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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선행학습·사교육 규제 실효있게” “대입전형 간소화 바람직”

등록 2012-12-11 20:36수정 2012-12-21 15:27

(※클릭하면 이미지가 커집니다.)
유권자와 함께하는 눈높이 정책검증
④ 교육 개혁
한국 사회의 입시 과열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지만, 이로 인한 폐해와 아이들의 고통은 참을 수 있는 한계를 이미 넘었다. 어른들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 가운데 최장 노동에 시달리는 동안 청소년들은 노동에 가까운 학습을 요구받고 있다. 지나친 사교육에 따른 낭비와 아이들의 스트레스는 국가적 해결과제다. 대선 후보들은 과연 제대로 된 입시과열 방지 공약을 내놓았는지 학부모 두 명과 현직 교사 두 명, 고3 수험생 한 명이 뜯어보았다. 좌담은 지난달 29일 서울 마포구 한겨레신문사에서 한귀영 한겨레사회정책연구소 연구위원의 사회로 진행했다.


(※클릭하면 이미지가 커집니다.)

사회자(이하 사) 자기소개 먼저 부탁드린다.

정소영(이하 정) 서울의 한 자율형사립고 고3 담임이다. 교사로서 회의가 많이 들고 어려움을 느끼며 산다.

고유경(이하 고) 초6 딸, 중3 아들, 고2 아들, 대학 1학년 마치고 공익근무 중인 아들까지 넷을 키우고 있다. 내가 이 나라의 교육을 한 몸에 버티고 있다는 생각을 한다.(웃음)

안상진(이하 안) 서울 해성여고 3학년 담임을 맡고 있다. 나도 네 살 아들과 두 살 딸을 키우고 산다. 둘 키우기도 힘든데 넷을 키우신다니 대단하다.

김도영(이하 김) 에스케이(SK)브로드밴드에서 사회공헌 업무를 하고 있다. 아들이 대학교 1학년, 딸이 고2다. 첫째 때는 교육에 관여하지 않다 둘째 때부터 주변 사람들과 아버지 모임을 했는데 아이가 자기주도적 학습을 하더라.

이창연(이하 이) 서울 경인고 3학년이다. 수능 끝나고 수시 발표만 하릴없이 기다리고 있다.

각 후보의 공약에 대해 전반적인 느낌을 얘기해보자.

박근혜 후보 공약은 구호에 가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교과서를 바꾼다는 정책은 원인진단에 문제가 있지 않나 싶다. 문재인 후보는 고교 서열화가 경쟁을 과열시킨다는 문제 진단을 잘했다. 그런데 더 큰 문제인 대학 서열화는 너무 어려운 문제라 못 건드린 것 같아 아쉽다.

고3 담임을 하다 보니 입시 전형이 너무 다양해서 아이들과 상담할 때 머리가 빠질 지경이다. 두 후보 모두 입시 전형을 단순화하는 데 의견을 같이해 누가 대통령이 돼도 그쪽으로 진행될 것 같아서 반갑다.

제일 시급한 문제가 고교체계 정상화라고 생각한다. 박 후보는 현상 유지에서 감독강화만 하겠다는 것인 것 같고, 문 후보는 일반고로 전환하겠다는 장기 목표가 있는데 중간단계의 실행계획이 부족한 것 같다. 대입 전형과 관련해서 박 후보는 너무 단순하게 수능 중심, 학생부 중심으로 뽑겠다고 해서 뭘 어쩌자는 것인지 모르겠다.

박 후보의 경우 대입 혼란을 방지한다면서 수시는 학생부 위주, 정시는 수능 위주로 선발한다는데, 사실 지금도 그렇게 하고 있다. 뭘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지 모르겠다. 문 후보의 대학입시 개선안은 괜찮은 것 같다. 고교 등급제 폐지 공약은 꼭 해야 할 것 같은데 혁신학교 모델 관련 공약은 두루뭉술하고 현실적으로 힘들지 않을까 싶다.

철학의 차이가 있는 것 같다. 문 후보는 평준화 쪽으로 가는 것 같고, 박 후보는 현재 상태에서의 경쟁이 적절한 질 향상을 가져온다는 가정을 하고 있는 게 아닌가 싶다.

구체적으로 들어가 보자. 먼저 공교육 정상화와 사교육 관련 공약을 평가해보자.

박 후보의 교과서 위주로 학습하게 하겠다는 정책에 찬성한다. 방법론을 개선해서 학교 안에서 공부가 모두 끝날 수 있도록 하자는 건 좋은 제도 같다. 문 후보의 일몰 후 사교육 금지 공약처럼 채찍과 제도로 사교육을 정리하겠다는 것은 초기에는 가능하겠으나 근본적으로는 아닌 것 같다. 암시장이 생길 게 틀림없다.

문 후보의 일몰 후 사교육 금지 공약은 선언으로라도 권리기준을 제시한다는 면에서 좋다고 본다. 권리기준이 있는 것과 그것도 없이 암시장으로 가는 것은 다르다.

선호하는 정책이 갈리는 것 같다. 학생이 보기엔 어떤가.

일몰 후 사교육 금지는 말도 안 된다. 일몰 후 사교육 금지가 아니라, 사교육을 할 필요성을 느끼지 않도록 해야 한다. 예를 들어 방과후 학교는 공교육 안에서 사교육을 시키는 것인데, 이런 것을 늘려 사교육이 의미를 상실하게 하고, 학교만 다녀서 90∼100점 맞도록 해야 한다.

저도 일몰 후 사교육 금지를 시간으로 한정하는 것은 반대한다. 의미 있는 사교육이 있을 수 있다. 학습능력이 떨어지는 학생을 위한 복습 중심의 사교육은 의미가 있다. 아이들이 지금 힘들어하는 것은 선행학습이다.

박 후보의 교과서 정책은 어떤가.

교사가 수업과 평가에 대한 기획권을 가져야 한다. 그럼 지금처럼 획일적인 교과서는 쓸 수 없다. 다양한 교과서가 필요하고, 새 교과서가 필요하게 된다. 그때 교과서를 바꾸자고 하면 의미 있다. 박 후보는 ‘스마트 교육은 국가적 강점이고 시대적 흐름’이라지만, 지금 학교 현장에서 컴퓨터로 보는 ‘e러닝 교과서’도 제대로 보는 아이들이 없다. 많은 돈을 들였어도 고사 직전이다. 그런데 태블릿 피시로 교육을 하다니, 현실적으로 문제가 많은 정책이다.

지금 학교 교육을 어떻게 할지에 너무 집중되고 과열돼 있다. 학교 끝나고 무엇을 할 것인지가 중요하다. 지역사회가 도서관이나 복지관에서 어떤 프로그램을 하고 있는지 살피고 예산을 투자하고 인원을 투입해 관리해야 한다.

감독 강화만으로는 한계
어떻게 하겠다는 구체성 떨어져

아이들 학습량 너무 많아
학교 공부만으로 충분하게 돼야

입시전형도 공부해야 하는 현실
복잡한 전형요소 줄여나가야

박 후보의 초등학교 종일반 운영 정책은 어떤가.

모든 것을 학교에서 하는 것 자체가 무리다. 아이들이 방과 뒤 무엇을 해야 할지에 대한 고민을 후보들이 하지 않고 있다.

박 후보 공약에 방과후 학교 무상교육 프로그램이 있다. 대학에 가는 소수 학생과 나머지 학생은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에 공감한다. 그 부분에 대한 사회적 지원체계가 있어야 한다.

셋째가 방과후 학교를 3년 동안 했다. 사교육비를 줄이는 데는 효과가 있는데, 나는 아이들이 방과후에 왜 학교나 학원에서 공부를 또 해야 하는가를 생각한다. 학습량이 너무 많기 때문에 학교 이후에도 공부하고, 선행학습을 해야 하니까 방과후에 공부를 할 수밖에 없다. 학교에서 8시부터 3시까지만 공부해도 충분할 만큼만 공부를 시켜야 한다.

박 후보의 안 가운데 공교육 정상화 특별법에 대해 평가해달라.

선행학습을 하지 않아도 되는 선에서 시험문제를 내도록 하겠다는 것과 그렇지 않으면 불이익을 주겠다는 것인데, 그렇게 해서 사교육 안 받고 90점 맞는다면 괜찮은 대책이 되겠다.

내용은 긍정적인데, 고교 및 대학입시에서 학교 교과내용을 넘는 부분의 출제를 금지한다는 것은 지금도 그렇게 하도록 통제하지만 이 문제의 관련 내용이 교과서 어디에 있어서 지문을 가져왔다고 하면 상당히 통제하기 힘든 것이 대학입시, 논술 문제다.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이다.

학부모의 불안이나 욕망을 해소하지 않고 교과 내용 넘는 시험을 금지하는 데에 학부모들이 찬성할까 의문이다.

공교육 정상화 촉진 특별법은 박 후보 공약 가운데 가장 좋다. 지금은 교과서 밖 출제를 발견해서 보고를 해도 시정하려고 하지 않는다. 학교 자율이기 때문에 구두경고에서 끝난다. 특별법이 생기면 통제가 가능하다. 대학 논술도 다 통제된다.

문 후보의 공약에 대해 얘기해보자. 영어교육 정상화 방안은 어떤가.

영어 스펙을 대학 입시에서 요구하는 것을 금지하는 것인지, 영어 사교육이 필요 없을 정도로 공교육에서 제공한다는 것인지, 영어교육 방향이나 목표를 어떻게 수정한다는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것이 없다. 아쉽다.

안 학교 개혁은 입시에서 먼 곳부터 하라는 얘기가 있다. 문 후보의 공약 가운데 초등학교에서의 혁신학교 모델 확장은 많이 했으면 좋겠다.

박 후보는 특목고를 유지하고 일반고 지원을 늘리겠다고 한다. 문 후보는 특목고를 단계적으로 폐지하겠다고 한다.

박 후보가 공립학교 지원을 얘기했는데 말도 안 된다. 나는 중3 때 외고를 쓸지 말지 고민을 했는데 친구들이 몇몇 외고를 제외하고는 외고도 아니라고 하더라. 그래서 일반고에 진학했는데, 와보니 외고는 여전히 외고더라. 일반고에 국가가 지원을 해도 외고는 외고이고 자사고는 자사고다. 대학은 외고 5등급을 뽑고 싶어하지 일반고 2등급을 뽑으려고 하지 않는다. 문 후보 공약처럼 특성화고를 없애고 고교등급제를 폐지해야 한다.

대학입시를 얘기해 보자. 박 후보는 대입 부담 감소시키겠다, 대입 혼란 방지를 위해 학생부 위주 또는 수능 위주로 단순화하겠다고 한다. 문 후보는 국가교육위원회를 설립해서 수능을 자격고사화하고 내신 위주로 전형하겠다, 대입전형을 4가지 틀에서 단순화시키겠다고 한다.

문 후보는 입학사정관제를 모르는 것 같다. 기회균형 선발에만 입학사정관제를 활용하겠다고 했는데, 사실 기회균형 선발이 아니라 특기적성 선발에 입학사정관제를 활용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박 후보의 대입제도 변경시 3년 예고 의무와 공통원서접수시스템은 개인적으로 좋다고 생각한다. 두 후보 모두 전형을 간소화하겠다는데 그건 필요하다. 내 친구는 한 달간 회사일도 안 하고 입시 전형을 공부해서 비상체계에 들어가더라.

나도 며칠 밤새면서 고생했다. 동영상 강의 보면서 열심히 공부했다. 대학 원서접수 하고 나서 이건 정말 말이 안 되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두 후보 모두 원서접수를 일원화하겠다는데, 이건 기술적인 문제니까 그냥 하면 될 것 같다.

전형이 복잡한 게 아니라 전형요소가 복잡한 거다. 전형 방법을 줄이겠다고 할 게 아니라 전형요소를 줄이겠다고 얘기해야 한다. 입학사정관제도는 심각한 수준에 와 있다. 스펙경쟁이 됐다. 방향전환을 해야 한다. 문 후보가 입학시스템에 대한 질 관리를 얘기했다. 전형에 관한 것을 이해하고 좀 더 개선된 안을 내놓으면 좋겠다. 박 후보는 비판할 수 없을 정도로 아무 정책이 없다. 안철수 전 후보의 공약 가운데 대입전형을 간소화하고 수시와 정시를 일치시키고 전형요소를 줄이는 내용이 있다.

오랜 시간 좋은 말씀 고맙다.

정리/전종휘 기자 symbio@hani.co.kr


[기고] ‘입시 과열경쟁 해결’ 정면승부 의지 안보여 / 김승현

우리 교육의 가장 큰 문제인 입시경쟁과 이에 따른 사교육 과열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크게 두 가지 접근법이 필요하다. 하나는 고교체제와 대입제도 개선 등 이를 발생시키는 근본적 원인을 찾아 해결하는 것이고, 또 하나는 선행학습을 비롯해 아동과 청소년의 기본적인 인권을 침해하고 공교육의 근간을 뒤흔드는 과도한 사교육에 대한 규제 대책을 세우는 것이다. 전자가 중장기 대책 성격이 강하다면, 후자는 단기 긴급대책에 속한다.

이런 관점에서 박근혜, 문재인 후보의 교육 공약을 평가해보면, 구체적인 접근법은 달랐지만 사교육 규제를 위한 대책에서는 두 후보 모두 나름대로 주목할 만한 해법을 제시하고 있다. 박근혜 후보는 선행학습을 유발하는 학교시험과 입시를 강력하게 규제하겠다고 밝혔으며, 문재인 후보는 최소한 초등학교 이전 단계에서라도 선행학습을 비롯한 사교육을 전면금지하겠다고 약속했다. 어떤 방식이 되었건 사교육에 대한 강도높은 규제가 이번 대선 교육공약의 중요한 이슈 중의 하나가 된 것은 입시 사교육 고통에 시달리는 학생과 학부모 처지에서 반가운 일이라 생각된다.

두 후보 모두 사교육 규제 대책의 필요성과 해법을 강조했지만, 근본원인 해결을 위한 공약에서는 분명한 차이를 드러냈다.

박근혜 후보는 일제고사, 고교서열 체제 등과 관련해 대체로 현재 정책을 유지하면서 개선책을 찾겠다는 입장이다. 대입제도 개선과 관련해서도 원론적인 수준의 입장을 밝혔을 뿐이다. 이에 반해 문재인 후보는 좀 더 근본적으로 접근하고 있다. 일제고사는 폐지하고, 고교서열 체제의 핵심이 되는 특목고와 자사고는 일반고로 전환하겠다고 약속했다. 대입제도 개선과 관련해서도 박근혜 후보에 비해서는 단기 대책과 중장기 대책을 비교적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문재인 후보는 각 영역에 대한 해법은 잘 제시했지만, 대체로 큰 틀에서의 제도적 접근을 취하다 보니 공약의 구체성과 실현가능성은 다소 떨어지는 것으로 평가된다.

각론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전반적으로 박근혜, 문재인 후보 모두 다른 영역에 비해 교육 문제에 대한 관심이 높지 않고, 공약이 급조되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최소한 교육 문제에 관해서는 정책정당으로서 지난 5년 동안 대체 무엇을 했는지 의아할 정도다.

진정으로 교육대통령을 자처하며 온 국민의 고통이자 관심사인 입시 사교육 경쟁 문제와 정면으로 승부해보겠다는 결기 있는 대선 후보를 이번에도 찾아보기는 어려운 것 같다.

김승현 사교육 걱정 없는 세상 정책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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