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에 취해 택시 기사를 폭행하고 블랙박스 영상 등 증거를 없애려 한 혐의로 기소된 이용구 전 법무부 차관이 2심 선고를 마친 뒤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을 빠져나가고 있다. 연합뉴스
술에 취해 택시 기사를 폭행하고 블랙박스 영상 등 증거를 없애려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용구 전 법무부 차관이 대법원에서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확정받았다.
대법원 3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30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의 운전자 폭행과 증거인멸 교사 혐의로 기소된 이 전 차관의 상고를 기각하고 징역 6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이 전 차관은 2020년 11월6일 밤 술에 취한 채 택시를 타고 서울 서초구에 있는 집 인근에 도착한 뒤 자신을 깨우는 택시 기사의 멱살을 잡는 등 폭행한 혐의를 받았다. 사건 이틀 뒤인 8일 기사에게 합의금 명목으로 1천만원을 주며 폭행 장면이 담긴 차량 내 블랙박스 영상을 삭제해달라고 요청한 혐의로도 기소됐다. 2020년 4월 법무부 기조실장을 그만둔 이 전 차관은 당시 민간인 신분이었다. 하지만 사건 한달 뒤인 2020년 12월 법무부 차관으로 임명됐다.
당초 이 사건은 서울 서초경찰서가 반의사불벌죄인 단순 폭행죄를 적용해 내사 종결했다. 이후 이 전 차관이 2020년 12월 차관으로 임명된 뒤 언론을 통해 사건이 알려지면서, 피해자 의사와 무관하게 처벌하는 특가법의 운전자 폭행죄로 처벌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번 사건처럼 택시기사가 승객을 내려주기 위해 ‘일시 정차’한 경우에도 특가법의 운전자 폭행죄가 적용되기 때문이다. 검찰은 2021년 9월 이 전 차관을 특가법상 운전자 폭행과 증거인멸 교사 혐의로 기소했다.
이 전 차관은 줄곧 폭행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증거인멸 교사 혐의는 부인해왔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공수처장) 후보로 거론되던 상황에서 언론 유포를 막기 위한 취지였을 뿐 증거인멸 목적이 아니라는 주장이었다. 법원은 이런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법률 전문가인 이 전 차관이 피해자에게 블랙박스 영상 삭제를 요청했을 뿐만 아니라 “운전석이 아닌 차에서 내려서 깨우던 중 폭행당했다”고 허위 진술해 달라고 부탁했다는 점을 종합하면 증거인멸 교사 의도가 인정된다는 것이다. 1·2심은 이 전 차관의 혐의를 모두 유죄로 판단해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 선고했다. 대법원은 원심의 판단을 수긍해 형을 확정했다.
블랙박스 영상을 보고도 내사 종결해 특수직무유기 혐의 등으로 함께 기소된 전직 서초경찰서 경찰관 진아무개씨는 이날 무죄를 확정받았다. 1·2심은 진씨에 대해 “운전자 폭행 사건을 일반 폭행 사건으로 축소하기로 마음먹고 처리했음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착오 등으로 인해 이 사건이 특가법상 운전자 폭행죄에 해당한다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한 상황에서 필요해 보이는 적절한 조치를 성실히 수행하지 않았던 것에 불과하다”고 판단했다.
이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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