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2 군사쿠데타 주역이자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유혈 진압한 전두환씨가 사망한 23일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전씨의 자택 앞에서 전씨의 측근 민정기 전 청와대 공보비서관이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23일 사망한 전두환씨의 측근 민정기 전 청와대 공보비서관이 5·18광주민주화 운동 유혈 진압에 대해 사과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질문에 “여러차례 기회가 있을 때마다 (사과를) 하셨다”며 “질문이 (5·18광주민주화 운동)당시 전 대통령이 공수부대를 배후에서 사실상 지휘했고 그래서 사실상 발포 명령을 하신 거 아니냐, 거기에 대해서 사죄하라 그런 뜻 아닌가. 그건 질문 자체가 잘못된 것이다”고 말했다. 5.18 희생자들에게 유감의 뜻을 밝혔지만 직접적인 책임은 없다는 취지의 발언이다.
민 전 비서관은 이날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전씨의 자택 앞에서 5·18 광주 민주화운동 유혈진압에 대한 사과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질문에 “전 대통령이 백담사 가던 날 성명에서도 발표했고 피해자한테 여러 가지 미안하다는 뜻도 밝혔다. 그런 말을 여러차례 했다”며 “(사죄를 묻는다면)당시 전두환 보안사령관이 몇월 며칠 몇시에 어디서 어떤 부대를 어떻게 지휘했고 누구한테 발포 명령을 했다는 걸 적시하고 사죄하라고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답했다.
그는 전씨가 과거에 5·18광주민주화운동에 대해 유감을 밝힌 것에 대해 “5·18 상황에서 많은 희생자가 나왔고 그 희생자 가운데는 억울하게 돌아가신 분도 많고 유가족들이 얼마나 애통했겠냐”며 “전두환 보안사령관이 광주(5·18광주민주화 운동) 그 후 한 3개월 남짓 지난 다음에 대통령이 되셨다. 광주 사태의 상처를 치유하기 위한 여러 가지 조치들을 충분히 못 하셨기 때문에 그런 점에 대해서 ‘유감스럽다’ 그런 말씀을 한 것이다. 구체적으로 전 대통령이 무슨 발포 명령을 했기 때문에 그 발포 명령에 대해서 사죄하는 그런 뜻은 아니다”고 말했다.
민 전 비서관은 전씨 본인의 책임에 대한 사죄는 아니냐는 기자들의 질문에도 “그렇죠. 책임은 없으신데”라고 답했다. 그는 기자들에게 “그 형사소송법에도 죄를 물으려면 시간 장소를 구체적으로 특정해서 물으라고 돼 있는데 그냥 막연하게 사죄하라는 거는 마치 옛날에 원님이 사람 붙잡아서 놓고 내 죄를 내가 알고 있네 이실직고하라 그거하고 똑같은 거 아니냐”고도 했다.
5·18의 계엄군 출동과 발포 명령의 배후에 당시 군부 실세였던 전씨가 있다는 의혹이 수차례 제기됐다. 전씨는 2017년 낸 회고록에서 고 조비오 신부의 ‘헬기 사격 목격 증언’이 거짓이라고 주장하며 조 신부를 향해 ‘가면을 쓴 사탄’ ‘성직자라는 말이 무색한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라고 비난했다. 조 신부의 유족은 전씨를 사자명예훼손죄 혐의로 고소했다. 2019년 3월11일 법정에 선 전씨는 “내가 알고 있기로는 당시에 헬기에서 사격한 사실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의혹을 부인했다.
이승준 박강수 박지영 기자
gamj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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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살자 전두환, 반성 없이 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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