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6일 경기도 안산 선감도. 150명가량 묻혀 있다는 공동묘지 앞에 무릎을 꿇은 한 중년 남성이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1960~1980년대 부랑아 단속을 명분으로 아이들을 가둬놓았던 선감학원 피해자였다. 이날 희생자 유해를 찾기 위한 시굴이 시작된다는 소식을 듣고 한걸음에 달려왔단다. “저도 10살 때 이곳에 끌려왔지요. 탈출하려다가 물에 빠져 죽은 동생뻘 아이나 친구들을 이곳에 묻었습니다.” 그가 가지고 온 노란 들국화 꽃바구니에는 ‘미안해, 미안합니다’라고 쓰인 리본이 달려 있었다. 2017년 경기도의회는 ‘선감학원은 사실상 부랑아에 대한 제노사이드(학살)였다’는 조사보고서를 낸 바 있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