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국회 앞에서 열린 집회를 막아서고 있다. 연합뉴스
경찰이 2017년 문재인 정권 출범 이후 중단했던 ‘불법 집회 해산 및 검거 훈련’을 6년 만에 재개한다. 지난 16~17일 열린 민주노총 전국건설노동조합(건설노조) 집회에 경찰이 손 놓고 있었다는 비판이 나오자, “정신 재무장” 등의 표현을 써가며 윤석열 대통령과 여당의 강경 대응 기조에 발맞추는 것으로 풀이된다.
24일 경찰 설명을 종합하면, 지난 22일 경찰청 경비국장 주재로 열린 회의에서 경찰은 오는 25일부터 다음달 6일까지 전국 경찰 집중훈련을 지시했다. 이와 관련해 경찰 내부에서 회의 결과로 작성된 문건을 보면, “경찰의 안일한 대응에 대한 비난이 있다”며 “구성원 모두가 엄중한 상황임을 인지하고 전열을 재정비해야 한다”며 이런 지시를 내린 것으로 파악됐다. 서울과 경기를 포함한 전국 시·도 경찰청 소속 경찰 기동대 131개 중대가 대상이다.
훈련은 강제 해산 및 행위자 검거에 방점을 뒀다. 문건엔 단계적 해산 및 검거 훈련을 △해산명령 △방송장비 일시 보관 △고착관리(집회 장소 이탈 제한) △강제 해산 및 검거 순서로 진행하라고 적시됐다.
특히 “이번 기회에 모든 기동대원의 정신 재무장이 반드시 필요하다”, “무더운 날씨가 이어지고 있으나, 기동부대 역량 강화 측면에서 강도 높은 훈련을 추진할 것”, “현장활력소(내부망)·블라인드 등을 통한 직원들의 불만 및 비난은 감수할 것” 등의 내용도 담겼다. 실제 직장인 커뮤니티 블라인드에서 한 경찰관은 “지휘부가 책임지기 싫어서 검거나 해산 지시도 못 내리면서 이제 와서 기동대 훈련 부족 탓을 한다”며 “시키는 대로 했는데 돌아온 말은 ‘정신 재무장’”이라고 비판했다.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에 위치한 경찰청 건물 모습. 연합뉴스
서울경찰청 내부에도 공유된 경찰부대 집중훈련 종합 계획을 보면, 서울청 54개 경찰부대를 대상으로 이달 25일부터 다음달 14일까지 연합대형 전술 등의 집중훈련이 진행된다. ‘소음 관련 (스피커 등) 일시보관 조치’ 및 ‘극렬행위자 이격·차단’, ‘경력 폭행자 검거 훈련’ 등에 중점을 둔다는 계획이다.
앞서 이날 오전 정부와 여당은 국회에서 ‘공공질서 확립과 국민 권익 보호를 위한 당정협의회’를 열고 ‘불법 전력’이 있는 단체의 집회·시위를 제한하겠다는 방침을 공식화했다. ‘신고제’인 집회·시위를 사실상 ‘허가제’처럼 운영하겠다는 뜻이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회의를 마친 뒤 “앞으로 집회 신고단계에서부터 철저히 대응하겠다”며 “불법 전력이 있는 단체가 이번 (건설노조) 집회같이 타인의 법익이나 공공 안전질서에 직접적으로 위협을 끼칠 것이 명백한 집회·시위에 한해서는 제한하는 것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출퇴근 시간대 주요 도심의 도로상 집회·시위와 관련해서도 “(당정협의에서) 신고단계에서 제한할 수밖에 없다고 의견이 모아졌다”고 말했다. 당정은 이밖에도 이날 △집회·시위 소음 기준 강화 △집회·시위 대응에 대해 경찰의 공권력 사용을 위축시킨 매뉴얼 개선 △소송 지원 등 경찰 면책 지원 확대 등을 논의했다.
윤연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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