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연합뉴스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에게 건넸다던 2000만원에 대해 “잘 기억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유 전 본부장의 진술은 앞선 다른 재판에서도 흔들렸고, 이때문에 재판부가 신빙성에 의문을 표하기도 했다.
유 전 본부장은 13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조병구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김 전 부원장의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뇌물 등 혐의 공판에 증인으로 나와 이렇게 말했다. 김 전 부원장은 유 전 본부장에게 대장동 개발 사업 관련 편의 등을 제공하고 1억9000여만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를 받는다.
이날 검찰은 유 전 본부장이 지난 2013년 대장동 개발 민간업자인 남욱 변호사로부터 2000만원을 받아 김 전 부원장과 정진상 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당대표실 정무조정실장에게 건넸는지 물었다. 검찰에서 한 진술을 재확인하는 차원이었다.
그러나 유 전 본부장은 “정진상은 추석과 설에 반드시 챙기는데 김용은 그런 개념이 없다”며 “명확히 설과 추석인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에 검찰은 재판부에 휴정을 요청했다. 재판부는 유 전 본부장에게 “김용씨에게 정확히 언제 가져다줬는지 기억을 전반적으로 못 하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김 전 부원장 쪽은 재판부에게 “공소제기 근거가 허물어졌다”라며 “더 이상의 재판은 무의미하므로 검찰에서 공소취소 등을 검토해 주도록 소송지휘해 줄 것을 재판장에게 요청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공소 취소나 기각 사유까지 되는지 확신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필요하다면 검토해보겠다”고 말했다.
김 전 부원장 쪽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김 전 부원장이 뇌물 1억9000만원을 받았다는 공소사실 중 1억7000만원은 이미 앞서 남욱 변호사가 ‘이재명의 선거자금으로 (유동규에게) 준 돈'이라고 진술했다”라며 “남은 2000만원에 대해 오늘 ‘잘 모르겠다’고 진술했기 때문에 김 전 부원장의 뇌물죄는 모두 성립이 안 된다”고 주장했다. 유 전 본부장 진술이 흔들리는 가운데 재판부는 오는 9월 이 사건에 대한 판단을 내릴 것으로 보인다.
오연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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