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개월 된 입양 딸 정인양을 학대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 양부모에 대한 첫 공판이 열린 지난해 1월13일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법 앞에서 시민들이 시위를 벌이고 있다.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생후 16개월 된 정인양을 학대해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양모에게 징역 35년이 확정됐다. 함께 재판에 넘겨진 양부는 징역 5년을 확정받았다.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살인, 아동복지법의 상습아동학대 등으로 기소된 양모 장아무개씨에게 징역 35년을 선고하고 아동학대 치료 프로그램 이수 200시간,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 취업제한 10년을 명령한 원심을 28일 확정했다. 장씨의 학대를 방조하거나 가담한 양부 안아무개씨도 징역 5년에 아동학대 치료 프로그램 이수 200시간,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 취업제한 10년이 확정됐다.
2020년 2월 생후 8개월인 정인양을 입양한 장씨는 정인양이 밥을 잘 먹지 않거나 보챈다는 이유로 상습적으로 폭행·학대하고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정인양은 그해 6~10월 장씨의 폭행으로 쇄골과 갈비뼈가 부러지는 등의 상해를 입었는데, 장씨는 10월13일 ‘밥을 먹지 않는다’는 이유로 정인양의 복부를 강하게 내리쳐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사망 당시 생후 16개월이었던 정인양의 사인은 췌장 절단 및 장간막 파열로 인한 복부 손상이었다. 양부 안씨 또한 장씨가 정인양을 학대하는 사실을 알면서도, 병원에 데려가거나 장씨와 분리하는 등 조처를 하지 않고 정인양을 차 안에 혼자 두는 등 학대에 가담한 혐의를 받는다.
1심은 장씨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으나, 2심은 징역 35년으로 감형했다. 항소심은 “장씨는 자신이 보호하고 양육해야 할 자녀를 신체적·정신적 가해행위의 대상으로 삼다가 그 생명마저 앗아갔다. 이 사건 범행은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무참히 짓밟은 비인간적인 범행으로 반인륜성과 반사회성이 매우 크며, 이로 인해 우리 사회의 수많은 사람에게 크나큰 충격과 분노, 슬픔을 줬다”면서도 장씨가 살인을 치밀하게 계획했다고 보기 어려운 점, 정인양 사망 당일 병원으로 데려가 살인의 증거를 은폐하려 하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해 징역 35년을 선고했다. 양부 안씨는 1, 2심에서 모두 징역 5년을 선고받았다.
대법원도 원심 판단이 옳다고 봐 이를 확정했다.
신민정 기자
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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