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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일반

“철도부지 위에 집? 모멸감” “전월세 상한제는 이상적”

등록 2012-12-16 21:51수정 2012-12-16 21:54

(※클릭하면 이미지가 커집니다.)
유권자와 함께하는 눈높이 정책검증
⑤ 주거복지
국민 가운데 세들어 사는 사람이 절반이고, 자기 집이 있더라도 은행빚에 시달리는 경우가 많다. <한겨레>는 박근혜 후보와 문재인 후보의 주거복지 정책을 주제로 ‘렌트푸어, 하우스푸어’ 등 처지가 조금씩 다른 6명의 유권자를 불러 심층면접좌담(FGI)을 했다. 좌담은 한귀영 한겨레사회정책연구소 연구위원의 사회로 3일 한겨레신문사에서 진행했다.


사회자(이하 사회) 나도 렌트푸어로 고생한다. 전세금을 4년만에 9천만원이나 올려줬다.

위종만(이하 위) 결혼 8년차다. 렌트푸어로 지내다 2010년 전세를 끼고 아파트를 샀다. 지금은 처가살이하는 하우스푸어다.

김미란(이하 미란) 30대 미혼 여성이다. 렌트푸어로 살고 있다.

김영순(이하 영순) 초등학생 자녀를 둔 결혼 10년차다. 시부모님 집에 얹혀산다.

배상완(이하 배) 몇년 전 넓은 평수로 집을 사서 옮겼는데, 거품이 빠지면서 이자부담이 커졌다. 집을 내놔도 팔리지 않아, 오도가도 못하는 상황이다.

조영민(이하 조) 결혼한 지 4주다. 결혼 앞두고 전셋집 찾으니 전셋집이 없더라.

강세정(이하 강) 직장 다니다 지금은 육아에 전념하는 가정주부다. 4년동안 두번 이사했는데 전세금이 1억 뛰었다. 전세에 허덕이며 빚만 갚고 사는 것 같다.

사회 박근혜, 문재인 후보의 공약을 보면 어떤 느낌이 드나.

박 후보 공약은 어렵다. 주로 집 가진 사람들 위주로 짠 정책 같다. 렌트푸어 정책으로 전세보증금을 집주인이 대출받고 세입자가 그 이자를 내는 제도(목돈 안드는 전세)를 내놨는데, 제정신이 아닌 바에야 어떤 집주인이 집을 담보로 제공하겠나. 문 후보 공약은 문제의식은 좋은데, 실효성 측면에서 의문이다.

미란 박 후보 정책을 보면서 나처럼 저소득층을 위해선 아무런 고민이 없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한달에 130만원 가량 버는 나 같은 사람들은 월세 몇 십만원도 굉장히 크다. 목돈 들지 않는 전세제도가 월세와 다를 게 뭔가? 이자를 월세처럼 내는 것이다. 집주인에겐 세금감면 혜택을 준다는데, 있는 사람들에게 혜택을 더 주는 것 같은 느낌이다. 문 후보는 공공임대주택을 늘린다거나 전월세 인상률 상한제를 도입하겠다고 하지만 이상적인 부분이 많다.

‘목돈 안드는 전세’ 월세와 닮은꼴
주거지원 재원 마련책 없어 의문

박 후보 정책은 하우스푸어, 렌트푸어가 왜 힘들어 하는지에 대한 고민이 없었던 것 같다. 문 후보는 문제의식은 갖고 출발한 것 같은데, 재원을 어떻게 마련하겠다는 건지 궁금하다.

사회 (박 후보의) 목돈 안 드는 전세 제도가 실효성도 낮고 악용 가능성도 있다는 의견이 많은 것 같다.

나도 집주인이지만, 전셋값이 계속 떨어졌으면 한다. 후보들의 정책에 지방으로 (주택 수요를) 분산시키는 정책이 없어 불만이다. 서울의 고밀도를 해소해야 집값뿐만 아니라 전셋값도 떨어진다.

사회 문 후보의 임대 및 세입자 정책은 어떤가.

미란 전월세 인상률 상한제는 꼭 있어야 한다. 이런 제도가 없으니 전세금을 4년동안 1억원이나 올려줘야 하는 것이다.

상한제는 조심해야 한다. 가격을 통제하면 문제가 생기기 마련이다. 상한제를 실시하는데 1년 뒤 전세계약을 갱신할 수 있는 청구권제도가 있다면, 집주인은 애초 계약할 때 1년 후에 올릴 것까지 덧붙여서 전세금을 요구할 수 있다.

사회 문 후보의 임대주택 등록제 공약은 어떻게 보나?

실효성 있는 가장 확실한 (전세) 대책은 공공임대주택을 확 늘려서 집없는 사람들이 편안하게 살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전세계약 갱신청구권이나 전월세 인상률 상한제는 좋아 보이지만 이상적이다. 임대인들에 의한 편법들이 많이 나타날 수 있다. 임대주택 등록제도 마찬가지다. 임대인으로서 기대했던 수준의 수익을 어느 날 박탈하려고 하면, 저항이 클 수 있다. 임대인과 임차인이 윈윈하는 쪽으로 가야 하는데 임대인에 대한 고려가 너무 없다.

사회 박 후보의 지분 매각제도는 어떻게 생각하나.

금융기관에 다니는 내가 봐도 이해하기 어렵다. 실효성도 없어 보인다.

나도 집이 있지만, 세입자들의 입장을 주택정책에 더 반영해야 한다고 본다. 집값은 더 떨어져야 한다.

영순 박 후보는 임차인을, 문 후보는 임대인을 너무 모른다. 임대인, 임차인 모두 서민이다.

미란 지분매각제도는 일단 어려워서 모르겠다. 집을 사려는데 집주인과 은행이 지분을 나눠 갖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그 집을 사지 않을 것 같다. 세입자도 지분 관계가 복잡한 집에 들어가려고 하지 않을 것 같다.

사회 1인 가구에 대한 주거대책은 어떤가?

미란 솔직하게 박 후보 공약에 기분이 나빴다. 철도부지 상부에 집을 지어 거기에 살라는 얘기다. 이건 서울시에서 추진하다 백지화된 정책이다. 철도부지 상부가 사람이 살 만한 공간인가? 없는 사람들은 주거 환경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곳에서 살아도 괜찮다는 건가. 이런 정책을 대안이라고 할 순 없다.

렌트푸어·하우스푸어 왜 힘든지
속사정 함께 고민 뒤 정책 내놓길

후보는 사각지대에 있는 계층에 대한 주거지원을 많이 얘기한다. 하지만 구체적으로 어떻게 할 것인지, 재원은 또 어떻게 조달할 것인지 잘 나와 있지 않다.

철도부지 상부에 주택을 공급하겠다는 걸 보고 나도 실소를 금치 못했다. ‘기찻길 옆 오막살이’가 생각났다. 안 쓰는 부지를 활용하겠다는 게 아이디어인 것 같긴 한데, 살만한 땅에 집을 지어야 하지 않을까? 주거 환경은 고려하지 않은 것 같다.

부정적으로만 볼 건 아니다. 청량리역사나 서울역사를 보면, 철도부지 위에 (주택을) 지을 수 있다고 본다. 충분히 현실성 있는 얘기다.

미란 주거공간과 상권은 다르다. 지하철 밑에 있는 건물을 가보면 덜덜덜 떨린다. 그런 곳에서 평생을 살아야 한다고 생각해봐라. 주거공간으로선 효용성이 전혀 없다.

박 후보의 정책(행복주택 프로젝트)을 듣고 기분 좋아할 사람은 없는 것 같다. 임대주택 문제 해결책으로 이런 것밖에 없다는 건 일반국민의 정서를 별로 생각하지 않았다는 얘기다.

문 후보 공약은 전에도 여기저기서 조금씩 나왔던 얘기들이다. 아주 색다르다거나 신선하다는 생각은 안 든다. 재원은 어떻게 할 것인가가 궁금하다.

사회 후보들의 공약 중 반드시 실천됐으면 하는 게 있나?

영순 주택은 잠자리다. 잠자리가 편안해야 모든 게 행복해진다. 가장 중요한 복지로서 주택문제를 우선 해결해줬으면 한다.

박 후보는 주택 정책을 어렵게, 문 후보는 폭넓게 접근했다. 하지만 둘 다 내가 느끼는 주택문제의 심각성에 견줘 본다면 더 많은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

집있는 사람들 처지에서 보면 집값이 떨어져서 걱정, 세들어 사는 사람들은 전셋값이 올라 걱정이다. 과거에도 갑작스럽게 시장을 잡으려 하거나 강력한 대책을 내놨다가 되레 잘 안됐다. 길게 보면서 정책을 폈으면 좋겠다. 정말로 급한 쪽을 먼저 살피는 정책들을 보고 싶다. <끝>

정리 류이근 기자 ryuyigeun@hani.co.kr, 사진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기고] 공공임대 확충 약속 이번엔 지켜야 / 김남근

김남근 변호사
김남근 변호사
이번 대선에선 주거 문제가 다소 소홀해진 감이 있다. 핵심 주거정책은 전월세 값이 뛸 때와 집값이 뛸 때가 달랐다. 결국 모든 주거 대책은 공공임대주택 건설로 모일 수밖에 없다고 본다. 유럽에서는 공공임대주택이 주택시장의 완충지대다. 집값과 전월세가 뛰는 것을 막아준다. 우리나라에서도 공공임대주택이 최소한 전체 주택의 약 10%인 170만 가구 정도는 공급돼야 한다. 현재 60만가구 수준인데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공공임대 주택은 선거 때마다 대표적으로 나오는 공약인데 잘 지켜지지 않는다. 그러니 국민들도 믿지 않는다. 노무현 정부 때는 100만호, 이명박 정부에선 80만호를 짓겠다고 약속했지만 거의 지켜지지 않았다. 새누리당은 총선 때 100만호 건설을 얘기했다가 대선 때는 철회했다. 대신 철도부지에 행복주택을 짓겠다는 좀 생경한 정책을 내놓았는데, 납득이 잘 안 되는 측면이 있다.

민주통합당에선 공약 실효성을 감안해 60만호로 줄이면서 구체적인 비용 계획을 내놨지만, 공약 추진 주체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부채가 너무 많아 실행할 수 있을지 알 수 없다. 사업의 새로운 주체를 만들거나, 아니면 토지주택공사의 부채를 어떻게 정리할지 구체적 방향을 보여줘야 한다.

전세값은 2년마다 뛴다. 2011년에 뛰었으니 내년에 다시 뛸 것이다. 그래서 전월세 인상률 상한제나 전세계약 갱신 청구권제도를 도입하려 한다면, 올해 했어야 한다. 문 후보가 진정성을 보여주려면, 강력한 의지를 보여야 한다. 박 후보의 목돈 안 드는 전세제도는 임대인이 담보를 제공해야 하는데 현실 가능성이 적다. 임차인이 이자를 안 내면 임대인이 그 이자를 떠안아야 하기 때문에 임대인이 이런 불리한 제도를 감수할지 의문이다.

김남근 참여연대 부집행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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