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본부장(왼쪽 사진)과 남욱 변호사가 지난 21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 사건 오후 속행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대장동 특혜 개발 혐의로 구속됐던 남욱 변호사가 석방 당일부터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쪽에 혐의를 돌리는 증언을 쏟아내면서 마무리 수순을 밟던 대장동 재판이 쳇바퀴 돌듯 장기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재판부는 남 변호사 증언의 사실 여부부터 확인한 뒤, 다른 피고인들의 방어권 보장을 위한 절차를 밟을 것으로 보인다.
전날 서울중앙지법 형사22부(재판장 이준철) 심리로 열린 재판 시작부터 남 변호사는 “사실대로 진술하지 못한 부분이 있다”며 천화동인 1호는 이 대표 쪽 몫이라는 취지로 말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남 변호사의 진술 변화로 기존에 진행되던 대장동 민간 사업자의 재판은 공소사실 자체가 흔들리는 상황에 놓이게 됐다.
당장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은 홀로 천화동인 1호 배당금 700억원(세후 428억원)을 뇌물로 제공받기로 한 혐의로 기소됐는데,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과 정진상 당대표실 정무조정실장과 공범으로 책임을 덜게 됐다. 이에 유 전 본부장 쪽 변호인은 “천화동인 1호와 관련한 검찰의 입장을 언젠가 정리해야 할 텐데, 공소장 변경을 검토한다면 빠를수록 좋겠다”고 요구하기도 했다.
재판부는 오는 25일부터 시작되는 남 변호사의 반대신문을 통해 진술의 신빙성을 따져본다는 방침이다. 재판부는 “전체적으로 지금껏 나오지 않은 이야기가 나왔고, 그 부분에 대해서는 확인이 필요하다”며 “(남 변호사의 발언도) 증언 중 하나일 테니, 다른 피고인이 아는 사실과 다른 내용이라면 탄핵하는 과정이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우선 남 변호사의 바뀐 증언을 둘러싼 검증 과정을 거치겠다는 뜻이다.
이에 연내 마무리될 것으로 관측됐던 대장동 사건 재판은 앞으로 상당 기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남 변호사의 진술은 김만배씨나 정영학 회계사의 앞선 증언 등과도 충돌하는 부분이 많다. 김씨 쪽 변호인은 “저희도 남 변호사를 증인으로 신청해 주신문할 기회를 받아야 한다”며 팽팽한 사실관계 다툼을 예고했다.
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22일 “이 사건을 검찰 조사 단계, 기소 이후 재판 진행 단계, 어제 폭로 뒤로 나눠보면, 세 시점마다 계속 진술이 다르고 어떤 진술이 맞는지 알기 힘든 상황이 됐다”며 “왜 그동안의 재판에서는 다르게 말했는지 등을 소명하지 않으면 진술의 설득력이 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 현직 판사는 “아무리 핵심 증인이라도 진술을 번복한 사람의 경우, 한때의 진술을 전적으로 신뢰하기 어렵기 때문에 객관적 증거나 다른 사람의 진술과 일치하는지 선별하는 절차를 거치는 게 일반적”이라면서 “만일 검찰이 공소장을 변경한다면 다른 피고인들의 방어권 보장을 위해 재판이 더 길어지게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정혜민 기자
jhm@hani.co.kr 강재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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