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천석의 행복 비타민
아이랑 부모랑
서천석의 행복 비타민 /
아이 문제로 제대로 고민을 해 본 부모라면 누구나 느낄 것이다. 아이 문제는 결국 부모 자신의 문제다. 이 말을 오해하지 않았으면 한다. 부모가 문제가 있어서 아이가 문제가 있다는 말은 아니다. 물론 가끔은 그런 경우도 있다. 하지만 아동 발달에 대한 최근의 연구는 한결같이 아동의 문제는 부모의 책임보다는 아이가 갖고 태어난 기질이 기여하는 바가 더 크다고 이야기한다. 그렇다면 아이 문제가 부모 자신의 문제라는 말은 무슨 의미일까?
아이 문제에서 마음 편한 부모는 없다. 많은 부모에게 아이는 자아의 연장이다. 나의 일부이다. 나의 일부이지만 내 마음대로 움직여지지 않는 것. 그래서 더 답답하고 참을 수 없다.
또한 많은 부모에게 아이는 자아를 확장하는 도구이다. 부모들은 아이를 가지게 되면 이 아이를 통해 자신의 좌절된 욕망을 해결하려 한다. 자기에게 다시 한번 기회가 주어졌다고 믿는다. 새로운 기회와 도구를 갖게 되어 이제 다시 좌절된 자신의 욕망을 해결하려는 부모들. 그런데 그 도구가 잘 움직여지지 않는다. 도구의 문제일 수도 있고 욕망이 과도할 수도 있다. 어쨌든 다시 한번 좌절을 맞으면서 부모는 자기를, 자기의 분신을 용서하기 어렵고, 또 분노한다.
좀더 현명한 부모라면 이때 아이와 자신이 다른 세계를 살아갈 다른 존재라는 것을 자각한다. 현실로 돌아와 관계를 재구성한다. 그러나 자기의 문제로 괴로워하던 부모라면 이런 자각이 쉽지 않다. 계속해서 아이와 병적인 관계를 지속하게 된다. 아이 문제로 고민하는 부모와 이야기하면 많은 경우 부모가 싸우고 있는 것은 자신의 두려움과 좌절감이다. 아이의 성공을 위해 노력한다고 하지만 그 뒤에는 자신의 욕망이 들어 있다. 그래서 ‘정도 이상의’ 과도한 반응이 나온다. 우리는 그것을 때로는 모성애, 부모의 한없는 사랑으로 묘사한다. 그러나 그 어두운 면에는 자신을 아이와 분리하지 못하는 성숙하지 못한 부모의 모습이 있다.
그렇다면 답은 무엇인가? 결국 아이와 자신의 경계를 인정하는 것이다. 아이의 세계와 자신의 세계, 아이의 미래와 자신의 미래의 경계를 인정하는 것이다. 자신이 아이에게 개입할 수 있는 정도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고, 그 이상에서는 오히려 문제를 악화시킨다는 것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자신의 부풀려진 두려움을 정말로 아이가 겪을 미래라고 착각하지 말아야 한다. 자신이 원하던 바를 아이가 성취했다고 아이가 정말로 미래에 행복할 것이라는 순진한 생각을 포기해야 한다. 우리 자신을 보면 알 수 있듯이 부모가 바라던 모습과 우리의 모습은 사뭇 다르다. 그것이 인간의 역사다.
아이 문제로 고민하고 있는 부모라면 다시 기본으로 돌아가도록 권하고 싶다. 자신을 알고 자신이 아이에게 할 수 있는 일의 한계를 깊게 인식하자. 그래야 비로소 아이와 자신이 행복해질 수 있는 최소한의 조건을 얻게 된다.
관련기사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