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김기현 대표가 30일 김포골드라인을 관리하는 김포한강차량기지를 방문, 열차 내부를 둘러보고 있다. 연합뉴스
“특히 김포 같은 경우엔 출퇴근 통학이 워낙 많은 분들이기 때문에, 힘겹게 일터로 나가야 되고, 학교 나가고, 또 마치고 돌아오는 그 과정에 교통 때문에 힘 빠지지 않도록 해야 되겠다 말씀을 드리고 싶다.” (30일 ‘해결사 김기현이 간다’ 수도권 신도시 교통대책 마련 간담회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 발언)
“김포는 이 도시에서 출퇴근하는 인구의 85%가 서울로 출퇴근하는 특수성을 담아서 얘기하니 수긍하는 것” (30일 간담회 뒤 유의동 국민의힘 정책위의장)
여당이 지난 30일 경기 김포시의 서울 편입을 당론으로 추진할 수 있다고 밝히면서 ‘서울시 김포구’가 현실화되느냐를 두고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집값 상승과 교통 여건 개선을 기대하며 찬성하는 여론이 있는가 하면, 지역 균형발전에 역행하는 행태이자 실현 가능성 없는 ‘총선용 전략’에 불과하다는 반대 여론이 맞섭니다.
국민의힘은 총선용 전략이라는 비판에 선을 그으며 ‘왜 김포냐’는 질문에 다른 수도권 지자체 요청이 있으면 검토하겠다면서 ‘서울로 출퇴근하는 김포시민이 많다’는 근거를 앞세웁니다. 그런데 김포에서, 또 다른 수도권 지자체에서 서울로 통근·통학하는 인구는 얼마나 될까요?
고양시가 서울 통학·통근 인구 1위
통계청의 ‘2020 인구주택총조사’의 통근·통학 인구(12살 이상) 집계 결과를 살펴보면 김포는 통근·통학 인구가 6만4명으로 경기도 31개 지자체 중 10번째입니다. 인구주택총조사는 매년 진행되지만, 통근·통학 등 세부적인 특성항목은 5년 주기로 작성됩니다.
인구주택총조사를 보면 경기도에서 매일 125만5518명이 서울로 통근·통학을 하는데, 고양시가 16만3298명으로 인원이 가장 많습니다. 그다음 성남(12만8860명), 부천(10만5457명) 남양주(10만2004명), 용인(9만1605명) 등의 순입니다. 경기도는 아니지만 서울로 오가는 인천광역시 출퇴근 인구는 16만4282명으로 김포보다 약 2.7배 많습니다.
2020년 지자체 인구 현황 대비 서울 통근·통학 인구 비율을 따져봐도 김포는 인구 47만3970명 가운데 서울로 통학·통근하는 인구가 12.7%를 차지해, 광명(20.4%)·하남(20.2%)·과천(19.9%)·고양(15.1%) 보다 낮습니다.
유의동 의장의 “출퇴근하는 인구의 85%” 발언도 과장이 있어 보입니다. 2020년 인구주택총조사를 보면, 김포의 전체 통근·통학 인구는 24만7724명으로 이중 서울로 통근·통학하는 인구는 약 24.2%를 차지합니다. 2023년 9월 기준 김포시 인구는 48만5943명(주민등록인구 기준)으로 2020년 인구주택총조사 보다 1만1973명 증가했습니다.
4월14일 오전 김포도시철도(김포골드라인) 김포공항역에서 승객들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걸어서 3분이면 서울인데…우리도 편입해달라”
통계를 보면 여당의 김포 서울 편입 추진은 당연히 형평성 논란을 불러올 수밖에 없습니다. 온라인 커뮤니티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서울과 김포 외 지역에 거주하는 이들은 ‘이참에 전국을 다 서울로 합치자’고 꼬집고 있습니다.
“○○시민인데 걸어서 3분이면 서울이다. 김기현 대표 논리대로면 경기도권은 다 서울” “비행기 타면 1시간, 제주도도 서울로” “강남으로 다 합치자” “성남, 일산, 광명, 하남 다 서울생활권이다” “전국을 서울시로 편입하자” 등의 의견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습니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우려가 나옵니다. 김재섭 국민의힘 서울 도봉갑 당협위원장은 10월3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경기도 일부의 서울 편입을 단호하게 반대합니다. 새로운 서울을 만들어 낼 것이 아니라, 있는 서울부터 잘 챙겨야 합니다”며 “제가 있는 도봉구를 비롯한 서울 외곽의 구는 서울로서 받는 차별은 다 받는데, 서울로서 받는 혜택은 못 받아 왔다”고 반대 의사를 표명했습니다. 그는 “서울특별시 자치구 사이에서의 일부 지방세 수입 재분배 공유의 결과에 변화가 발생해서 기존 서울 자치구 안에서 불이익이 발생할 수 있다”며 “김포, 구리, 광명 하남 등의 서울 편입은 설익은 승부수라고 생각한다”고 밝혔습니다.
“서울 편입하면 출퇴근 시간 빨라지냐”
김포 시민들도 의견이 엇갈립니다. ‘지옥철’로 불리는 김포골드라인 등 열악한 교통 문제는 해결해야 합니다. 그러나 해법이 서울 편입이냐를 두고 의견이 엇갈립니다. 김포 주민들 안에서도 서울 편입이 교통 여건을 개선할 것이라는 기대와 “경기도에서 서울로 바뀌면 출퇴근 시간이 단번에 빨라지냐”는 의구심이 맞섭니다.
서울 편입에 부정적인 시각을 가진 이들은 특히 김포에 ‘실익’이 있을 것이냐를 우려하고 있습니다. “서울 편입이니 뭐니 할 시간에 김포 교통 문제나 좀 빨리 해결해줬으면 좋겠다” 같이 골드라인 개선이나, ‘김부선’으로 불리는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D), 서울 지하철 5호선 김포·검단 연장 사업 등 숙원 사업 추진부터 빨리 해결하라는 요구도 나옵니다. 쓰레기 매립장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서울시의 상황을 언급하며 “편입되면 서울시 쓰레기 매립장 역할만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도 꾸준히 올라옵니다.
메가시티를 통한 도시경쟁력을 강화하는 것에 대해서는 공론화를 통해 차분히 검토해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총선을 앞두고 갑자기 불거져 나온 방안이다 보니 “총선 끝나면 흐지부지된다” “유권자들 현혹하는 것이다” 등 냉소적 반응도 나옵니다.
이승준 기자
gamj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