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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아동이 노인 됐는데…“선감학원, 아동 생명 해친 국가폭력”

등록 2022-10-20 14:58수정 2022-10-21 02:47

진실화해위 진실규명
김동연 경기도지사(오른쪽)가 20일 오전 서울 중구 퇴계로 진실화해위원회에서 열린 ‘선감학원 아동 인권침해사건 진실규명 결정 발표 기자회견’을 마친 뒤 천종수 피해자에게 사과하면서 눈물을 흘리고 있다.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김동연 경기도지사(오른쪽)가 20일 오전 서울 중구 퇴계로 진실화해위원회에서 열린 ‘선감학원 아동 인권침해사건 진실규명 결정 발표 기자회견’을 마친 뒤 천종수 피해자에게 사과하면서 눈물을 흘리고 있다.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1940년대부터 40여년간 부랑아 단속 명목으로 아동들을 강제수용한 선감학원 사건이 ‘중대한 아동인권 침해’라는 국가 차원의 결정이 나왔다. 1982년 선감학원이 폐원하고 피해자들이 진상규명을 요구한 지 40여년이 지나서야 이뤄진 진실규명이다.

20일 서울 중구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정근식 위원장은 “선감학원 사건은 정부의 부랑아 정책 및 제도에 따라 경찰 등 공권력이 적극 개입해 불특정 아동을 법적 근거와 절차 없이 강제로 가두어 강제노동, 가혹행위, 성폭력, 생명권의 침해, 실종, 교육 기회 박탈 등이 발생한 중대한 인권침해 사건”이라고 규정했다. 진실화해위는 김영배 선감학원아동피해대책협의회 회장을 포함한 167명을 선감학원 인권침해사건 피해자로 인정했다. 또 △부랑아 대책을 주도한 법무부, 행정안전부, 보건복지부 및 부랑아 단속 주체였던 경찰, 선감학원을 운영한 경기도 등의 공식 사과 △특별법 제정 등 피해회복을 위한 조처 △숨진 아동 유해발굴 및 추모공간 마련과 피해자들의 트라우마 치유 등을 권고했다.

진실화해위 조사 결과, 경찰은 단속한 아동들의 의사에 반하거나 보호자도 확인하지 않는 등 위법한 방식으로 이들을 외딴 섬인 경기 안산시 선감도로 보냈다. 군대식 통제를 받았던 아동들은 구타와 성폭력에 시달렸고, 각종 수익 창출 사업에 동원되는 등 강제노역을 했다. 진실화해위는 “경찰 일제단속과 선감학원 강제수용은 상위 법령에 위임 근거가 없는 자의적 구금이자 적법절차를 위반한 조치”라고 짚었다.

선감학원에서 숨진 아동들의 유해를 찾기 위한 시굴에서도 5개 봉분 모두에서 15∼18살로 추정된는 치아 68개와 단추 등도 발견됐다.

정근식 진실화해위원장이 20일 오전 서울 중구 퇴계로 진실화해위원회에서 열린 ‘선감학원 아동 인권침해사건 진실규명 결정 발표’를 하고 있다. 책상 위에 선감학원 희생자 유해매장 추정지인 경기 안산시 선감동에서 발견된 치아와 유품들이 놓여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정근식 진실화해위원장이 20일 오전 서울 중구 퇴계로 진실화해위원회에서 열린 ‘선감학원 아동 인권침해사건 진실규명 결정 발표’를 하고 있다. 책상 위에 선감학원 희생자 유해매장 추정지인 경기 안산시 선감동에서 발견된 치아와 유품들이 놓여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진실화해위는 선감학원을 운영한 경기도의 책임도 분명히 했다. 진실화해위는 “경기도는 1957년 선감학원의 설치 및 보호수용 근거가 되는 조례를 제정해 경기도가 선감학원의 주체임을 밝혔다”며 “아동시설을 섬이라는 단절된 곳에 격리해 아동들의 정신적·신체적 피해와 사망 사고 등을 파악하고도 방치했다”고 지적했다.

김동연 경기지사도 이날 기자회견에서 “선감학원은 40년 전에 문을 닫고 사라졌지만, 관선 도지사 시대에 벌어진 심각한 국가폭력으로 크나큰 고통을 겪으신 생존 피해자와 유가족께 경기지사로서 깊은 사과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경기도는 이날 종합대책으로 △피해자 생활 지원 △피해자 트라우마 해소 및 의료서비스 지원 △희생자 추모 및 기념사업 추진 등을 담았다.

진실규명을 받게 된 피해자 한일영(64)씨는 “(피해 회복 등) 약속을 꼭 이행해 주시길 바란다. 그리고 이 사건은 이념의 문제가 아닌 아동 인권유린 사건이다. 윤석열 대통령께서 공식적으로 사과를 해 주셨으면 하는 마음이다”라고 말했다.

장예지 기자 penj@hani.co.kr, 김기성 기자 player00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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