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2021년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과 관련해 사과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021년 전당대회 당시 송영길 캠프에서 돈봉투가 오갔다는 의혹과 관련해 17일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린 점에 대해 당 대표로서 깊이 사과드린다”며 고개를 숙였다. 프랑스 체류 중인 송영길 전 대표에게 조기 귀국을 요청하고, 재발 방지 대책도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이 번진 지 닷새 만에 이 대표가 직접 진화에 나선 것이지만, 사안의 폭발력에 견줘 미흡한 조처란 비판이 나온다.
이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 회의에서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과 관련해 “민주공화정을 무한 책임져야 할 대한민국의 공당으로서 국민 여러분께 실망과 심려를 끼쳐드린 점에 대해서 다시 한번 사과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송영길 전 대표의 조기 귀국을 요청했다. 당은 정확한 사실 규명과 빠른 사태 수습을 위해서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또 “이번 사안은 당이 사실 규명을 하기에는 한계가 뚜렷하다. 수사기관에 정치적 고려가 배제된 신속하고 공정한 수사를 요청한다”고 했다. 사실상 당 차원의 진상조사는 하지 않겠다고 밝힌 것이다. 송 전 대표는 이날 <한겨레>와 통화에서 “이 일은 나와 아무 상관이 없다”며 “이번주 후반이나 다음주 초에 파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내 입장을 밝히겠다”고 말했다.
이 대표의 이날 발언은 지난 12일 서울중앙지검이 정당법·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등으로 민주당 소속 윤관석·이성만 의원실을 압수수색한 지 닷새 만에 나온 공식 입장이다. 당내에서 커지는 위기감을 의식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민주당의 한 초선 의원은 “이 정도 조처로 국민적 반감이 걸러지겠나. 정황이 어느 정도 드러난 의원의 경우 출당 수준의 요구를 하지 않으면 당이 훗날 비난을 뒤집어쓰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 재선 의원 역시 “논란의 중심에 선 송 전 대표는 ‘나는 모른다’고 할 게 아니라 국내에 들어와서 탈당 등으로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정치권도 들끓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 회의에서 “앞에선 민주주의를 강조하며 온갖 정의로운 미사여구로 표심을 사려 했던 민주당이 알고 보니 뒤에서는 돈봉투를 살포하며 금권선거를 자행했다니 국민적 배신감이 이루 말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도 “누가 이것을 개인의 일탈로만 보겠나”라며 “민주당은 관련자들의 적극적인 수사 협조 지시뿐만 아니라, 이 낡고 낡은 정치문화를 도려내는 노력을 함께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엄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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