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에 취해 택시기사를 폭행한 혐의를 받는 이용구 전 법무부 차관이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중앙지검 형사5부(부장 박규형)는 16일 이 전 차관을 택시기사를 폭행한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운전자 폭행)와 폭행 장면이 담긴 블랙박스 영상을 삭제해달라고 한 혐의(증거인멸교사)로 불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이 전 차관이 변호사 시절이던 지난해 11월6일, 술에 취해 택시를 타고 귀가하던 중 운전 중인 택시기사 목을 움켜잡고 밀치는 등 폭행했다고 판단했다. 또한 사건이 일어나고 이틀 뒤, 택시기사에게 폭행 장면이 담긴 동영상을 삭제해달라고 요청해 증거인멸을 교사했다고 봤다.
검찰은 이 사건 담당 경찰 ㄱ씨도 최초 수사 때 이 전 차관을 입건조차 하지 않고 단순폭행으로 내사 종결한 혐의(특가법상 특수직무유기) 등으로 불구속 기소했다. 그해 11월11일, 택시기사가 제시한 휴대전화에서 폭행 장면이 담긴 동영상을 확인했지만 증거 확보나 분석 없이 단순폭행죄로 보고 내사종결했다는 것이다. 또한 폭행 장면이 담긴 동영상 존재를 인지했지만 영상이 확인되지 않는다는 허위 내용이 기재된 내사결과보고서를 작성했다는 혐의(허위공문서작성)도 적용했다. 검찰은 ㄱ씨 상관이었던 당시 서초경찰서장과 형사과장·형사팀장은 ㄱ씨에게 동영상 존재를 보고받지 못했고, 부당하게 지시한 사실이 확인되지 않아 불기소 처분했다고 밝혔다.
다만, 증거인멸 혐의로 입건된 택시기사는 기소유예 처분했다. 검찰 관계자는 “택시기사는 폭행 피해자인 데다, 이 전 차관과 합의한 뒤 그의 부탁에 따라 동영상을 지운 점 등을 고려했다”고 말했다.
이 전 차관은 지난해 11월, 서울 서초구 자택 앞에서 술에 취한 자신을 깨우려던 택시기사의 멱살을 잡은 혐의로 수사를 받아왔다. 경찰은 당시 택시기사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밝히자 반의사불벌죄인 폭행 혐의를 적용해 사건을 내사 종결했다. 하지만 이후 피해자가 처벌을 원치 않아도 수사를 할 수 있는 특가법상 운전자 폭행죄를 적용하지 않았다는 점이 논란이 되면서 ‘봐주기 수사’ 의혹으로 번졌다. 당시 경찰은 “혐의를 입증할 블랙박스 영상이 없다”고 해명했지만, 사건 당시 경찰이 블랙박스 영상을 확인한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수사가 본격화되자 이 전 차관은 취임 6개월 만인 지난 5월 사퇴했다.
전광준 기자
light@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