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감학원 희생자의 것으로 추정되는 치아와 단추. 사진 진실화해위 제공
4000명넘는 아동이 강제 수용됐던 선감학원에서 암매장된 것으로 추정되는 희생자들의 유해와 유품이 처음 발견됐다.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는
‘선감학원 아동 인권침해’ 사건 희생자의 유해 매장 추정지를 시굴한 지 사흘 만에 당시 수용된 아동의 치아와 유품 등을 발굴했다고 29일 밝혔다. 경기 안산시 단원구 선감동에 있는 매장지에서 진실화해위는 봉분 4기를 발굴해 선감학원 원생의 것으로 보이는 치아 20개 이상과 단추 4개 이상을 찾았다.
유해 발굴 작업을 맡은 한국선사문화연구원의 우종윤 원장은 “선감도의 토양이 산성인데다 아동의 유해는 뼈가 삭는 속도가 빠르다”며 “선감학원 사건이 40년 지난 시점에서 암매장의 신빙성을 뒷받침할 치아와 단추 등 유품이 발굴된만큼 앞으로 본격적인 유해 발굴이 필요해 보인다”고 밝혔다.
이번 시굴 작업으로 유해 매장지로 추정됐던 4개 봉분에서 모두 희생자의 치아와 단추가 발굴됐다. 봉분 30호(치아 5개)와 71호(치아14개·단추3개) 및 75호(치아 1개) 등이다. 진실화해위는 “이번에 발굴된 단추는 선감학원 피해자들이 확인한 결과 선감학원 수용 당시 입었던 원생들의 복장에 달린 단추인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들의 유해와 유품은 인류학적 감식을 통해 성별과 나이, 사망 시점 등을 확인할 예정이다.
선감학원 아동 인권침해 사건 유해 매장 추정지 시굴 현장. 사진 진실화해위 제공
첫 시굴 조사에서 유해와 유품이 발견된만큼 진실화해위는 국가 및 지자체에 전면적인 유해 발굴을 권고할 계획이다. 진실화해위는 지난 26일부터 선감학원 피해 신청인 190명에 대한 조사 내용을 토대로 유해 매장 추정지에서 시굴 중이다.
선감학원은 일제가 1942년 부랑아 감화를 내세워 안산 선감도에 만든 수용시설이다. 해방 뒤에도 경기도가 이를 인수해 1982년까지 부랑아 수용시설로 운영하며 강제노역과 구타 등 인권유린이 자행됐고, 희생자가 발생했다. 이곳에는 4691명에서 최대 5759명의 10대 아동이 수용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선감학원으로 끌려가 매일 노역과 구타에 시달렸던 어린 원생들은 탈출을 시도하다 바다에 빠져 목숨을 잃었다. 피해자들은 당시 원생들이 구타와 영양실조로 숨지거나 섬에서 탈출을 시도하다가 바다에 빠져 숨지면 암매장됐다고 진술했다. 이들의 증언으로 추정되는 매장지는 현재 6곳에 달한다.
정근식 진실화해위 위원장은 “이번 유해 시굴에서 나온 유해와 유품을 통해 선감학원 원생을 암매장했다는 증언이 사실로 드러났다”며 “유해와 유품에 대한 세부적인 감식 결과와 선감학원 아동 인권침해 사건에 대한 종합적인 진실규명 결과를 10월에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장예지 기자
penj@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