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구 전 법무부 차관의 택시기사 폭행 사건과 관련해 ‘봐주기 수사’ 의혹을 받은 당시 서울 서초경찰서 담당 수사관이 해임됐다. 그러나 수사 지휘 책임이 있는 당시 경찰서장은 경징계를, 형사과장 등 중간 간부들은 정직 처분을 받는데 그쳤다.
3일 경찰청은 지난달 27일 징계위원회를 열고 이 전 차관의 택시기사 폭행 사건 지휘·보고라인에 있던 전 서초경찰서장과 형사과장 등 모두 4명의 징계를 의결했다고 밝혔다. 전 서초경찰서 형사과장과 형사팀장은 각각 정직 2개월, 1개월 징계 처분을 받았다. 그러나 말단인 담당 수사관(경사)은 해임됐다. 경찰 공무원 징계는 파면, 해임, 강등, 정직 등 중징계와 감봉, 견책 등 경징계로 나뉜다.
앞서 이 전 차관은 지난해 11월 술에 취해 택시를 탔다가 자택 앞에서 자신을 깨우는 택시기사의 멱살을 잡아 경찰 조사를 받았다. 그러나 경찰은 피해자가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등의 이유로 ‘운행 중 폭행’에 적용하는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특가법)을 적용하지 않고 단순 폭행 혐의로 내사 종결해 봐주기 수사 의혹이 일었다.
이에 서울경찰청(서울청)은 올해 1월부터 청문·수사 합동 진상조사를 진행한 뒤 지난 6월 이 전 차관의 폭행 사건을 수사했던 서초경찰서 담당 수사관 ㅈ경사를 특수직무유기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 ㅈ경사가 사건 당시 블랙박스 영상을 확인하고도 적절한 조처를 하지 않은 채 윗선에 보고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경찰은 ㅈ경사에 대해서만 형사 책임을 묻고 “(경찰) 내·외부의 부정한 청탁이나 외압 사실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봐주기 의혹에 선을 그었다. 서초서장과 형사과장, 팀장 등 ㅈ경사의 상관들에 대해서는 “이번 사건과 관련된 특이사항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결론 내렸다. 다만 서울청은 ㅈ경사의 부적절한 사건처리에 대한 지휘·감독 소홀 책임을 묻기 위해 당시 지휘라인에 대해서는 감찰을 진행해왔다.
경찰로부터 사건을 넘겨 받은 검찰은 지난 9월 이 전 차관을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운전자 폭행, 증거인멸교사(폭행 장면이 담긴 블랙박스 영상을 삭제해달라고 한 혐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은 ㅈ경사도 최초 수사 때 이 전 차관을 입건하지 않고 단순폭행으로 내사 종결한 혐의(특가법상 특수직무유기) 등으로 불구속 기소했다.
박수지 기자
suj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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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구 사건 외압·청탁 없어”…납득 어려운 경찰의 ‘셀프 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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