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과 관련해 법원이 대장동 민간사업자(대장동 일당) 배임 혐의에 대한 검찰의 공소장 변경을 허가했다. 이들이 대장동 사업으로 성남도시개발공사에 손해를 끼쳤다는 배임 액수는 651억원에서 4895억원으로 늘었다. 앞서 검찰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배임 혐의 등으로 기소하면서 배임 액수를 4895억원이라고 밝혔는데, 이와 맞춘 것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재판장 이준철)는 5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배임)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본부장과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씨, 남욱 변호사, 정영학 회계사 등에 대한 이른바 ‘대장동 본류’ 공판을 열고 이같이 결정했다. 검찰은 2021년 대장동 일당을 기소할 때 성남도시개발공사에 최소 651억원의 손해를 끼쳤다고 공소장에 적었다. 예상 택지개발이익을 평당 분양가 1500만원 이상에서 1400만원으로 축소함에 따라 총이익이 4898억원에서 3595억원으로 줄었고, 지분의 절반을 보유한 성남도시개발공사가 차액(4898억원-3595억원=1303억원)의 절반을 손해 봤다고 검찰은 당시 계산했다.

윤석열 정부 출범 뒤 검찰은 대장동 사업의 총이익을 9600억원으로 늘렸고, 성남도시개발공사는 70%인 6725억원을 받아야 했다고 주장했다. 당시 환수한 수익이 1830억원(확정)뿐이라 그 차액(4895억원)을 성남도시개발공사가 손해를 봤다는 것이다. 지난 3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기소하면서 공소장에 배임 액수를 4895억원이라 적었고, 이에 맞춰 지난 4월28일과 6월2일 대장동 일당 배임 사건의 공소장도 변경해달라고 재판부에 신청했다.

재판부는 이날 공소장 변경을 허가하면서 “변경된 공소사실에 따른 추가 증거조사나 심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대장동 일당의 배임 사건을 기존 공소사실을 토대로 1년 6개월간 심리해왔지만, 배임 액수가 많이 늘어나면서 앞으로 더 심리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또 서울중앙지법 내 다른 재판부에서 심리 중인 이 대표의 배임 사건과의 관련성도 살펴봐야 한다.

최근 기소된 대장동 일당의 이해충돌방지법 위반 사건과 병합할지도 공판준비기일 진행 상황을 보며 조속히 결정하겠다고 재판부는 덧붙였다. 앞서 검찰은 대장동 일당의 배임 사건과 이해충돌방지법 위반 사건을 병합해 달라고 요청한 바 있다. 그러나 피고인들 의견은 엇갈린다. 김만배씨와 정영학 회계사 쪽은 “병합이 신속한 심리를 저해한다”고 반대하는 반면 남욱 변호사와 유동규 전 본부장 쪽은 “병합이 효율성과 피고인 방어권 보장을 위해 유리하다”며 찬성했다. 다음 재판은 오는 23일 열린다.

정은주 기자 ejung@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