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연 경기도지사(오른쪽)가 20일 오전 서울 중구 퇴계로 진실화해위원회에서 열린 ‘선감학원 아동 인권침해사건 진실규명 결정 발표 기자회견’을 마친 뒤 천종수 피해자에게 사과하면서 눈물을 흘리고 있다.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아동과 청소년들을 강제 입소시켜 노역·폭행·학대·고문 등 인권을 유린한 수용소인
‘선감학원’ 사건과 관련해, 경기도가 공식 사과하고 피해자와 유족에 대한 치유와 생활 지원대책을 내놨다. 국가 차원의 진실 규명에 따른 지방차원의 공식 사과이자 처음 내놓는 피해자 지원대책이다.
김동연 경기지사는 20일 서울 중구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에서 정근식 진실화해위원장과 공동 기자회견을 열어 ‘선감학원 사건 치유 및 명예회복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김 지사는 이날 “선감학원은 40년 전에 문을 닫고 사라졌지만, 관선 도지사 시대에 벌어진 심각한 국가폭력으로 크나큰 고통을 겪으신 생존 피해자와 유가족께 경기지사로서 깊은 사과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 억울하게 돌아가신 희생자분들의 넋을 추모하며 삼가 명복을 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경기도는 책임 있는 자세로 피해자분들의 상처 치유와 명예회복 지원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선감학원 사건은 발생해서는 안 될 비극이었고, 국가권력에 의한 아동 인권침해 사건이 다시는 되풀이돼서는 안 된다는 분명한 교훈을 남겼다”고 덧붙였다.
지난달 6일 오전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 선감동 선감학원 관련 유해 매장 추정지에서 처음으로 유해발굴 소식을 접한 피해자 이주성(62)씨가 눈물을 훔치며 “강제 감금 당시 어린 동생뻘과 동료들이 생각나서 한걸음에 달려왔다”며 가지고 온 꽃바구니에 ‘미안해’, ‘미안합니다’라는 리본을 달아 매장지에 놓아두었다. 김봉규 기자 bong9@hani.co.kr
경기도는 이날 종합대책으로 △피해자 생활 지원 △피해자 트라우마 해소 및 의료서비스 지원 △희생자 추모 및 기념사업 추진 등을 담았다. 우선 피해자에게 생활안정지원금 지급을 검토하고, 피해자지원센터를 설치해 지원기능을 체계화할 계획이다. 또 트라우마 해소 프로그램 운영을 통해 피해자의 일상 회복과 정신건강을 관리하고 의료서비스 지원도 내실화하기로 했다. 아울러 선감학원 묘역을 정비하고 추모비를 설치해 희생자들에 대한 추모공간을 조성하며 추모문화제를 확대 운영할 방침이다.
또한, 국회와 정부에는 피해자와 유가족을 위한 피해 배·보상특별법 제정을 촉구하기로 했다.
경기도는 2016년 2월 ‘선감학원사건 희생자 등 지원에 관한 조례’를 제정하고 해마다 추모문화제 지원사업을 해왔다. 2020년부터는 피해자신고센터를 운영하는 한편, 경기도의료원 산하 6개 병원의 진료비와 입원비 본인부담금을 100% 지원해 올해 9월 기준 378명에게 734건을 지원했다. 이와 함께 도는 2020년 12월 진상규명 신청서를 진실화해위에 제출했으며, 진실화해위는 지난해 5월 피해자 신청 접수를 시작하고 사건조사 개시 결정을 내렸다.
선감학원은 일제강점기인 1942년부터 안산 선감도에 설립·운영된 시설로, 8∼18살 아동·청소년들을 강제 입소시켜 노역·폭행·학대·고문 등 인권을 유린한 수용소다. 1946년 경기도로 관할권이 이관돼 1982년 폐쇄될 때까지 인권침해 행위가 지속된 것으로 알려졌다. 2018년 경기도기록관에서는 4691명의 퇴원 아동 대장이 발견됐다.
한편, 이런 선감학원에서 피해를 받았거나 지인의 피해사례를 알고 있다면, 경기도 인권담당관(031-8008-4755) 또는 진실화해위(02-3393-9700)에 피해 사실을 신고할 수 있다.
김기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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