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주재로 17일 오전 국회에서 최고위원회의가 열리고 있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7일 2021년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에 대해 공식 사과하며 검찰의 신속한 수사를 요청했다. 또 프랑스 파리에 머물고 있는 송영길 전 대표의 조기 귀국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송 전 대표는 17일 <한겨레>와의 전화 통화에서 “이번주 후반이나 다음주 초에 파리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입장을 밝히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일은 나랑 아무 상관이 없다”는 기존 입장은 유지했다. 송 전 대표는 이 사건이 보도된 직후에는 검찰 수사와 민주당 자체 조사에도 “당이든 검찰이든 가서 할 이야기가 없다”며, 귀국은커녕 “룩셈부르크에서 정치인과 정부 관계자들을 만나는 일정을 다녀오겠다”고도 했다. 남의 일 얘기하듯 말한 것이다. 그러다 “귀국 여부도 기자회견 때 말하겠다”며 톤이 조금 달라졌으나, 여전히 민주당 내부 분위기와는 온도차가 크다.
검찰은 2021년 5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송영길 후보 캠프 인사들이 국회의원·대의원 등에게 불법 정치자금을 제공한 혐의를 수사 중이다. 송 후보 당선을 위해 ‘돈봉투’가 살포된 정황이 있고, 윤관석·이성만 의원 등 측근 의원은 물론 자신의 보좌관까지 수사선상에 올라 있다. 언론에 공개된 이정근 전 사무부총장과 이성만 의원의 대화 녹음에는 돈봉투 전달 방법을 논의하며 “송 있을 때 같이 얘기했는데 뭘”이라는 내용도 담겨 있다. 이 전 부총장은 윤 의원에게 돈을 전달한 뒤 송 전 대표 보좌관에게 ‘윤, 전달했음’이라는 메시지를 보냈고, 보좌관은 ‘네’라고 답했다는 언론 보도도 있었다. 이 전 부총장의 휴대전화 녹음 음성파일 3만여개를 검찰이 확보한 것으로 전해진다.
관련자 대부분이 ‘송영길 대표 체제’에서 주요 당직을 맡았다. 송 전 대표 모르게 이런 일이 진행됐다 하더라도, 측근들이 본인 당선을 위한 불법 정치자금 의혹에 연루됐다면 도의적 책임뿐 아니라 정치적 책임까지 지는 것이 마땅하다. 송 전 대표는 처음에는 “이 전 부총장의 개인 일탈”, “윤석열 정부의 국면전환용” 등이라 말하고, 7월까지 예정된 방문 기간을 모두 채우겠다고 했다. 그러다 ‘조만간 입장 발표’로 바뀌었으나, 그럴 만큼 한가로운 상황이 아니다.
당은 이번 사안의 파장이 어디까지 확산될지 몰라 전전긍긍하고 있다. 송 전 대표는 무책임하고 여유로운 태도로 일관할 게 아니라 조속히 귀국해 검찰 수사에 협조하고, 국민에게 진상을 소상히 알리는 데 적극 나서야 한다. 그것이 당과 국민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