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오전 서울 지하철 4호선 혜화역 내 승강장에 서울교통공사 직원들이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의 지하철 탑승을 막고자 방패를 세운 채 일렬로 서있다. 정봉비 기자
1일 출근길 지하철 탑승 시위를 예고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가 지하철 탑승 대신 승강장 내 ‘침묵 선전전’을 하겠다고 했으나, 서울교통공사(공사)의 제지로 승강장 진입조차 하지 못했다.
전장연은 이날 아침 8시 서울지하철 4호선 혜화역 승강장에서 진행하려고 한 지하철 탑승 시위를 유보하고 승강장에서 ‘침묵 선전전’을 하겠다고 밝혔다. 전장연은 이날 낸 입장문에서 “국회에서 진행되고 있는 2024년도 예산에 대한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의회의 심의를 기다리겠다”며 침묵 선전전 방침을 밝혔다.
공사는 전장연의 지하철 탑승을 막고자 이른 시간부터 분주하게 움직였다. 아침 7시8분부터 공사는 역사 내 혼잡을 방지하고자 바리케이드(질서유지선)를 설치했다. 7시28분부터는 전장연 회원들의 지하철 탑승을 막고자 승강장 중간에 방패를 든 공사 직원 100여명이 일렬로 서 있었다.
이후 전장연 활동가 10여명이 7시50분 혜화역 3번 출구 쪽 엘리베이터를 통해 역사 내로 진입했다. 한명희 전장연 조직실장은 “승강장 내로 진입은 시도하겠지만, 구호도 하지 않고 조용히 침묵시위를 하다가 나가겠다”고 말한 뒤, 박 대표가 승강장 진입을 시도했지만, 공사 쪽이 이를 제지했다.
박 대표는 “이동권 보장을 위해 왔는데 그 권리를 왜 불법이라 말하냐”라며 “접근조차 못 하게 하면 공무 남용”이라고 항의했다. 그렇다면 침묵시위를 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 달라고 요청했으나, 공사는 “시민들이 불편하다”며 거부했다.
이날 전장연과 함께 온 장혜영 정의당 의원은 “시민들이 불편할 수 있지만, 장애인들의 과도한 진압이 오히려 시민들에게 혼잡을 주는 행위”라며 “지금 목격하고 있는 것은 대한민국의 법치가 무너져 있는 참혹한 현실”이라고 말했다. 공사 쪽과 강하게 언쟁을 벌이던 박 대표는 오전 8시48분 결국 승강장 진입을 포기하고 자리를 떠났다.
그러나 이날 공사 쪽이 전장연을 퇴거 조처한 법적 근거가 불분명해 논란이 일 전망이다. 철도안전법상 ‘폭언 또는 고성방가 등 소란을 피우는 행위’를 할 경우 퇴거 조처할 수 있는데, 전장연의 경우 침묵 선전전을 예고했는데 모여 있는 것만으로도 문제삼았기 때문이다. 최영도 공사 고객안전지원센터장은 “침묵이든 아니든 역이 용인할 수 없는 시위 그 자체를 했기 때문에 ‘소란’이고 퇴거 요청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앞서 공사는 지난달 23일 전장연의 탑승 시위를 원천 봉쇄한다며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을 적극적으로 해석해 ‘지하철 역사 출구 진입부터 막겠다’는 방침을 세운 바 있다. 이와 관련 경찰은 “옥내 집회 및 시위는 집시법 적용 대상이 아니다”라며 난색을 표한 바 있다.
1일 오전 서울 지하철 4호선 혜화역 내에서 정의당 장혜영 의원과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대표가 서울교통공사 쪽 제지로 승강장 진입하지 못하고 서있다. 정봉비 기자
곽진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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