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정치자금 8억4700만원을 받은 혐의(정치자금법 위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의 첫 공판이 7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3부(재판장 조병구) 심리로 열릴 예정이다. 검찰은 김 전 부원장을 재판에 넘기면서 구체적인 자금 조성 방식과 전달 시기 등이 담긴 남욱 변호사 측근 이아무개씨 자필 메모를 핵심 증거로 법원에 제출했다. 김 전 부원장 쪽은 불법 정치자금 수수 자체를 부인하는 데다 혐의를 입증하는 ‘물증’도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어, 향후 공판에서는 해당 메모의 신빙성이 핵심 관전 포인트로 부상할 전망이다.
5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검찰이 재판부에 낸 메모는 ‘Lee list(Golf)’(리 리스트 골프)라는 이름으로 작성돼 있다고 한다. 여기에는 ‘4/25 1’ ‘5/31 5’ ‘6 1’ ‘8/2 1’이라는 숫자가 적혀있는데, 검찰은 ‘4월25일 1억원’ ‘5월31일 5억원’ ‘6월 1억원’ ‘8월2일 1억원’을 뜻하는 정치자금 전달 시기와 액수를 기록한 문건으로 보고 있다. 남 변호사의 지시를 받은 이아무개씨가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선거 예비경선이 진행되던 2021년 4~8월 정민용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전략사업팀장에게 순차적으로 자금을 전달한 정황이라는 것이다. 이 돈이 ‘정 변호사→유동규 전 기획본부장→김 전 부원장’ 경로로 전달됐다는 게 검찰이 보고 있는 혐의 내용의 뼈대다. 검찰은 이 돈이 이 대표의 ‘대선 자금’으로 쓰였을 것으로 보고 있다. 메모 제목에 ‘골프’라고 적은 이유에 대해 남 변호사 쪽은 ‘골프 리스트’처럼 보이려고 위장한 것이라는 취지로 진술했다고 한다.
메모엔 남 변호사가 마련한 자금의 조성 경위로 보이는 흔적도 담겨있다고 한다. 메모에 ‘신 4350’ ‘5000/1000/4000/10000/5000’ 등의 숫자가 적혀있는데, 공사비를 부풀린 ‘업계약’을 통해 신O건설 등으로부터 4350만원 등 2억9430만원을 조성한 흔적이라는 게 검찰 시각이다. 메모에는 이를 포함해 총 9억여원을 마련한 흔적이 남겨져 있었다. 남 변호사는 유 전 본부장 독촉을 받은 뒤 지인들에게 돈을 빌리는 등 어렵게 자금을 마련했다고 검찰에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남 변호사 쪽이 작성한 차용증, 건설업체와 도급계약서 등을 통해 실제 이같은 자금 조성이 이뤄졌다고 보고 있다.
반면, 김 전 부원장 쪽은 정치자금 요구 및 수수 행위가 일체 없었다고 반발하고 있다. 김 전 부원장은 지난해 10월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과 검찰 조사 등에서 돈 전달 시점인 2021년 4월에 유 전 본부장 사무실을 들렀던 사실은 인정했지만 돈을 받은 적은 없다고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가까운 관계인 유 전 본부장을 보러 사무실 등을 찾았을 순 있지만, 금품이 오간 적은 없다는 것이다. 김 전 부원장 쪽은 <한겨레>에 “유 전 본부장이 사무실에 놀러오라 해서 방문했을 수 있다. 하지만 검찰이 주장하는 시기에 사무실 등을 방문했는지에 대해서는 차이가 있으며 돈을 전달받은 사실도 없다. 정치자금 수수 혐의에 실체가 없다는 점을 재판에서 입증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김 전 부원장은 검찰 수사 과정에 대부분 진술을 거부한 바 있어, 앞으로 재판 과정에 검찰이 제출한 증거와 남 변호사 등의 진술을 두고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재판부는 오는 7일 공판에는 공소사실을 확인하고 서증조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재판부는 일주일에 두차례씩 공판을 진행해 김 전 부원장의 구속기간이 만료되는 오는 5월까지 판결을 선고할 계획이다.
배지현 기자
beep@hani.co.kr 강재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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