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16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측근인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재판에서 김 전 부원장과 핵심 증인인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언성을 높이며 공방을 펼쳤다. 재판부는 이들을 계속 중재하느라 진땀을 빼는 모습이었다.
16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3부(재판장 조병구) 심리로 열린 재판에서는 지난 기일에 이어 유 전 본부장에 대한 반대신문이 계속됐다. 김 전 부원장 쪽은 이날도 유 전 본부장 진술의 신빙성을 집중적으로 따졌다. 김 부원장 쪽 변호인은 유 전 본부장에게 형량을 줄이기 위해 허위진술을 했는지, 검사로부터 구속·기소 여부 등에 대해 이야기를 들은 바 있는지, 김 전 부원장에게 돈을 전달했다는 내용의 자필진술서를 검사와 협의해서 썼는지 등을 물었지만, 유 전 본부장은 모두 부인했다.
김 전 부원장이 직접 나서 유 전 본부장에게 질의하면서 긴장이 고조됐다. 김 전 부원장은 “(2022년) 10월5일 면담보고서에는 정치자금법 사건 내용이 상세하게 기술돼 있는데 왜 (그 뒤인) 10월8일 자필진술서에는 오히려 추상적인 내용만 담겨있느냐”고 추궁했다. 검찰과 면담을 통해 김 부원장의 범죄 혐의를 상세히 말해놓고, 정작 자필진술서는 추상적으로 기록한 이유가 무엇이냐는 취지 질문이었다.
김 전 부원장은 유 전 본부장의 답변을 기다리지 않고 계속해서 목소리를 높여가며 유 전 본부장의 진술이 계속 바뀌어 왔다는 취지로 질문을 이어 나갔다. 김 전 부원장은 “(3번째로 돈을 전달한 장소라는) 경기도청에서 몇시에 나를 만났다고 (검찰에) 진술했냐”고 물었고, 유 전 본부장은 “(김 전 부원장이) 아마 잘 아실 거고, 제가 기억하기는 10시 전후다”라고 응수했다. 이에 김 전 부원장은 “조서에는 9∼10시로 돼 있다”라고 재차 따졌다. 또 김 전 본부장은 “경기도청 북측도로는 (실제 가본 것이 아니라) 네이버 지도로 본 것이 아니냐”고 물었고, 유 전 본부장은 “(그곳에서) 담배 피면서 이야기했던 것도 기억이 안나냐”고 반박했다.
이들이 언성을 높이며 공방을 이어나가자 재판부도 “설전해서 인정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 “그 정도로 하겠다”라며 중재했다. 변호인들도 어깨를 두드리는 등 김 전 부원장을 진정시키는 모습이었다. 이 밖에 김 전 부원장의 변호인이 유 전 본부장의 부적절한 사생활과 관련해 금전 관계를 캐묻기도 했다. 유 전 본부장은 “저도 똑같이 김용한테 물어보겠다. 김용이 어떤 사람인지 드러내겠다”며 발끈했고, 재판부도 “인신공격성 질문은 제재하겠다”고 경고했다.
정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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