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25일 저녁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불법파견 사용자 엄정 처벌과 조속한 대법원 판결을 요구하며 야간문화제를 하던 ‘비정규직 이 제그만 공통투쟁’과 민주노총 금속노조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연행하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경찰이 문화제와 노숙 농성을 ‘변칙적 집회’로 보고 강경 대응에 나섰다. 경찰은 대법원 앞에서 열릴 예정이던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문화제와 노숙 농성을 ‘불법 집회로 변질될 소지가 있다’며 원천 봉쇄하고 관련자들을 체포했다.
힘으로 참가자들을 끌어내기도 했다. 대통령과 여당의 연이은 ‘엄정 대응’ 지시가 경찰의 강경 대응을 부추기면서 충돌을 유발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경찰은 25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열릴 예정이던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문화제와 노숙 농성을 ‘불법 집회를 할 소지가 있다’며 원천 봉쇄하고, 이를 막으려던 참가자 3명을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체포했다.
밤 9시께부터는 경찰력을 투입해 강제해산시켰다. 이 과정에서 참가자들과 경찰 사이에 실랑이가 벌어졌다. 이전까지 경찰은 야간에 벌어지는 집회라도 폭력성을 띠지 않으면 강제해산을 시도하지 않았다.
법원도 이런 경우 경찰의 강제해산은 부당하다고 본다. 이 때문에 경찰은 해산을 시키면서도 ‘강제해산이 아닌 해산 유도’라고 주장했다.
경찰은 이날 오후 2시부터 대법원 앞 인도에 펜스를 설치해 금속노조와 비정규직 이제그만 공동투쟁 등 노동자들의 야간문화제를 사전 봉쇄했다. 이들은 오후 2시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 모여 대법원 앞까지 행진한 뒤, 저녁 7시부터 50여명이 대법원 투쟁문화제와 1박2일 노숙 투쟁을 열 예정이었다. 한국지엠·현대제철·아사히글라스·현대기아차 등에서 수십년간 진행되어온 ‘불법 파견’ 종식을 촉구하며 대법원의 조속한 판결을 요구하는 자리였다.
‘비정규직 이제그만 공통투쟁’과 민주노총 금속노조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25일 저녁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불법파견 사용자 엄정 처벌과 조속한 대법원 판결을 요구하면 야간문화제를 하려고 하자, 경찰이 제지하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문화제와 노숙 농성은 형식상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상 신고 대상이 아니라, 경찰도 그간 대법원 앞 노동자들의 노숙 농성을 막지 않았다. 그러나 경찰은 이날 ‘대법원 앞은 집회·시위 금지 장소’라며 펜스부터 둘러쌌다.
서울경찰청 관계자는 “대법원 앞은 집회·시위 금지 장소이고, (문화제와 노숙 농성이) 불법 집회로 변질될 소지가 있어서 예방 차원으로 폴리스라인을 쳤다”고 설명했다. 발생하지도 않은 일을 발생할 것이라고 예단해, 합법적인 행사마저 봉쇄한 것이다.
경찰이 저녁 6시부터 문화제 행사 차량 등을 견인하겠다고 나서면서 참가자들과 충돌을 빚었다. 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 쪽은 “차량을 직접 뺀다고 했는데도 경찰이 견인한다고 해서 방송차 앞에서 대치하다가 공무집행방해라며 끌려갔다”고 말했다. 결국 경찰은 음향 차량을 강제로 견인했다.
한편 이날 오전 서울 중구 신당동에 있는 서울경찰청 기동본부에서는 8개 부대(480여명)가 참여해 불법 집회 대응 목적으로 불법 행위자 검거·체포 훈련이 진행됐다. 훈련은 시위자들이 해산 명령에 불응하는 상황을 가정한 단계적 강제해산과 검거에 집중됐다. 서울경찰청은 이날부터 다음달 14일까지 3주간 집중 훈련을 한다는 계획이다.
박지영 윤연정 기자
jyp@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