장애인 이동권’을 보장하라고 외친 시민사회단체를 서울교통공사가 4일 10여분 만에 강제 해산시켰다. 명목은 ‘소란 행위’를 했다는 것인데, 자칫 역사 내 모든 집회는 금지할 수 있는 위법적 조치라는 비판이 나온다.
시민사회단체 공권력감시대응팀은 이날 아침 8시 서울지하철 4호선 혜화역 승강장에서 ‘연대와 집회로 전장연과 함께하는 시민사회 행동’ 연속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 자리에는 박경석 전장연 대표 등 40여명이 참석했다. 앞서 11개의 시민사회단체는 이날부터 오는 8일까지 전장연과 연대하고 서울교통공사와 경찰의 조치에 항의하는 의미에서 회견을 이어간다고 밝혔다.
먼저 랑희 공권력감시대응팀 활동가는 “전장연의 투쟁이 3년차에 접어들었는데 장애인 예산은 늘지 않고 서울교통공사와 경찰의 탄압만 늘어나고 있다”며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할 수 있는 지하철을 요구하는 일은 지극히 상식적인 일이 아닌가”라고 말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와 시민단체 회원들 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지하철 4호선 혜화역 승강장에서 출근길 선전전 및 기자회견을 열려다 경찰과 서울교통공사에 제지 당해 역사 밖으로 이동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역사에 미리 배치돼있던 서울교통공사 쪽은 회견이 시작되자마자 3차례 경고 방송을 했고, 10여분 만에 박 대표 등 활동가들을 밀어냈다. 그 과정에서 “천천히 안전하게 이동할 테니 밀지 말라”는 단체 쪽과 “지하철 못 타게 하라”는 서울교통공사 쪽과 경찰이 뒤엉켰다. 결국 박 대표는 승강기를 타고 자리를 떠났고, 나머지 활동가들도 역사 밖으로 쫓겨났다. 이번 회견에 투입된 서울교통공사 쪽 인원은 100여명, 경찰 쪽 인원은 80여명이었다.
이후 혜화역 2번 출구 앞에서 진행된 회견에서 박 대표는 “정부에서 시위를 낙인화하는 과정을 매일 겪어왔다. 그것이 만 2년, 그리고 하루가 더 지났다”며 “나이가 들어 지하철 승강기를 타려고 줄을 서 있으면 그 때 우리의 목소리의 의미를 알게 될 것이다. 지금부터 같이 바꾸는 과정으로, 함께 가면 좋겠다”고 말했다.
전장연과 단체는 ‘함께 출근하고 싶다. 장애인 이동권 보장하라’, ‘불법은 없다. 집회할 권리 보장하라’는 구호를 외친 뒤 더 이상의 충돌 없이 집회를 마무리했다.
서울교통공사 쪽에서 강제 퇴거의 근거로 제시한 법은 철도안전법 50조다. ‘철도의 안전·보호와 질서유지를 위해 하는 철도종사자의 직무상 지시를 따르지 않는 사람’은 퇴거 조치를 할 수 있다는 것인데, 공사 쪽은 전장연과 단체의 기자회견을 ‘질서유지를 위한 금지행위’에 해당하는 소란 행위나 연설·권유 행위로 해석하고 있다.
공사 관계자는 “승객의 동선을 방해하는 것도 ‘안전에 위배된다’고 판단해 퇴거 요청이 가능하다”면서 ‘사실상 모든 회견은 법에 따라 조처가 가능하다는 말인지’를 묻는 말에 “그렇다. 역 직원의 지시에 따라야 하는 것”이라고 답했다.
그러나 회견을 폭언·고성방가 등 소란이나 연설·권유 행위로 보기엔 무리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정당한 기준 없이도 역사 내 집회·시위를 금지할 수 있는 셈이라 헌법을 위배하는 조치라는 시각도 있다. 박한희 희망을만드는법 변호사는 “회견을 고성방가로 보고, 침묵시위마저도 권유 행위로 보는 등 기존 법의 취지를 넘어선 무리한 법 적용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가윤 기자
gayoon@hani.co.kr 고경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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