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에 취해 택시 기사를 폭행하고 블랙박스 영상 등 증거를 없애려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용구 전 법무부 차관이 2심에서도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이 전 차관은 상고하겠다고 밝혔다.
서울고법 형사2부(재판장 이원범)는 9일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운전자 폭행)과 증거인멸교사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이 전 차관에게 1심과 같이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이 전 차관 쪽은 줄곧 폭행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증거인멸교사 혐의는 부인했다. 또 폭행 혐의에 대해서는 양형이 너무 무겁다고 항소했다. 검찰 역시 항소하면서 이 전 차관의 형량이 너무 가벼워 부당하다는 이유를 들었다.
항소심도 이 전 차관의 혐의를 모두 유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 전 차관의 동영상 삭제 요청 행위와 택시기사의 삭제 사이에는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본 원심 판단이 수긍된다”면서 “원심 판단에 잘못이 있다는 항소 이유는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어 “운전자 폭행 범행은 교통사고를 야기할 위험성이 높으므로 죄책이 가볍다고 볼 수 없다”면서 “다만 담당 수사관이 내사 종결한 것에 증거인멸교사가 큰 영향을 미쳤다고 보긴 어렵다”며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이 전 차관은 2020년 11월6일 밤 술에 취한 상태로 택시를 타고 잠들었다가 서울 서초구 자택 인근에 도착해 기사가 깨우려고 하자 그의 멱살을 잡고 밀치는 등 폭행한 혐의를 받았다. 사건 이틀 뒤인 8일 택시 기사에게 전화해 폭행 장면이 담긴 차량 내 블랙박스 영상을 삭제해달라고 요청한 혐의도 받았다.
당초 이 사건은 서울 서초경찰서가 반의사불벌죄인 단순 폭행죄를 적용해 내사 종결했다. 이후 이 전 차관이 2020년 차관직에 임명된 뒤 언론을 통해 사건이 알려지면서, 피해자 의사와 무관하게 처벌하는 특가법상 운전자 폭행죄로 처벌하는 게 맞는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번 사건처럼 택시기사가 승객을 내려주기 위해 일시 정차한 경우에도 특가법상 운전자 폭행죄가 적용되기 때문이다.
블랙박스 영상을 보고도 내사 종결한 전직 서초경찰서 경찰관 진아무개씨도 특수직무유기 혐의 등으로 함께 기소됐지만 1, 2심에서 모두 무죄를 받았다. 항소심 재판부도 이날 무죄를 선고하자 진씨는 눈물을 흘렸다. 이 전 차관은 선고 직후 취재진에 “변호인들과 상의해서 대법원 상고를 잘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정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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