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에 체류 중인 송영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9일(현지시각) 파리경영대학원 앞에서 한국 특파원들과 만나 질의응답을 하고 있다. 파리/연합뉴스
‘2021년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의 중심에 선 송영길 전 대표가 22일로 예정된 프랑스 현지 기자회견 뒤 조기 귀국하겠다는 뜻을 민주당 의원들에게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당내에서 “서둘러 귀국해 책임을 지라”는 요구가 빗발친데다 검찰도 “(송 전 대표의) 적극적인 협조를 바란다”며 귀국을 압박한 데 따른 것이다.
한 민주당 의원은 20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송 전 대표와 오늘 통화했다”며 “그가 ‘국내에 들어오기로 마음을 굳혔고, 22일 파리에서 기자회견을 하며 귀국한다고 발표한다’고 했다. 이르면 다음주 초에 귀국할 것 같다”고 말했다. 민주당 지도부 핵심 관계자도 <한겨레>에 “당에서 여러 경로로 조기 귀국을 요청했고, 송 전 대표도 여러 사람과 상의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조기 귀국 가능성이 높은 걸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의원도 “몇몇 루트로 송 전 대표에게 조기 귀국하라고 설득했고, (송 전 대표도) 긍정적인 면이 있다”고 말했다.
20일 오후 열린 당 의원총회에서는 송 전 대표의 조기 귀국뿐 아니라 강제 출당 의견이 분출했고, 파리에 가서 압송해 와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의총 뒤 강병원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송 전 대표의 정치생명은 끝났다고 본다. 마지막 정치생명을 어디에, 누구를 위해 쓸 건가. 당을 위해서 써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재선 의원도 “당의 상임고문이고 대표를 지냈으면 정무적 판단을 해서 책임 있는 행동을 해야 하는데, 지금 국민 앞에 있어야 할 때 왜 외국에 있느냐”고 규탄했다고 한다. 안규백 의원 등은 의원들이 파리로 가서 송 전 대표를 데리고 오자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지도부는 이날 의총에서 뜻을 모아 대국민 사과를 결의하고 송 전 대표의 즉각 귀국을 촉구했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브리핑에서 “송 전 대표가 즉각 귀국해 의혹의 실체를 낱낱이 밝혀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며 “이런 의원들의 뜻을 감안해 본인의 입장이나 향후 행동을 취해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한 참석자는 “송 전 대표가 기자회견을 하기에 앞서 의총을 통해 당사자에게 당의 심각한 기류를 전달한 것”이라며 “이런 분위기를 전달받고도 기자회견에서 엉뚱한 소리를 하진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검찰은 현재 수사망에 오른 이들을 넘어 수사 대상과 폭을 넓힐 수 있다고 시사하며 송 전 대표를 향해 올가미를 죄었다. 검찰 관계자는 이날 “(송 전 대표의) 적극적인 협조가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엄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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