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2 군사쿠데타 주역이자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유혈 진압한 전두환씨가 사망한 23일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전씨의 자택 앞에서 전씨의 측근 민정기 전 청와대 공보비서관이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23일 사망한 전두환씨가 “화장해달라”고 유언을 남겨 유족들도 이에 따를 것으로 보인다.
이날 오전 11시께 전씨 측근인 민정기 전 청와대 공보비서관은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전씨 자택 앞에서 “(전두환씨가) 나 죽으면 화장해서 그냥 뿌리라는 말씀을 했다. 가족들은 유언에 따라서 그대로 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민씨는 “(전씨가) 이날 아침 8시45분께 자택에서 화장실을 가던 길에 쓰러졌고, 임종을 지킨 사람은 없었다”고 말했다. 민씨는 이어 “(집에는) 이순자 여사만 계셨는데 미처 연락할 틈도 없이 그냥 갑자기 운명하셨기 때문에 아무런 응급처치도 못 하시고 그냥 돌아가셨다”고 했다.
전씨의 유언과 관련해 민씨는 자신이 쓴 책 <전두환 회고록> 3권 643쪽을 인용했다. “문득 내 가슴속에 평생을 지녀온 염원과 작은 소망이 남아 있음을 느낀다. 저 반민족적, 반역사적, 반문명적 집단인 김일성 왕조가 무너지고 조국이 통일되는 감격을 맞이하는 일이다. 그날이 가까이 왔음을 느낀다. 건강한 눈으로, 맑은 정신으로 통일을 이룬 빛나는 조국의 모습을 보고 싶다. 그 전에 내 생이 끝난다면, 북녘땅이 바라다보이는 전방의 어느 고지에 백골로라도 남아 있으면서 기어이 통일의 그날을 맞고 싶다”는 내용이 담긴 부분이다.
한편, 국가보훈처는 이날 전씨에 대해 “내란죄 등의 실형을 받아 국립묘지법상 국립묘지 안장 배제 대상”이라고 밝혔다.
■전두환씨 주검 운구 장면
박수지 박강수 박지영 권혁철 기자 suji@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