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박홍근 원내대표가 1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입장하며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7일 ‘2021년 전당대회 송영길 캠프 돈봉투’ 의혹을 공개 사과한 것은 소속 국회의원 10여명이 검찰 수사선상에 올랐고, 이를 뒷받침하는 통화 음성이 언론에 고스란히 보도됐기 때문이다. 검찰은 녹취록에 나오는 ‘돈봉투’ 전달자들을 차례로 불러 최종 수수자를 밝히는 데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돈봉투 ‘받은 자’를 밝히지 못할 경우 전달자 처벌이 어려울 수도 있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부장 김영철)는 전날 ‘돈봉투’ 마련을 지시한 혐의(정치자금법 위반 등)로 강아무개 전 한국수자원공사 상임감사위원을, 돈봉투를 전달한 혐의로 또 다른 강아무개씨 등을 소환조사했다. 지난 13일 압수수색을 받은 윤관석·이성만 의원 등도 조만간 조사받을 것으로 보인다.
수사 성패는 최종 수수자를 밝혀낼 수 있는지에 달려 있다. 수사의 단서가 된 이정근 전 사무부총장의 휴대전화 녹취록에는 다수 전달자가 등장하지만, 최종 수수자는 일부만 등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녹취록은 돈봉투가 오갔다는 정황 증거에 불과하다. 검찰은 돈봉투 ‘전달자’로 의심하는 이들로부터 구체적인 진술을 받아, 받은 자를 특정해야 한다. 정당법은 ‘선거인에게 금품을 제공하거나, 제공의 의사를 표시하거나, 제공을 약속하는 행위’를 처벌한다. 모두 상대방이 있는 행위다. 받은 자를 밝혀내지 못할 경우 일반적으로 ‘전달자’ ‘조성자’ 등을 기소하기 쉽지 않다.
2008년 한나라당 전당대회 당대표 경선 과정에서 불거진 이른바 ‘박희태 돈봉투’ 사건 때 검찰은 수수자를 밝히지 못해 박희태 당시 의원을 ‘300만원 돈봉투 전달’ 혐의로만 기소해 유죄 판결을 받았다. 당시 검찰은 20명에 이르는 금품 수수 의원 명단을 확보했으나 언론 기고문을 통해 ‘자백’한 고승덕 의원에게 전달된 300만원 돈봉투만 수수자를 입증했다. 박희태 의원이 조성한 1억9천만원 중 나머지 1억8700만원은 받은 자를 밝히지 못해 미궁에 빠졌다. 검사장 출신의 한 변호사는 “돈 전달 영상이 없는데 전달한 사람과 받은 사람이 끝까지 발뺌하면 혐의를 입증하기 쉽지 않다”고 내다봤다. 반면 수사 상황을 잘 아는 또 다른 변호사는 “법원이 녹취록만으로 의원실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하기 쉽지 않다. 이 전 사무부총장 등이 구체적인 진술을 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이름이 한번 언급됐다고 (돈봉투) 수수자로 보는 건 위험하다”며 “돈을 건넨 이를 통해 구체적인 정황을 더 수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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