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오전 서울 중구 신당동에 있는 서울경찰청 기동본부에서 8개 부대(약 480여명)가 참여한 가운데, 불법 집회 대응 목적으로 불법 행위자 검거·체포 훈련이 진행됐다. 서울경찰청은 이날부터 다음달 14일까지 3주간 집중훈련을 한다는 계획이다. 서울경찰청 제공
“오래 전부터 대법원 앞에서 농성하고 있었던 것 안다. 하지만 지금은 분위기가 다르다. 야간문화제나 노숙 농성을 다 불법으로 규정해서 엄정 대응하는 기조다.”
25일 경찰이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열릴 예정이던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문화제와 노숙 농성을 ‘불법 집회할 소지가 있다’며 원천 봉쇄했다. 대통령과 여당의 연이은 ‘엄정 대응’ 지시가 이어지자 경찰이 합법적인 야간문화제와 노숙 농성마저 불법 집회로 간주해 강경 대응하기 시작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경찰은 이날 오후 2시부터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 인도에 펜스를 설치해 금속노조·비정규직 이제그만 공동투쟁 등 노동자들의 야간문화제를 사전 봉쇄했다. 이들은 오후 2시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 모여 대법원 앞까지 행진한 뒤 저녁 7시부터 ‘진짜 사장 책임져라’ 대법원 투쟁문화제와 1박2일 노숙투쟁을 열 예정이었다. 한국지엠·현대제철·아사히글라스·현대기아차 등에서 수십 년간 진행되어온 ‘불법파견’ 종식을 촉구하며 대법원의 조속한 판결을 요구하는 자리였다.
경찰은 ‘대법원 앞은 집회·시위 금지 장소’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야간문화제나 노숙 농성은 형식상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에서 규정하는 집회·시위가 아니고, 이런 이유로 경찰도 그동안 대법원 앞에서 진행됐던 노동자들의 노숙 농성을 막지 않았다. 서울경찰청 관계자는 “대법원 앞은 집회·시위 금지 장소이고, (문화제와 노숙 농성이) 불법 집회로 변질될 소지가 있어서 예방 차원으로 폴리스라인을 쳤다”고 설명했다. 발생하지도 않은 일을 발생할 것이라고 예단해, 합법적인 행사마저 봉쇄한 것이다.
이상우 금속노조 조직국장은 <한겨레>에 “‘지금까지 제한 안 하던 대법원 앞 노숙농성을 왜 못하게 하느냐’고 물으니 ‘경찰청장 기자회견 이후부터 야간문화제나 노숙 농성을 다 불법으로 규정해서 엄정하게 대처하기로 했다’고 경찰이 답했다”고 말했다. 경찰청 관계자도 “윤석열 대통령의 엄정 대응 지시 이후 집회 제한을 강화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이날 오전 서울 중구 신당동에 있는 서울경찰청 기동본부에서는 8개 부대(약 480여명)가 참여해 불법 집회 대응 목적으로 불법 행위자 검거·체포 훈련이 진행됐다. 훈련은 시위자들이 해산 명령에 불응하는 상황을 가정한 단계적 강제 해산과 검거에 집중됐다. 방송장비 압수 등 소음규정 위반에 대응하는 훈련도 병행했다. 서울경찰청은 이날부터 다음달 14일까지 3주간 집중훈련을 한다는 계획이다.
6년 만에 부활한 불법 집회 해산 훈련을 두고 이날 직장인 커뮤니티 블라인드의 경찰청 게시판에는 “기동대원들 사기 바닥이고 피로가 극에 달했다. 불법행위 진압·체포 훈련할게 아니라 법적 근거라든지 시스템이나 정비하세요” 등의 불만을 토로하는 글들이 올라오기도 했다.
25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 인도에 경찰이 설치한 펜스. 금속노조 제공
25일 오전 서울 중구 신당동에 있는 서울경찰청 기동본부에서 8개 부대(약 480여명)가 참여한 가운데, 불법 집회 대응 목적으로 불법 행위자 검거·체포 훈련이 진행됐다. 서울경찰청은 이날부터 다음달 14일까지 3주간 집중훈련을 한다는 계획이다. 서울경찰청 제공
25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 인도에 경찰이 설치한 펜스. 금속노조 제공
박지영 기자
jyp@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