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인이 사건' 입양모에 대한 1차 공판기일을 일주일 앞둔 지난 1월6일 오전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방법원 앞에 시민들이 보낸 조화가 놓여있다. 이종근 선임기자 root2@hani.co.kr
생후 16개월 된 입양아를 양부모가 학대해 숨지게 한 ‘정인이 사건’ 1주기를 맞아 대법원 양형위원회(양형위)가 상습적인 아동학대나, 살해, 아동복지시설 종사자가 저지른 학대 범죄를 가중처벌할 수 있도록 양형기준을 세분화하기로 했다.
대법원 양형위는 지난 8일 제112차 회의를 열어, 양형기준이 마련돼 있는 아동복지법과 아동학대처벌법의 아동학대 범죄에 아동살해 등의 혐의를 추가하기로 했다고 12일 밝혔다. 현재 아동학대 범죄는 형법·아동복지법·아동학대처벌법의 아동학대중상해와 아동학대치사에 대해서만 양형기준이 마련돼 있다. 그러나 이번 결정에 따라 아동학대살해에 대한 양형기준이 추가로 제시되는 것이다.
특히 상습적으로 아동학대를 저지른 경우나, 아동복지시설 종사자가 아동학대를 했을 경우, 가중처벌할 수 있는 기준을 마련하기로 했다. 엄벌이 필요하다고 지적돼 온 아동 매매, 성적 학대 등에 대한 양형기준도 추가로 설정하기로 했다. 양형위 관계자는 이번 결정을 두고 “기존에 불안정하게 규정돼 있던 아동학대 양형기준을 보완하고 넓히며 세분화하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대법원 양형위가 권고하는 아동학대처벌법의 아동학대중상해 기본 형량은 징역 2년6개월~5년이다. 가중요소가 있다면 징역 4~8년으로 권고 형량이 늘어난다. 아동학대치사 양형기준은 징역 4~7년에 가중요소가 있으면 6~10년이다. 양형위는 오는 12월 아동학대살해 등의 양형기준 형량 범위를 정하고 2022년 1월 가중요소 및 감경요소 등을 정한 뒤, 그해 3월 양형위 전체회의에서 최종 의결할 계획이다.
양형위는 이번 회의에서 아동학대범죄를 ‘살인범죄’ ‘성범죄’ 등과 같은 별도의 범죄 유형(아동학대범죄군)으로 분류하지는 않았다. 양형위는 “아동학대범죄를 구성하는 기본범죄들을 모두 별도의 ‘아동학대범죄군’으로 묶을 경우, 범죄유형이 다양해져 양형기준을 설정하기 매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현행 양형기준 대유형 분류인 ‘체포·감금·유기·학대범죄·아동학대처벌법상 아동학대중상해 및 치사범죄’를 ‘체포·감금·유기·학대·아동학대’로 재정리했다. 이어 아동학대에 ‘아동학대법상 아동학대(매매, 성적학대, 신체적·정서적 학대, 유기·방임 등)’와 ‘아동학대중상해·치사·사래’ 등 세부 유형을 새롭게 마련했다. 특히 양형위는 아동매매나 성적 학대를 다른 학대 유형과 구분하기로 했다.
앞서 지난 2월, 국회는 ‘정인이법’으로 불리는 ‘아동학대범죄 처벌 특례법’ 개정안을 본회의에서 통과시킨 바 있다. 이 개정안에 따라 아동학대범죄를 범한 사람이 아동을 살해하면 사형, 무기 또는 7년 이상 징역에 처해질 수 있다.
아동학대 범죄 예방을 위해 꾸준히 목소리를 내온 장애인권법센터 대표인 김예원 변호사는 “대법원 양형위의 아동학대 양형기준 확대는 바람직하게 생각한다”면서도 “아동학대 특유의 당사자성 등을 고려해 엄벌주의만으로 양형 논의가 전개되지 않도록 논의 과정에서 주의가 필요하다”고 짚었다.
전광준 기자
light@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