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대장동 민간사업자 남욱 변호사가 석방 뒤 출석한 첫 재판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겨냥한 폭로성 발언을 쏟아냈다. 다만 그의 법정 증언은 “김만배씨에게 들었다”는 수준이어서 그 자체가 증거로 인정되지는 못하는 상황이다. 남 변호사가 전해들었다는 발언의 ‘발화자’ 김만배씨가 오는 24일 석방 뒤 어떤 태도로 진술에 나설지 관심이 쏠린다.

남 변호사가 지난 21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2부(재판장 이준철) 심리로 열린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 재판에서 한 핵심 증언은 타인에게 전해 들은 내용을 진술한 ‘전문증거’다. 이날 남 변호사는 “2015년 2월부터 천화동인 1호 지분이 이재명 대표 쪽 지분이라는 것을 김만배씨에게 들어서 알고 있었다”고 증언했다. 천화동인 1호는 김씨가 대주주인 화천대유자산관리의 자회사로 700억원의 개발수익이 배당금으로 묶여있는 곳이다. 과거 정영학 회계사의 녹취록에서 김씨가 “천화동인 1호 절반은 ‘그분’ 것”이라 말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실소유주 논란이 불거졌는데, 이후로 김씨는 줄곧 천화동인 1호의 실소유주는 자신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남 변호사의 폭로가 신빙성을 얻으려면 일단 말을 전한 주체인 김씨의 진술이 합치돼야 한다는 지적이 법조계를 중심으로 나온다. 이창현 한국외국어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남 변호사 전문진술의 증거능력이 인정되긴 어렵고, 김씨가 (사실이라고) 인정할 경우 김씨의 진술이 증거로 인정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검사장 출신 변호사도 “현 상황에서는 김만배씨가 그런 말을 한 사실이 있다고 증언을 해야 남 변호사 발언도 증거능력이 인정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전문증거는 진술자가 직접 보거나 경험한 사실이 아니어서 형사소송법상 증거능력이 없다. 남 변호사는 뒤늦은 폭로에 대해 “(지난해에는 대선을 앞두고 있어) 겁났다” “내가 잘못한 만큼만 처벌받고 싶다”고 이유를 밝혔다.

구속기간 만료로 석방이 될 즈음 돌연 태도를 바꾼 유 전 본부장과 남 변호사의 진술에 신빙성을 인정할 수 있을지도 쟁점으로 부상할 전망이다. 불법정치자금 수수 혐의로 기소된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과 뇌물 혐의를 받는 정진상 당대표실 정무조정실장이 혐의를 전면 부인하는 상황에서, 이들의 금품수수를 입증할 객관적 물증이 부족하더라도 공여자 진술이 일관되고 신빙성이 인정된다면 유죄의 근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대법원은 금품을 건넨 사람의 진술 신빙성을 판단할 때 “진술 내용 자체의 합리성, 객관적 상당성, 전후의 일관성, 그의 인간됨, 그 진술로 얻게 되는 이해관계 유무”에 덧붙여 “그에게 어떤 범죄 혐의가 있어 수사가 개시될 가능성이 있거나 이미 진행된 경우, 스스로 궁박한 처지에서 벗어나려는 노력이 진술에 영향을 미쳤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본다. 수도권의 한 부장판사는 “여러 상황을 종합했을 때 믿을만한 진술이라고 재판부가 판단하는지 여부가 결국 재판의 관건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민정 기자 shi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