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새벽 구속기간 만료로 석방된 남욱 변호사가 이날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 사건 오후 속행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21일 새벽 0시 석방된 남욱 변호사가 불과 10시간 뒤 열린 자신의 재판에서 미리 준비라도 한 듯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겨냥한 ‘말폭탄’을 쏟아냈다.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지난달 석방 직후부터 이 대표와 측근들을 때리는 발언을 법정 안팎에서 쏟아낸 것과 판박이다. 대부분 남으로부터 들은 ‘전언’ 또는 ‘전언의 전언’ 형태여서 사실관계를 둘러싼 진실 공방이 불가피하지만, 이 대표에 대한 검찰 수사가 초읽기에 들어간 상황에서 한마디 한마디가 수사 여론을 키우는 불쏘시개가 되고 있다.
지난해 11월 구속 뒤 1년 만에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게 된 남 변호사는 이날 오전 10시 서울중앙지법 형사22부(재판장 이준철) 심리로 열린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 재판에서, 검찰 신문이 시작되자마자 “(검찰) 조사에서 사실대로 진술하지 못한 부분이 있다. 사실대로 다 말씀드리겠다”며 묻지 않은 내용까지 알아서 진술하기 시작했다.
그는 우선 “2015년 2월부터 천화동인 1호 지분이 이재명 시장 쪽 지분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김만배씨에게서 들어서 (이런 사실을) 알았다”고 포문을 열었다. 검사가 ‘지난해 조사 때는 왜 말하지 않았느냐’고 이유를 묻자, “당시에는 선거도 있었고, 겁도 났고, 입국하자마자 체포돼 조사받는 과정에서 정신도 없어서 솔직하게 말을 못 했다”고 말했다.
남 변호사는 또 “2013년 1~2월 유동규 전 본부장에게 2천만원을 전달했다”며 검찰 공소사실에 포함되지 않은 뒷돈 제공 의혹까지 추가 공개했다. 2013년 유 전 본부장에게 전달했다는 3억5200만원에 대해서도 “(유동규가) 본인이 쓸 돈 아니고 높은 분들에게 드려야 할 돈이라고 했다. (높은 분들은) 정진상, 김용으로 알고 있다. (유동규가) 형님들, 형제들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남 변호사 진술은 뇌물수수자를 유동규에서 이 대표 쪽으로 바꾸는 효과가 있다. 유동규 전 본부장 혐의는 덜어주고, 이 대표 최측근인 정진상·김용의 혐의는 무거워 진다.
검찰이 공소장 변경을 하지 않은 상황에서, 기소 내용과 관련 없는 내용을 검사가 묻고 남 변호사가 답하는 상황이 계속되자, 공동 피고인으로 재판을 받고 있는 김만배씨 쪽 변호인은 반발했다. 김씨 쪽 변호인은 재판부에 “이 사건 공소사실과 관련 없는 정진상, 김용, 이재명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반대신문 준비에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김씨는 줄곧 천화동인 1호 지분(428억원)은 자신의 것이라고 주장해 왔다. 김씨 쪽 변호인은 <한겨레>에 “이미 나왔던 이야기로 별 의미가 없다고 본다. 법정에서 사실관계를 다투겠다”고 했다.
남 변호사의 이날 폭탄 진술은 대부분 ‘전언’이다. 검찰 출신 변호사는 “제3자의 발언을 들었다고 주장하는 것과 실제 그 발언이 있었는지는 별개”라고 했다. 검사장 출신 변호사는 “증거능력을 인정받기 위해서는 남 변호사 진술 근원지인 김만배씨로부터 해당 발언이 있었는지 확인해야 한다”고 했다. 사실관계가 틀린 진술도 있다. 남 변호사는 “2015년 2월부터 천화동인 1호 지분이 이재명 시장 쪽 지분으로 알고 있었다”고 했지만, 천화동인 1호는 2015년 6월에 설립됐다.
정혜민 기자
jhm@hani.co.kr 전광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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