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에서 머리발언을 하고 있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측근들의 연이은 구속에 이어 대장동 1차 수사 때 구속기소됐다가 풀려난 남욱 변호사의 폭로전까지 더해지면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수세에 몰렸다. 이 대표는 자신의 ‘사법 리스크’와 거리를 두며 민생 행보에 무게를 싣고 있지만, 당내에서 “유감 표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등 혼란이 점증하는 모양새다.
이 대표는 21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생 경제는 백척간두 위기인데, 정부의 인식과 대응은 천하태평처럼 보인다”며 “위기 극복에 써야 할 국가역량을 야당파괴에 허비하고 있어서 안타깝다. 검찰독재정권의 어떤 탄압에도 민주당은 흔들림 없이 민생과 경제를 챙기고 평화와 안보를 지켜나가겠다”고 말했다. ‘검찰독재정권의 탄압’이란 말로 자신을 겨냥한 검찰 수사를 에둘러 비판했지만, 직접적인 대응은 삼간 채 민생 메시지에 주력한 것이다. 검찰 수사를 향한 날 선 비판은 다른 지도부가 도맡았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김용, 정진상 구속의 본질은 윤석열 정권 차원의 이재명 죽이기”라고 했고, 정청래 최고위원은 “검찰이 윤석열 대통령과 정치 공동체”라고 말했다.
이 대표 쪽은 고조되고 있는 사법 리스크에도 당분간 ‘로우키’ 행보를 유지하겠다는 입장이다. 이 대표의 정면 대응이 되레 사법 리스크를 부각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구속 기간 만료로 석방된 대장동 관계자들로부터 이 대표를 겨냥한 폭로성 발언들이 쏟아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지엽적인 방어에만 매달릴 경우 윤석열 정부의 정치보복에 맞선다는 명분이 흐트러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 쪽 관계자는 “이제는 법정의 시간에 돌입했으니, 거기서 진실을 밝혀야 한다”며 “필요할 때는 대응을 하겠지만, 지금은 너무 어이없는 거짓말이 난무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한 친명계 의원은 “검찰의 수사가 부당하다고 인식하는 국민들도 많다. 남욱과 유동규가 복치고 장구 친다고 한들, 그 연장선에서 바라볼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당내에서는 이 대표의 유감 표명과 해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공개적으로 나왔다. 조응천 민주당 의원은 이날 <불교방송>(B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제는 이 대표가 어느 정도 직접 해명을 해야 할 상황에 이르지 않았나 싶다”며 “최측근 인사가 연이어 구속되면 최소한의 유감 표시 정도의 정치적 제스처는 있어야 된다”고 말했다. 당 지도부(박성준 대변인)는 “정진상 실장 구속은 야당 탄압”이라며 유감 표명 요구에 선을 그었지만, 검찰이 해가 바뀌기 전 이 대표를 소환 조사할 것이란 관측까지 나오는 가운데 책임론이 불가피하다는 시각도 있다. 한 수도권 중진의원은 “민주당을 살리려면 어느 순간 이 대표 스스로 결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여당은 이 대표의 거취를 압박하며 공세 수위를 끌어 올렸다.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비대위 회의에서 “대장동 개발비리 사건의 검은돈이 두 사람(김 부원장과 정 실장)에게 흘러들어가서 이재명의 (성남)시장선거와 대선후보 경선, 대통령 선거에 사용됐을 가능성이 매우 농후해졌다. 이 대표의 지도자다운 결단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사실상 당 대표직 사퇴를 압박한 것으로 풀이된다. 주호영 원내대표도 비대위 회의에서 “이 대표는 변호사 아닌가”라며 “정정당당하게 공소장과 구속 영장에 잘못된 것이 있으면 밝히고 국민에게 판단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심우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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