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의 ‘2021년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송영길 전 민주당 당대표는 물론, 당시 송 후보 캠프에서 벌어진 일의 전모를 밝히겠다고 나서면서 수사가 어디까지 확대될지 관심이 쏠린다. 돈봉투 수사와 별개로 이정근 전 민주당 사무부총장 알선수재 사건에 등장하는 민주당 쪽 인사들에 대해서도 ‘실제 돈이 건너갔는지’를 확인하겠다는 입장이어서 수사 대상자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전날 돈봉투 조성 핵심 인사로 지목한 강래구 한국수자원공사 상임감사위원의 구속영장을 청구한 검찰은 돈봉투 최종 지시자로 송 전 대표를 의심하며 수사 방향을 잡고 있다. 검찰이 20일 송 전 대표 관련 의혹에 대해 “규명해나가야 할 지점”이라는 뜻을 밝혔지만 이미 송 전 대표 조사는 불가피한 수순이었다. 수사 단서가 된 공개된 녹취를 보면 송 전 대표가 ‘돈봉투’를 알고 있었다는 쪽으로 해석이 가능한 대화가 여럿 등장하기 때문이다. 송 전 대표가 최소한 ‘돈봉투’를 인지했다면 인지한 시점 등에 따라 공범이 될 수도 있다.
돈봉투 수사 관련 입건자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민주당 전당대회 당시 송 후보 캠프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일이 있었는지 사건 전말을 규명하는 것이 신속한 과제”라며 “이를 위해 관여된 사람들을 살펴보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압수수색 대상자 외 추가 입건자들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돈봉투 수사와 별개로 ‘이정근 파생수사’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 전 부총장은 사업가 박아무개씨로부터 각종 청탁을 해결해주겠다는 명목으로 10억여원의 금품을 받은 혐의(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의 알선 수재)로 재판에 넘겨져 1심에서 징역 4년6개월을 선고받았다. 1심 판결문에는 이 전 부총장이 민주당 쪽 유력 정치인과 친분을 과시하며 노골적으로 돈을 요구한 대목이 여럿 등장한다.
판결문을 보면 이씨는 박영선 (당시 중소벤처기업부) 장관과 언니, 동생 하는 사이라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식으로 말하며 사업가 박씨로부터 3천만원을 받아 갔다. 송 전 대표, 노영민 전 청와대 비서실장, 성윤모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류영진 전 식품의약품안전처장, 김현미 전 국토교통부 장관, 이성만 의원 등의 이름도 돈을 받아내는 명분으로 활용했다.
다만 청탁이 실행됐는지, 실제 돈이 건너갔는지는 불확실하다. 박영선 전 장관은 보도 당시 <한겨레>에 “황당한 일이다. 이 사건에 대해 전혀 모른다”고 해명했고, 성 전 장관도 언론에 “그런 분(이 전 부총장)을 알지 못한다. 만난 적도, 통화한 적도 없다”고 반박하는 등 등장인물 대부분이 이 전 부총장을 알지 못한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사업가 박씨도 증인으로 나와 “(실제로) 소개해준 경우는 한번도 없다”고 말했다. 이씨가 ‘로비에 실패했다’며 돈을 돌려준 일도 있었다.
검찰은 실제로 이씨를 거쳐 이 인사들에게 돈이 넘어갔는지, 이들이 실제 이씨의 부탁을 받고 움직였는지 등을 확인하겠다는 입장이다. 검찰은 “이 전 부총장이 사업가 박씨의 여러 청탁을 받고 관련 있는 사람을 통해서 (일을) 알아봤다는 혐의로 기소했다. 이 과정에서 이씨와 친분 있는 여러 의원, 당직자가 등장한다. 어떤 관여를 했는지, 청탁이 구체적으로 있었는지 등을 더 들여다보고 있다. 확인하고 있다고 말씀드린다”고 말했다.
이재호 이정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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